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나무를 타고 오르며 생육하는 줄사철나무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상록관목인 줄사철나무는 옆으로 기면서 자란다. 줄기에서 뿌리가 내리는 이 나무는 초록색의 어린 가지는 약간 모가 져 있다. 잎은 길이가 2~5㎝, 너비가 1~2㎝로 마주나는데, 약간 두터우며 가장자리에 고르지 않은 톱니들이 있다. 꽃은 5 ~ 6월에 피고, 양성이며 취산화서에 15개 내외의 꽃이 달린다.

 


꽃받침 조각, 꽃잎 및 수술은 4개씩 이고, 열매는 4각상 편구형이다. 성숙하면 벌어져서 황적색 각종 피에 싸인 종자가 나타난다. 관상용으로 많이 키우며,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자라고, 일본 오끼나와 및 중국에 분포한다. 전라북도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에 있는 마이산의 줄사철나무 군락지는, 천연기념물 제380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진안읍 가림리에서 만난 줄사철나무

진안군 마령면의 문화재를 답사하다가, 진안읍 쪽으로 길을 들어섰다. 도로변 옆에 문화재 안내판 하나가 서 있다. 지나치려다가 무엇인가 궁금하여 차를 세우고 다가가 보았다. 전라북도 기념물 제95호로 지정이 된 줄사철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 줄사철나무는 마이산 줄사철나무와 동종으로 가림리 은천마을 앞 길 건너 도로변에서, 다른 나무에 줄기를 뻗어 자라고 있다.




가림리 줄사철나무는 모두 세 그루가 자라고 있다. 팽나무와 느티나무를 타고 오르며 자라고 있는 이 나무들은 높이가 모두 5m 내외이다. 9월 7일 찾아간 가림리 줄사철나무. 원래는 네그루가 자라고 있었다고 한다. 그중 거북바위 등을 타고 오르던 나무는 고사하였다고 한다. 이 마을은 숲이 우거져 있으며, 이 숲을 ‘은천마을숲’이라고 부르고 있다.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붙여진 이름

이 마을은 예전에는 마을 앞을 흐르는 냇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흐르기 때문에 ‘은(隱)’자를 써서 ‘은천(隱川)’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마을의 숲은 예전 은천이 흐르던 자리에 조성되어 있다. 이 은천마을 숲은 느티나무 21주, 팽나무 12주, 은행나무 8주, 줄사철나무 3주, 개서어나무 2주 등이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중에서 3주의 줄사철나무는 전라북도 기념물 제95호로 지정이 되어있으며, 나무 주변에는 철책을 둘러 보호를 하고 있다. 나무는 길가에 한 주가 있고, 아래쪽 숲속에 두 그루가 서 있다. 나무들은 모두 딴 나무줄기에 기생하여 위로 오르고 있으며, 독특한 형태로 생육을 하고 있다.

줄사철나무는 겨울에 진가를 보여

은천마을 줄사철나무의 진가는 겨울철에 볼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줄사철나무가 타고 오르는 나무들이 팽나무와 느티나무이기 때문에, 가을이 되면 모두 잎이 떨어져 버린다. 그리고 나면 줄사철나무의 푸른 잎이 그대로 남아있어, 제 모습을 확연히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무의 줄기를 따라 오르며 많은 가지를 뻗는 줄사철나무. 우연히 길을 가다가 만난 문화재 안내판 하나가 이런 귀한 자료를 만나게 해준다. 다만 한 가지 흠이라면 진안을 답사하면서 큰길가에 문화재 안내판이 제대로 서 있지를 않아, 문화재를 찾을 때마다 곤욕을 치렀다는 것이다. 언제나 문화재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는지. 이번에도 반 이상을 길에서 허비를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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