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이굿을 준비하는 고성주씨 그 과정을 보니

 

작금에 들어 나라가 온통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시끄럽다. 그런 와중에 최순실의 부친인 최태민과 최순실 일가의 비리 등이 불거져 나오고 급기야는 최순실이 무당(巫堂)이라는 설까지 돌고 있으며 갖은 풍문이 퍼져나가고 있다. 문제는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과 굿을 했다고 하며 무당 옷을 입혔다는 풍문까지 돌고 있다.

 

어찌되었거나 최순실이 무당이건 아니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최순실의 행태가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날이 새면 또 다른 의혹들이 꼬리를 물면서 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점점 불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국민들은 기절초풍할 상태에 빠졌고 경제는 곤두박질을 치고 있으며 나라꼴은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쳤다.

 

이런 최순실의 무당설이 흘러나오고 있을 때 가장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271-124에 고주하는 고성주(. 63)씨가 바로 그이다. 고성주씨는 경기안택굿보존회를 이끌며 전통 안택굿의 보존, 전승에 애를 쓰고 있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남자 강신무당인 박수이다. 고성주씨가 마음 아파하는 것은 무분별한 무속인들의 행위 때문이다.

 

 

 

올해는 전보다 더 정성을 드리지 않으면 나라가 큰일 나겠어요. 나라가 어려우면 사람들이 살아가기가 버거워져요. 경제가 바닥을 치면 결국 그 영향이 내 자식(고성주씨는 신도들을 자식이라고 표현한다. 나이가 더 많아도 모든 신도를 아들 혹은 며느리라는 칭호로 부른다. 옛 단골과 판의 관계이기 때문이다)들이 어려움을 당하게 되니까요

 

그래서인가 매년 음력으로 37일과 107일에 두 차례씩 올리는 맞이굿을 준비하면서 딴 때보다 더 정성을 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맞이굿이란 신을 모시는 무속인이 자신이 섬기는 신령들과 단골들을 위해 축원을 하는 축원굿을 말한다. 흔히 진적굿이나 맞이굿으로 부르는데 봄에 하는 것을 꽃맞이 굿가을에 하는 굿을 단풍맞이 굿이라 한다.

 

 

1주일 전부터 준비하기 시작하는 맞이굿

 

고성주씨의 맞이굿은 40년이 넘게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봄, 가을 두 차례씩 행해졌다. 진적상에 올리는 제물만 해도 딴 사람들과는 다르다. 그런데 이 상차림을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준비를 하는 것은 제수를 사다가 이용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진적상에 오를 잣이며 호두, 대추 등을 하나하나 정성들여 쌓는다.

 

고성주씨의 맞이굿에는 보통 2~300명의 단골들이 찾아온다. 아침부터 자정이 될 때까지 이어지는 굿은 여느 굿판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장엄이다. 정성을 들인 음식으로 모든 사람들을 배불리 먹인다. 자신이 무속인이기 때문에 남들을 잘 먹이고 많은 정성을 드려야 단골들이 잘된다는 것이다. 하기에 그 모든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일주일도 짧다고 한다.

 

 

이번 가을 맞이굿은 116(음력 107)이다. 지난 1031일부터 맞이굿을 하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집안에 모신 터주가리의 옷을 갈아입히는 것이다. 터주가리는 집터를 관장하는 신인 터주신이 좌정하고 있다는 곳이다. 고성주씨는 매년 가을이 되면 터주가리를 새로 만들어 터주고사를 드린 후 교체한다.

 

이 터주가리를 묶는 이유는 바람에 날려 풀어지지 않기도 하지만 이유가 있데요. 이 터주가리가 사람을 의미한다고 해요. 아래묶음의 아래쪽은 사람의 하반신에 해당하고 위 묶음 쪽은 가슴을 의미한데요. 그리고 이 윗부분은 머리를 상징하기 때문에 상투를 틀어 묶어놓는 것이라고 해요

 

모든 이들이 마음의 평정을 찾기를 빌어야죠

 

첫날 터주가리를 교체하고 난 뒤로 약과며 다식 등을 준비하느라 신도들까지 힘을 보탠다. 잣 열매를 한 알씩 실에 꿰면서 일일이 기원을 한다고 하는 고성주씨. “올해는 정성을 더 드리려고요. 아무래도 나라가 힘들 땐 그저 누구든지 정성을 다해 빌어야죠. 사람들은 남을 헐뜯고 안좋은 이야기만 할 줄 알았지 정작 자신이 정성을 다해 간구를 하지는 않잖아요

 

4100년 이상을 가계로 전해진 무계(巫系)이다. 고성주씨는 매년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새벽 3시면 일어나 옥수를 갈고 자신이 모시는 신령님께 정성을 드린다고 한다. 그런 정성이 없으면 자식들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당은 신의 말을 전하는 사람들인데 올바른 말을 전하지 않고 사리사욕이 앞선다면 이미 무당이 아닌 사기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맞이굿을 할 대마다 모두에게 나누어주고 누구든지 집을 찾아오면 한 상 그득하게 차려 내온다.

 

 

많은 사람들이 맞이날 고성주씨의 전안을 찾아온다. 그 사람들에게 먹을 만큼 먹고 싸갈 수 있으면 싸가라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눌 때 자신의 단골들이 복을 받는 것이라고 하면서 무당이 욕심을 내면 신령님들이 내쳐요. 욕심을 부리는 무당들이 말년이 좋지 않은 것도 신령님을 자기 멋대로 생각하기 때문이죠그래서 고성주씨의 맞이굿판은 푸짐하다.

 

하루 종일 웃음과 음악소리가 가시지 않는 굿판에 누구나 찾아오라고 한다. 굿은 나누며 함께 즐기는 덕을 나누어가는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성주씨의 맞이굿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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