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198호는 단양 적성비다. 중앙고속도로 단양 휴게소에서 보면 뒤편에 성곽이 보인다. 신라 때 쌓은 단양적성이다. 그 성곽 위편 산봉우리 쪽으로 올라가면 적성비각이 있고, 그 안에 국보 제198호인 적성비가 있다. 그리 크지 않은 위편이 떨어져 나간 돌에는, 촘촘히 글이 새겨져 있다.

 

적성비에는 신라가 삼국시대에 죽령을 넘어 고구려 영토였던 적성을 빼앗은 후, 이곳의 백성들을 선무한 표적으로 세운 것이다. 선무란 자국의 국민이나 점령지 백성들에게 본국의 시책을 이해시키고, 민심을 안정시키는 일을 말한다.

 

 

점령지역을 선무한 비석

 

당시 진흥왕이 명하여 신라의 척정(국경 개척)을 돕고, 충성을 바친 적성사람 야이치의 공훈을 표창한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더불어 이와 같이 신라에 충성을 바치는 사람들에게는 똑같은 포상을 하겠다는 정책의 포고 내용이다.

 

이 적성비에는 국왕의 명령을 받은 고관들 10명의 이름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진흥왕 때 많은 공을 세운 이사부, 비차부, 무력 등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 비는 신라 진흥왕 5~11년인 545~550년에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알지 못하면 참 답답하다. 그 동안 이 적성비를 보려고 몇 번이나 마음을 먹었다. 비를 찾아가려고 단양군 단성면으로 들어가니 비탈길이 장난이 아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아예 올라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런데 찾아갈 때마다 비가오거나 눈이 날린다. 결국엔 몇 번을 찾아갔지만 허탕을 치고 말았는데, 이번에 오르고 보니 고속도로 휴게소에 나가는 통로가 있다. 왜 진작 몰랐을까? 허탈한 웃음만 나온다. 참 무지는 어쩔 수가 없는가 보다.

 

“이게 국보야, 무슨 국보가 머 이래”

 

돌로 된 길을 따라 오르려니 발가락에 통증이 심하다. 날마다 무리를 해서 걷고 또 걸었기 때문인가 보다. 적성 안내판을 지나 계단을 오른다. 저만큼 적성비가 보인다. 비각 안에 있는 적성비. 방학이라 부모를 따라 온 아이들이 적성비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 아이가 “에게 이게 국보야? 무슨 국보가 이래“ 아이는 국보라고 하니 대단한 것인 줄 알았나보다. 곁에서 보던 부모들은 할 말이 없는지 당황한 눈치다. 국보를 보자고 데리고 올라왔는데, 아이가 보기에는 작은 돌 하나에 글씨만 있으니 실망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어디 문화재의 가치 등에 대해 알려주고는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 문화재의 현실에 가슴이 미어진다. 

 

“국보는 크다고 지정하는 것이 아니란다. 그것이 아무리 작고 볼품이 없어도, 그 가치가 중요하면 국보로 지정을 하는 것이지”

 

좁은 식견이나마 아이에게 이해를 시켜주고 싶었다. 아이를 붙들고 그늘에 앉아 찬찬히 설명을 해주었다. 어느새 부모님들도 곁에 와 앉았다. 아이에게 적성비가 왜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문화재를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설명을 하다가 보니 아이도 깨닫는 바가 있는 모양이다.

 

 

말을 마치고 적성을 돌아보려고 내려오려니 부모님들이 고맙다고 한다. 아이에게 문화재를 보여주려고 올라왔는데, 막상 설명을 하려고 하니, 아는 바가 없더라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다. 전문가가 아니고, 우리 것에 대해 애착이 없다면 그저 구경만 하고 돌아선다. 그것이 당연하니까 말이다.

 

적성을 여기저기 돌아보면서 신라인들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한다. 잠시 돌아본 듯한 시간이 벌써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돌아갈 길이 바쁘다. 이번 겨울에는 눈 쌓인 적성을 한 바퀴 돌아보아야겠다. 아주 편한 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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