아침 6시 6분 전주역에 나가 하행선 기차에 몸을 실었다. 먼 거리는 아니다. 전주에서 남원까지이니. 고작 45분 정도를 타고가면 내려야 한다. 어제까지 10월 1일 축제 준비와 답사 때문에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남원으로 오는 차를 놓쳐버렸다. 월요일 아침 일찍 공문을 만들 일이 있어, 밤새 숙소에서 뒤척이다가 아침 첫 차를 탄 것이다.

전주에서 여수로 가는 이 차는 출근용 기차이다. 익산에서 출발을 해 전주, 남원, 곡성, 구례 등을 거쳐 여수가 종점인 기차이다. 6시 밖에 안 되었는데, 승강장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출근을 하기 위해서이다. 중간인 임실, 남원 등에도 내리지만, 더 멀리 가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


기차를 타자마자 눈을 감는 사람들

기차에 오른 사람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눈을 감는다. 6시 차를 타자면 아무래도 집에서 5시 경에는 나와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간이라면, 4시가 좀 넘으면 일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기차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자야할 것 같다.

옆자리에 앉은 분도 마찬가지이다. 앉자마자 눈을 감아버린다. 그러다가 잠시 후에 눈을 뜨기에 말을 건네 보았다.

"피곤하신가 봅니다"
"예 아침에 이 차를 놓치면 다음 차가 8시가 다 되어야 오기 때문에, 이 차를 놓치면 출근이 늦어지거든요. 차를 타려면 새벽 4시면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늘 피곤하죠"
"회사가 어디신가요?"
"남원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출퇴근을 할 수 있으니 다행이죠"

잠시 말을 멈춘 것은 앞자리에 계신 분의 코고는 소리 때문이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저렇게 코를 골고 잘까?

"모두들 차에 타면 바로 주무시네요"
"대부분 그렇죠. 이 시간에 차를 타고 출근을 하려면 더 일찍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잠시라도 눈을 부쳐야죠.“
"이렇게 열심히들 사시는데, 잘 사셔야 할 텐데..."
"그래야죠. 그런데 이렇게 부지런하게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 꿈이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새벽 기차에는 꿈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았다. 이 차를 타자마자 자고 있는 모습을 보라는 것이다. 이 사람들에게 과연 내일의 꿈이 있을 것인지. 그저 피곤에 지쳐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간에 출근을 하는 사람들이 오죽하면 그러겠어요. 먹고살기 위해서 멀리까지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인데, 몸이라도 지탱을 해야죠“

딴은 그렇다. 출근하기도 이른 시간, 이른 6시 6분에 출근을 위해 첫차에 몸을 실었으니, 얼마나 피곤할까? 생각만 해보아도 출근하는 것 자체가 피곤한데 무슨 꿈이 있을까?

"정말 불쌍한 인생들이죠. 차만 타면 눈을 붙이고 산다는 것이. 이들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정말 열심히들 살지만, 너무 피곤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죠. 저는 이 시간에 이 차를 타고 출근하시는 분들을 보면, 꿈을 꿀 여력이 없는 듯합니다. 그래서 ‘꿈이 없는 기차’라고 생각하죠. 영혼이 잠들어 버린"

그렇게 힘이들고 비록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있어도, 꿈 속에서라도 아름다운 꿈이 있었으면 좋겠다. 가족을 위해 이른 시각에 차를 타고 눈을 감았지만, 일찍 나선 집안에서는 어린 꿈들이 자라고 있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당신의 꿈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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