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우거진 오현초등학교 뒤편 황구지천 길

 

길은 걸어보아야 한다. 걷지 않고 차로 휑하니 다녀오면 그 길의 진가를 모른다. 길이란 걸을 때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에 붙들려 살지만 그래도 다만 짧은 거리라도 걸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 길에서 모든 것을 다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길에서 배우는 인생의 지혜가 어디 하나, 둘뿐이던가?

 

예전에는 답사를 하기 위해 하루에 20km씩 걷던 날도 있었다. 이제는 고작 4km 정도를 걸어도 힘이 버겁다는 느낌이다. 그만큼 세월이 지났다는 것인 듯하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했던가? 이제는 그 말을 실감한다. 그래도 갑갑한 도심을 벗어나 잠시 동안이나마 걸을 수 있는 길들이 수원 지천에 깔려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그 길이 그 길이지. 길이 다르면 얼마나 다르다고 호들갑을 떨어?”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난 그 말을 들으면서 한 번 걸어본 후에 그런 이야기를 하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길은 느끼는 것이다.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느낀다. 그리고 그 변하는 하나하나를 느낀다. 그것이 바로 길을 걷는 재미이다.

 

 

오현초등학교 뒤편 녹음 길

 

수원시 권선구 서수원로 220에 소재한 오현초등학교 뒤편으로는 황구지천이 흐른다. 오목천교 위에서 황구지천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황구지천 주변에는 녹음이 우거진 길이 있다. 봄이 되면 벚꽃이 터널을 이루는 이 길은, 지금은 녹음이 우거져 길 안으로 들어서면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28, 오목천동 삼송장승제 현장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린 황구지천 벚꽃 길. 그 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주변 가까이에 이렇게 좋은 길이 있는데도 사람들은 왜 굳이 그 먼 길을 힘들게 달려가는 것일까? 길은 어디에나 있다. 그 길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뿐이다.

 

 

그 녹음이 우거진 길 끝에서 사람들이 걸어온다. 타박타박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운동이라도 나왔나보다. 이 길 주변 오현초등학교 맞은편에는 대단위 아파트들이 몰려있기 때문에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이 길을 자주 걷는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데 남녀 두 사람이 앞에서 열심히 포즈를 취한다. 그들도 이 길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나 보다. 사람들은 좋은 길을 만나면 사진 촬영을 마다하지 않는다. 마치 터널처럼 벚꽃나무들이 우거진 이 길에 누군들 빠져들지 않겠는가? 자신들이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하다.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 같은 이 길에서면 누구나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이런 길에서 쉬어간들 어떠리?

 

왕송저수지에서 고색교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9.2km황구지천 자전거 길이기도 하다. 그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을 들라고 하면 당연히 오현초등학교 뒤편 벚꽃나무 길이다. 오목천교에서 이 녹음이 우거진 길로 들어서는 초입에는 쉬어갈 수 있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서 황구지천 사진을 촬영해도 멋진 사진 한 장을 가질 수 있다.

 

예전에는 이 곳 벚꽃 길이 끝나는 자리에 수인선 철교가 있어 나름 아름다운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지금은 지하철 공사로 인해 다리는 사라져버렸지만, 늘 이곳을 들리면 그 사라진 철교가 안타깝기만 하다. 그대로 보존이 되었더라면 옛 수인선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쉼터에 앉아 무심히 흐르는 황구지천을 내려다본다. 늘어진 나뭇가지가 물에 닿을 듯하다. 아마 때 이른 더위와 가뭄에 해갈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잠시 틈을 내어 걸어본 황구지천 벚꽃나무길. 이런 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걷지도 않고 길을 논할 수는 없다. 잠시 시간을 내 이 길을 걸으며 여름을 느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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