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하늘로 오르는 산이 있습니다
산의 속도로 머리 허연 사내가
세상을 비우고 있고
비워지는 만큼
채워지는
잘 익은 바람이 있습니다
광교산 오르다
살아서는 술
죽어서 식초가 되는
막걸리 한 생애를 마십니다
인간 한 세상 섞어 마십니다

산 위로
구름과 바람이 지납니다
잔 속에
한 생이 일어났다 사라집니다


막걸리를 생산하는 도가의 대표인 이수원 시인의 '막걸리를 마시며'라는 시이다.

 

"제가 워낙 막걸리를 좋아해서 좋은 술을 마시려고 막걸리 도가 하나를 차렸습니다. 홍보 차 여기저기 다니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술 한 잔 들어보시죠. 맛 괜찮습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충남집이라는 선술집에서 지인들과 함께 명절 전 날의 쓸쓸함을 풀고 있는데, 누군가 술 한 잔 마셔보라고 권한다면 이보다 더 한 횡재는 없다. 꼭 돈이 붙어야 횡재가 아니다. 거의 한 달이면 25일 이상을 막걸리를 마시는 나에게는, 이보다 즐거운 말이 어디 있겠는가?

 

본인이 좋은 술을 마시기 위해 도가를 차렸다고?

 

'속푸리 생 막걸리'의 대표인 이수원(남, 57)은 본인이 즐겨 마시는 막걸리를 찾아 전국을 헤맸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막걸리 도가를 찾아 돌아다녀 보아도, 마음 놓고 먹을 만한 술이 그리 많지가 않았다고. 막걸리는 맛은 좋은 물이 좌우한단다. 우리나라에서 물이 좋기로 유명한 곳을 찾아다니면서 술맛을 보았지만, 두 세 곳을 빼고는 물맛이 그리 좋지가 않았다고 한다.

 

"술이라고는 막걸리 밖에 안마십니다. 그래서 한 때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막걸리를 마셔보기도 했죠. 그러나 정작 한 두 곳 빼고는 물맛이 좋은 곳이 그리 흔치가 않았죠. 그래서 이왕이면 내가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좋은 막걸리,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마실 수 있는 막걸리를 생각하다가 대부도에 '광교산 생 막걸리' 공장을 차렸습니다."

 

 

10여 젼 전에 처음으로 도가를 차렸단다. 그러나 본인이 마시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술도가를 차린다는 것도 쉽지가 않은 일이다. 거기다가 계속해서 술을 생산하려고 하면, 그만큼 판매가 되어야 하는데, 그도 만만치 않을 일. 결국은 기존의 대형 막걸리 도가로 인해 문을 닫아 버리고 말았단다.

 

"참 마음이 아팠죠. 정말 좋은 술을 생산했는데, 기존의 대형 도가와 저는 경쟁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판촉을 하려고 하니,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고요"

 

다시 물을 찾아 전국을 헤매다.

 

속푸리 생 막걸리 이수원 대표는 그런 상처를 잊고자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정말 좋은 물을 찾기 위해 무진 고생을 했단다.

 

"저희 술 공장은 충북 괴산군 문광면 속리산 자락에 있습니다. 지하 250m의 암반수를 사용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물중에 한 곳입니다. 막걸리의 생명은 좋은 물입니다. 그 물을 맛보고 나서 다시 막걸리를 생산해야 되겠다고 결심을 했죠."

 

 

그래서 다시 생산한 것이 바로 속푸리 생 막걸리라고 한다. 따라주는 술을 한 잔 먹어보았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일까? 막걸리를 마시는데 혀끝에 매운 맛이 돈다. 왜 막걸리에서 매운 맛이 도느냐고 물었다.

 

"예, 원래 엣 문헌에 보면, 막걸리는 매운 맛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매운 맛은 항상 나는 것이 아니고, 발효 중에 몇 시간 정도 매운 맛을 감지 할 수 있습니다. 매운 맛이 돌았다면 그 막걸리가 최고로 맛이 있다는 것이죠.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과향을 맡을 수가 있습니다. 숙성된 막걸리의 맛이 최고일 때죠. 그런 다음 식초가 됩니다. 지금 매운 맛을 느끼셨다면 그것은 정말 발효가 제대로 되었다는 것이죠. 막걸리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음식입니다"

 

원래 막걸리는 유산균이 많아, 요구르트 100병과 맞먹는 유산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변비에 걸린 사람은 막걸리보다 좋은 음식은 없다는 것. 연구결과를 보면 막걸리는 비만예방과 염증의 억제,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저는 제가 먹기 위해서 막걸리를 생산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자신이 생산하는 음식을 자신이 먹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은 틀림없이 불량식품이라고요.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즐겨 마시고, 이웃들과 함께 마시기 위해서 만든 술입니다. 그렇기에 가장 최고의 재료를 사용했죠."

 

그 말에는 이해가 간다. 본인이 직접 만들어 마시는 술을, 안 좋게 생산할 수는 없을 터. 그래서 속푸리 막걸 리가 최고라고 마셔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한다. 옆에서 술을 마시던 분들도 한 말 거든다.

 

좋은 술은 내장이 알아봐

 

"이 술 달지도 않고 정말 좋습니다. 역시 술을 좋아하고 생산하는 분이시라, 술맛이 전혀 다르네요. 탁한 듯하면서 맑고, 연한 듯하면서 깊은 맛이 납니다. 더구나 술병에 보니 회사 전화가 아닌 대표님의 전화번호가 적혀있네요. 그것 하나로도 자신 있다는 이야기 같습니다."

 

 

이수원 대표의 막걸리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다. 그만큼 좋은 술을 생산하고 그것을 즐기기 때문인가 보다. 이러다가는 밤을 새워도 이야기가 끝날 것 같지가 않아, 막거리를 좋아하는 주당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고 물었다.

 

"물론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막걸리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좋은 물입니다. 다들 암반수를 사용한다고 하지만, 그 중에는 수돗물을 정제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막걸리를 마실 때 쏘는 맛이 있다면, 그것은 탄산을 주입한 것입니다. 탄산을 주입하면 상하지가 않죠. 그러나 정상적으로 좋은 막걸리를 전통 재로로 만들면, 35도 이상이면 짧은 시간에도 식초가 됩니다. 막걸리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탄산을 섞은 청량음료가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듯, 막걸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수원 대표의 이야기. 술 한 잔을 마셔도 정말 좋은 물로 빚은 좋은 술을 마시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나도 이참에 우리 술인 막걸리로 주종을 바꿔야겠다. 우리의 실생활에서 오래도록 사랑을 받은 막걸리가 아니던가? 이 술 갑자기 맛이 더한 듯하다. 나도 벌써 막걸리의 마니아가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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