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안이 갑자기 시끄럽다. 박수소리가 들리고, 노랫소리도 들린다. 지나는 사람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박수를 쳐준다. 골목 안을 기웃거려 본다. 어르신들이 길가 의자에 앉아 박수를 치고 계시다. ‘무슨 일이지?’ 그리고 보니 가면을 쓴 남자가 작은 마차를 끌고 있다. 그 위에 ‘황금마차’라고 적혀 있다.

 

도대체 황금마차가 무엇이지? 궁금하다. 내용을 알아보아야 하는데 다들 바쁘다. 노래하기에 바쁘고, 음식 나르기에 바쁘고, 박수치기에 바쁘다. 그리고 보니 한가한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다. 이럴 때는 그저 그 안에 나도 섞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 속으로 들어가 하나가 되어본다.

 

 

어르신들을 위한 찾아가는 황금마차

 

황금마차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을 위한 예술서비스를 하는 마차이다. 9월 15일 오후 6시, 수원시 팔달구 지동 292-3 앞에는, 어르신들이 한두 분씩 모여든다. 그리고 가면을 쓴 남자가 몰고 들어오는 황금마차가 입장을 하였다. 이어서 3인조 노래동아리인 ‘주말 앤 브루스’가 신나게 노래를 불러댄다.

 

황금마차는 문화바우처 사업으로 이루어졌다. 천원진, 장성진, 장영환 등의 작가가 참여하였고, 송주희와 임주현이 기획을 하였다. 수원시 팔달구에서 상대적으로 어르신들이 많은 지동과 행궁동 일대를 돌며, 모두 12회의 공연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황금마차에서 하는 일은 재미있다. 우선은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영화 상영을 한다. 그리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작곡한 노래로 공연을 한다.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삶과 마을의 이야기가, 그대로 노래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이것만도 재미있다. 그런데 맛있는 국수를 직접 만들어, 어르신들께 대접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것 봐, 지동으로 이사 와”

 

황금마차 프로젝트는 마차가 이동한 길, 맛있는 음식,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리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 ‘황금마차 회갑연의궤’를 제작한다는 것이다. 9월 15일에 그 첫 잔치를 시작한 것이다. 이 황금마차의 운영은 9월 15일부터 11월 30일까지, 매월 4회씩 총 12회가 준비되어 있다.

 

 

차가 다니는 골목길이다. 그 한편에는 황금차가 서 있고, 노래동아리들이 자리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구경을 나온 어르신들이 작가들이 직접 제작한 나무의자에 앉아 구경을 하신다. 차들이 지나간다. 그런데 비키라고 누구하나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그저 서로 비켜가면서 조용히 차를 몰고 갈 뿐이다.

 

“할머니, 재미있으세요?”

“그럼 재미있지. 우리 지동은 이런 행사가 많아”

“또 무슨 행사에 가보셨어요?”

“골목에서 하는 행사가 많아. 옥상에서도 하고”

“좋으시겠어요?”

“그럼 좋다마다. 지동으로 이사 와, 좋아 우리 마을”

 

몇 마디 말을 주고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 하나만으로 지동이 살맛나는 마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금은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마을 분들 모두가 지동을 떠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송주희(여, 32세)는

 

“지동은 딴 곳보다 어르신들께서 많이 시십니다.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한 고민을 하다가 이런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되었죠. 황금마차는 직접 찾아가는 마차입니다. 어르신들이 부르면 바로 달려가야죠. 이젠 그동안 이렇게 우리를 지켜주신 분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드릴까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한다.

 

 

지동마을 골목길. 언제나 정이 넘쳐나는 곳이다. 화성과 함께 어우러진 지동에는 화성의 성돌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들이 골목마다 넘쳐흐른다. 그래서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이다. 오늘도 황금마차에서 즐거움을 만끽한 어르신들은,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사뭇 기대가 되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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