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에 무엇이 있을까

산마루에 흰 구름 많이 머물러 있구나.

다만 나 홀로 즐길 수 있을 뿐

그대에게까지 바칠 수가 없구나.

 

금수산(1,016m) 산자락 신선봉에서 청풍방향 도화리로 가지를 뻗어 내린 산자락에 자리한 정방사는,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법주사의 말사이다. 경내에는 1825년에 중수한 인법당과 산신각, 명부전, 나한전, 그리고 석조관음상과 유운당이 있으며, 최근에 새로 건립한 정자와 종각이 있다.

 

 

금수산, 얼마나 그 모습이 아름다웠기에 금수산이라 이름을 붙인 것일까? 그 금수산 한편 봉우리 바로 아래 자리를 틀고 앉은 정방사. 말 그대로 신선이나 들어와 앉을만한 곳에 절을 지었다. 절 마당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본다. 높고 낮은 봉우리들이 눈 아래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진다.

 

절벽 밑에 가람을 틀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밑에 자리한 정방사. 청풍호반을 끼고 달리다가, 우측으로 2.5km 정도를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정방사는 신라 문무왕 2년인 662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후, 몇 차례 중건을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숨이 차다. 아직은 날이 덥지가 않다고 하지만 2.5km를 걸어 찾아간 정방사. 그야말로 하늘 끝에 닿았다고 표현을 해야 할까. 땔감을 나르는 사람들도 숨을 헐떡인다. 정방사 밑에서는 길이 비좁아 사람이 물건을 나르지 못한다. 기계의 힘을 빌릴 수밖에. 좁은 바위 틈 사이를 지나니 커다란 바위 밑에 자리한 정방사가 나타난다. 얼른 위로 올라 합장을 하고 밑을 바라본다. 저 멀리 청풍호가 보이고, 몇 개의 산봉우리들이 발밑에 있다.

 

땅뙈기 한 평 없는 곳에

 

어찌 이 높은 산, 바위 밑에 이렇게 절을 지은 것일까? 의상대사의 제자인 정원스님이 대사를 만난 후 이곳에 와서 불사를 했다고 한다. 아무리 주변을 돌아보아도 마땅히 밭 한 뙤기 맬만한 곳도 없다. 그저 어쩌다가 구름 따라 들린 객들이 놓고 간 쌀과 음식으로 시장기를 달래며, 기도에만 정진했을까?

 

 

인법당인 원통보전 뒤로 돌아가니 바위 절벽 밑에 장독 몇 개가 보인다. 아마 이곳이 냉장고 역할을 하는가보다. 곁에는 암반 사이에서 흐르는 물이 고여 있다. 천혜의 샘이다. 식수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한 모금 들이키니 속이 시원하다. 땀을 흘리고 올라온 고찰에서 마시는 냉수 한 그릇의 맛이 천하에 비길 바가 없으니, 따로 신선이 되는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

 

여기저기 볼 것이 많다. 한 바퀴 돌아본 후, 내려오는 길에 해우소를 들린다. 일반적으로 해우소는 문 쪽을 향해 앉게 되어 있다. 그런데 정방사 해우소는 출입문을 등지고 앉는다. 그리고 앉은 방향의 앞 벽에는 커다란 공간이 있다. 그리로 저 아래 계곡과 산이 보인다. 이곳에서 일을 보면서도 선문답 한 자락 놓치지를 않았나 보다. 바람도 쉬어가고, 구름도 헐떡거리며 넘는 금수산 정방사. 오늘 정방사에는 신선이 되고 싶은 객 한사람 찾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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