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 미나리광 노인정에서 갈비탕 대접

 

엊그제 입추가 지나더니 날씨가 제법 선선한 기운이 감도는 듯하다. 그렇게 찌는 듯 덥던 날씨도 시간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그래도 한 낮에는 아직 따가울 정도의 볕이 내리쬔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서는 가급적 한 낮의 취재를 피하는 법이지만, 딱 점심시간에 걸린 취재는 어쩔 수 없다.

 

8일 오전부터 팔달구 수원천로264번길 22(지동)에 소재한 미나리광 경로당에서 더운 날인데도 무엇인가를 커다란 통에 삶아내고 있다. 안을 들여다보니 소갈비와 각종 야채 등을 넣어 삶고 있다. 갈비탕을 끓이는 중이라고 한다. 지동 지역단체인 바르게살기운동 지동위원회(위원장 김은숙)에서 경로당 어른 35명에게 갈비탕과 떡, 과일 등으로 점심을 대접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동은 각 단체들이 돌아가면서 마을의 어른들을 대접하고 있다. 이렇게 어른들을 잘 모시는 것은 지동이 원도심이기 때문이다. 수원시의 노인인구는 약 9% 정도라고 한다. 수원은 그만큼 젊은도시이다, 하지만 지동의 노인인구가 18.9%에 달한다. 거의 20% 가까운 주민들이 노령인구에 속하는 마을이다.

 

그런 상태이다 보니 마을에 젊은 사람보다 노인들이 더 많이 눈에 띤다. 대개는 이 마을에서 30~50년을 거주하고 있는 어른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6곳의 경로당이 상대적으로 비좁다는 것도 지동이 노령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동만큼 노인공경과 노인복지가 잘 된 곳도 그리 흔치 않다.

 

 

한 달에 한 번 돌아가면서 봉사

 

지동 바르게살기운동 지동위원회 회원 몇 명이 주방에 앉아 전도 부치고 떡을 썰고 있다. 한편에서 지동행정복지센터 박란자 동장에 과일을 닦느라 바쁘다. 바르게살기위원회 김은숙 위원장은 저희 바르게살기운동위원회는 지동 관내 6개 경로당(못골, 신복, 지동, 미나리광, 동문, 진우아파트)을 돌면서 한 달에 한번 씩 점심을 대접해드려요. 지동 관내에 경로당을 일 년이면 한 곳을 두 번 정도 봉사를 하게 되죠라고 한다.

 

이날 미나리광 경로당 점심대접으로 준비한 음식은 갈비탕과 떡, , 포도와 수박, 김치 등이다. 시간보다 미리 찾아 온 어른들은 상에 들러 앉아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박란자 동장은 바르게살기운동 지동위원회 김은숙 위원장과 회원들이 어른들을 모시고 점심을 대접하기 위해 더운 날 애를 쓴다다 같이 박수로 감사를 표하자고 했다.

 

날이 선선해지긴 했다지만 그래도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은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아무래도 이렇게 더운 날 불 앞에서 전을 부치고 갈비탕을 끓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기다리고 있는 어른들을 생각해 손을 쉬지 못한다. 한편에선 갈비탕이 잘 익었는지 하나를 들어 입에 넣고 맛도 본다.

 

 

동은 어른들을 잘 섬기는 마을

 

상을 앞에 놓고 기다리는 어른들은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다. 갈비탕이 익는 냄새며 한 상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 때문이다. 점심 한 그릇을 대접하는 손길이지만 그 안에 가득한 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성들여 잘 차려진 음식을 드시는 어른들이 이 여름을 잘 나셨으면 좋겠다는 한 회원은 연신 더 드시라고 권한다.

 

우리 지동처럼 어른을 잘 섬기는 마을이 없어요. 지동행정복지센터 각 단체들도 잘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자동은 어른들을 잘 섬겨요. 이런 마을이 있기 때문에 지동으로 연세가 드신 분들이 모여드는 것 같아요

 

경로당에서 만난 어른 한 분은 수원뿐만 아니라 몇 곳을 살아보았지만 지동처럼 어른을 잘 모시는 마을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지동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녀들은 인근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나이가 먹어 그런 곳을 찾아가면 소외감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른 잘 모시는 지동이 좋다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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