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포기 김장, 백여 명 봉사자들 정성들여

 

어제 배추 2천포기를 구해다가 하루 종일 절이고 속 만들고, 오늘 아침 이른 시간부터 김장을 담고 있어요. 아마 권선구 주민센터 중에서는 우리 금호동이 가장 많은 김장을 하는 것 같아요.”

 

비닐로 된 옷을 걸치고 고무장갑을 낀 권선구 송재련 금호동장은 연신 배추 속을 넣기에 바쁘다. 주민센터 마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한편에선 절인배추를 물에 헹구고 있고, 한편에서 열심히 속을 버무리고 있다. 가득 쌓인 김장김치 상자들은 이제 곧 각 가정으로 배달을 나간다고 한다.

 

20일 오후에 찾아간 권선구 금호동 주민센터. 100여명의 주민들이 이틀 동안 정성을 다해 김장을 담고 있다. 10kg들이 100여 상자를 지역에 거주하는 홀몸어르신 및 소년소녀가장, 생활이 어려운 집에 골고루 배달을 한다는 것이다. 수원은 효의 고장답게 나눔을 행하는 일이 일상처럼 된 곳이다.

 

 

 

 

한 겨울 날 양식 김장담그기

 

김장은 우리민족에게는 한 겨울을 날 수 있는 양식이다. 우리가 김장을 담그는 것을 반찬이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양식이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생활에 있어 김장을 담아 한 겨울동안 찬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한 겨울에 딱히 마땅한 찬이 없던 시절에는 김장김치 하나로 한 겨울을 보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날이 춥지가 않아서 김장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더구나 주민들이 이렇게 한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김장을 하고 있으니 서로 화합도 되고요. 금호동은 주민수가 6만 여명 가까이 되는 큰 동이기 때문에 2천포기를 해도 사실 부족한 듯해요. 이것으로 많은 분들이 겨울을 행복하게 보내실 수만 있다면 정말 행복하죠.”

 

통장협의회에서 김장을 하러 나왔다고 하는 한 주민은 열심히 김장배추를 나르면서 이야기를 한다. 이날 김장담그기 봉사에는 통장협의회를 비롯해 금호동 주민센터 각 단체와 복지협의회 등에서 함께 봉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김장김치는 주민들의 정성으로 맛을 내는 것

 

이렇게 주민센터에서 도움을 주시니 고맙죠. 우리같이 혼자 사는 노인이 어떻게 김장을 담겠어요. 생각도 하지 못하는 일을 매년 이렇게 정성을 다해 김장을 담아 나누어주니 겨울철에도 찬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죠. 수원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고장입니다.”

 

며칠 전 행궁동에서 만난 한 어르신이 손수레에 김장김치 상자를 싣고 가다가 하신 말씀이다, 주민센터에서 김장을 가져가라고 연락이 와 찾아갔더니, 김장김치 한 상자를 나누어주었다는 것이다. 수원은 각 주민센터마다 김장을 담아 홀몸어르신들께 나누어 드리는데, 거동이 불편한 분들께는 집까지 배달해주고 거동을 할 수 있으면 주민센터에 찾아가 수령을 하게 된다.

 

 

 

 

겨울철 식량이라고 하는 김장을 예전처럼 많이 담그지를 않아요. 예전에는 집집마다 100포기 이상을 다 담았는데 말이죠. 요즈음은 반찬 종류도 많고 손쉽게 장에 나가 구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한 집에서 그저 20~30포기 정도 담그는 것 같아요. 이렇게 담는 김장은 정성이죠. 김장을 하는 사람들의 손맛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정성인 것 같아요.”

 

금호동 복지협의회에서 김장을 돕기 위해 참석했다는 이아무개(, 43)씨가 김장김치를 담은 상자를 날라 쌓으면서 하는 말이다. 김장김치는 남을 돕겠다고 하는 정성으로 맛을 낸다는 것이다. 이웃사랑하는 마음을 담아내는 김장담그기. 금호동 주민센터 주차장에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것도, 모두가 하나 되어 정성으로 맛을 내기 때문이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