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땅에서 자란 고구마가 빛깔이 너무 고와요“
지동 문화재보호구역에 마련한 힐링텃밭 고구마 캐기
“이곳이 건물이 있던 곳입니다.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거주하던 주민들이 이주하고 난 뒤 건물을 철거한 자리에 고구마 파종을 해 걱정했는데 그래도 이 고구마 좀 보세요. 척박한 땅에서 자란 고구마치고는 빛깔이 너무 좋아요”
20일, 팔달구 지동 창룡마을 창작센터 인근에 마련한 힐링텃밭. 이곳은 몇 년 전부터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난 뒤 보상을 받은 주민들이 떠난 곳이다. 그 중 건물을 철거한 후 일부에는 야생화와 메밀, 코스모스씨 등을 파종했고, 일부는 채소를 심어 힐링텃밭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곳 힐링텃밭교육은 초록지기들이 맡아서 운영했으며 지난 4월 28일 40여 명의 신청자들이 참석하여 텃밭에 관한 교육을 받고 직접 텃밭을 분양받았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 교육을 받고 텃밭을 관리하는 등 그동안 탓밭 운영자들은 이곳에 많은 공을 들였다. 물론 중간에 잘 자란 채소를 먹을 만큼 수확하기도 했다.
“그동안 정말 고생들이 많았어요. 올해는 유난히 날이 덥고 비가 오지 않은데다 기온이 필요이상으로 높다보니 모든 채소들이 말라버리기도 하고 물이 모자라 타죽기도 했다는 이야길 들으면서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정성을 들였죠. 그래서인가 우리 지동 힐링텃밭은 작황이 상당히 좋았어요”
‘땅은 거짓이 없다’는 옛말 그르지 않아
지동주민 한 사람은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힐링텃밭 농사가 상당히 힘들었다고 한다. 날이 무덥고 가물어 땅이 메말라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딴 곳에 비해 작황이 좋아 다행이라고 하면서 고구마 밭으로 향한다. 이날 공동으로 농사를 지은 고구마를 캐는 날이기 때문이다.
“땅이 좋지 않은데다 비료를 주지 않았는데 고구마가 많이 달렸네요”하고 한 사람이 이야기하자 “고구마는 비료를 주면 안돼요. 그냥 잘 키워야죠”라고 누군가 답을 한다. 고구마를 모종을 사다가 정성껏 심었다고 하면서 워낙 종자도 좋고 이곳이 땅이 척박한 것 같아도 정성을 들이면 채소들이 잘 자라는 땅이라는 것이다.
고구마 줄기를 걷어내고 흙을 파내자 붉은색을 띤 고구마들이 줄줄이 이어 나온다. 고구마를 캐는 사람들이 환호를 지른다. 근 6개월을 정성들여 키워낸 작물을 만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년에 이곳이 문화재보호지역으로 정비 공사를 시작하면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더 간절한 것인가도 모르겠다.
그동안 정들었던 텃밭에서 수확한 고구마로 라떼도 만들어보고
이날 힐링텃밭 수확에 모인 20여명의 텃밭 운영자들은 먼저 캔 고구마를 잘 씻어 집에서 누구나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고구마라떼(latte)를 만드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그동안 텃밭 운영자들은 진행하는 과정을 일일이 사진을 촬영해 보관하기도 하는 등 텃밭 운영을 하면서 그 시간 시간을 일일이 담아두기도 했다.
“힐링텃밭에서 캔 고구마가 큰 상자로 10개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처음 농사를 지어서 함께 수확한 농작물이기 때문에 의미도 더 큰 것 같고요. 고구마는 농사를 지은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나누었어요”
하루 종일 여기저기 다니면서 취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들린 지동 창룡마을 창작센터. 봉지에 담겨있는 고구마들이 보인다. 농사를 짓고 수확에 참가하지 못한 텃밭운영자들에게도 모두 분배를 했다는 것이다. 4월부터 6개월 정도 함께 지동 힐링텻밭을 운영한 초보농사꾼들, 그들에게 이 고구마가 주는 의미는 상당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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