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재개발을 하는 곳에서 작은 짐 하나를 부둥켜안고 울고 있던 어느 노파의 모습이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잊을 수가 없다. 재개발 구역에서 평생 동안 자신이 가꾸고 지켜왔던 집이 거대한 포클레인의 무자비한 삽에 찢겨나가는 것을 보면서 함께 죽겠다고 울부짖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재개발 지역으로 고지가 된 곳을 떠나면서 몇 번이고 뒤를 돌아다본다. 자신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그런 재개발 지역을 기억하기 위한 전시가 열렸다. ‘수원을 기록하는 사진가회’, 2019년 회원전은 <기억 - 매교동>이라는 제목으로 재개발로 인해 형태조차 찾을 수 없는 매교동 재개발 구역을 기록한 것이다.

 

수원을 기록하는 사진가회(회장 고인재)’는 수원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작가들의 모임이다. 수원의 잊히는 것들을 찾아내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수기사의 2019 회원전은 재개발 구역인 매교동을 기억하고 있다. 북수동에 소재하고 있는 예술공간 봄 1, 2 전시실에서 1128일부터 125일까지 전시를 갖는다.

 

 

기록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수기사의 2019년 회원전

 

이번 <기억 - 매교동>, 팔달재개발구역의 사라진 것들에 참여한 수기사의 작가는 강관모, 고인재, 김미준, 김태왕, 남기성, 남정숙, 박영환, 신명우, 이병권, 아연섭, 한정구, 홍채원 등 12명이다. 이들은 수기사 회원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라고 홍채원 작가가 전해준다.

 

수기사 회원들은 더 있지만 이번에 전시를 갖는 작가 12명이 가장 활발하게 수원을 기록하는 작가들입니다. 지난번에는 인계동 재개발 지역의 빈집에서 전시를 했는데 아침에 가보니 사진 작품들을 누가 다 가져가 버리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희들은 전시를 할 때 가급적이면 액자사용을 하지 않아요

 

 

홍채원 작가는 수원 팔달구 재개발 지역을 기록으로 남기면서 어려운 일도 많았다고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수기사 작가들은 수원 구도심 곳곳에서 재개발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인계동, 매교동은 철거가 거의 마무리됐고, 이주가 진행 중인 세류동 일대도 철거에 들어간다. 팔달 6·8·10구역 및 권선 6구역 등 매교역 주변 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2022년 하반기에 12천여 세대가 들어서는 미니 신도시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들 동네 외에도 고등동, 연무동, 조원동 정자동, 지동 등 낙후된 동네 곳곳에서재개발이 추진 중이다라고 전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전시를 통해 수기사 작가들은 재개발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낡고 불편하다고 그냥 헐어버려도 되는 것인가? 어떤 사람들은 재개발이 호재라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폭력이라고 말한다면서 재개발만이 당연한 것인가에 대해 묻고 있다. 자신의 고향을 잃어버리고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인가에 대해 수기사 작가들은 묻고 있다.

 

작가들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기억을 남기는 전시

 

28, 오후에 수기사 작가들이 예술공간 1, 2 전시실에 작품을 설치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전에 찾아갔다. 전시실에 아무것도 없어 관리자에게 물었더니, “오전에 전시를 마친 작가들이 작품을 철수했고, 수기사 작가들은 오후 2시가 지나야 와서 작업을 할 것이라고 일려준다. 오후 4시에 다시 예술공간을 찾았다.

 

전시실을 들어서니 몇 명의 작가들이 한창 작품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수기사 작가 중에는 전시를 할 때마다 보아왔던 작가들도 있기 때문에, 인사를 한 후 설치를 하고 있는 작품들을 돌아보았다. 수기사 작가들은 재개발로 인해 영원히 사라지게 될 동네를 기록하고 있다. 후에 재개발을 마치고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들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수원의 각 분야는 잊히고 있는 것들에 대해 제대로 기록은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점을 생각하면 수원을 기록하는 사진작가들인 수기사 회원들에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앞으로 시간이 흐른 후에라도 지나가버린 수원의 옛 모습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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