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음식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세요”
수원여성나눔회 고등촌 경로당서 봉사
한 여름 복중날씨를 방불케 한다. 아침부터 휴대폰은 통해 폭염주의보가 발령이 되었다고 소식이 온다. 5월인데도 벌써 6월 중순의 더위라고 난리들이다. 조금만 걸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그늘에 아닌 곳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 땀이 맺힌다. 뉴스에서는 80년 만에 찾아오는 5월 더위라고 호들갑을 떤다.
덥긴 덥다. 이런 날 연락이 왔다. 팔달구 고등동 66-6에 소재한 고등촌 경로당에서 어르신들께 점심대접을 하는 봉사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찜통더위 속에서 점심을 대접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도대체 누가 이런 날 봉사를 한다는 것일까? 카메라를 들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고등촌 경로당 앞에 가니 안에서 음식을 준비하는지 맛있는 냄새가 길가까지 난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수원시의회 김미경 의원이 반갑게 맞이한다. 이 더운 날에 불에 올린 커다란 콩에 든 음식을 젓고 있다. 무엇이냐고 물으니 어르신들께 드릴 소고기무국이라고 한다. 곁에서는 기름에 지글거리는 전이 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다.
수원여성나눔회 무더위에 점심봉사
이날 고등촌 경로당 어르신들께 점심봉사를 하는 모임은 수원여성나눔회(회장 김동인)라고 한다. 회원이 110명 정도인 여성나눔회는 회원 10여 명이 이날 봉사를 맡았다고 한다. 평소 봉사를 하는 인원은 40여명 정도라는 것이다. 이들은 경로당을 비롯해 사회복지관 등에도 봉사를 다닌다고 한다.
출입문 밖에서는 한 회원이 어르신의 머리를 만지고 있다.
“이발 봉사를 하시는 분은 제이엔제이 헤어스튜디오 최진주 대표님이신데 오늘 이렇게 문을 잠시 닫고 봉사를 하시고 계세요. 미용실은 곡반정동에 소재하는데 여기까지 오셔서 봉사를 하시는 것이죠. 오늘 여러분들이 도와주셨어요. 어느 분은 커피를 봉사하시고 지동 순대타운에서는 순대를 보내주시고요. 이렇게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시기 때문에 봉사를 할 수 있죠”
김미경 의원은 고마운 분들이 많다면서 일일이 소개를 해준다. 수원여성나눔회 김동인 회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경로당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방마다 상을 보고 있고 한곳에서는 나눔회 회원들이 용기에 음식들을 담고 있다. 봉사를 하기 위해 하루 전에 담았다는 김치가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무더위 아랑곳 하지 않는 참된 봉사
취재를 하는데도 덥다. 이런 날 봉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저 불길 곁에만 가도 숨이 막힐 것 같은데 어찌 그리 웃음이 가시지 않는 것일까? 봉사를 한다는 자체가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는가 보다. 봉사를 하는 회원 한 사람에게 이 무더위에 봉사가 즐거우냐고 물었더니 “봉사를 하면 절로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서 이 더위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를 하는 거예요”라고 대답한다.
차림 음식도 푸짐하다. 전에 소고기무국, 떡과 커피, 순대, 김치 등 한상 잘 차린 음식이 정말 먹음직스럽다. 19일 정부서울종합청사 행정자치부 앞에서 지방재정제도 개악을 반대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하고 난 후 다음날 이렇게 봉사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을 텐데 김미경 의원이 기장 신바람이 나는 듯하다.
“이렇게 봉사를 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우리 노인들이 살맛이 나죠. 이 더위에 고생하며 정성껏 차려준 음식을 먹고 우리 늙은이들이 건강해야 하는데 말이죠. 정말 오늘 점심이 최고로 맛있을 것 같아요. 정성을 생각하면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죠”
점심을 드시기 위해 경로당을 찾아오셨다는 한 어르신은 먹는 사람들은 즐겁지만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정말 무더위에 고생을 한다면서 음식을 먹고 건강해야겠다고 한다. 5월 중순의 더위가 32도가 넘는다는 날. 봉사를 하는 수원여성나눔회 회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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