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를 깨자’

 

여주군의 도자기축제장 한편의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노래의 가사이다. 참 축제 중에는 희한한 이벤트가 다 있다. 그것도 지역 주민들의 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을 했단다. 여주군에서는 도자기축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접시깨기대회’를 열어 일부 지역주민들에게서 볼멘소리를 듣고 있다.

 

4월 21일부터 시작한 도자기축제는, 5월 13일까지 여주군 북내면 신륵사 관광단지에서 열린다. 이 축제 기간 중 매일 한 차례(주말에는 2회)씩 모두 27회에 걸쳐 ‘접시깨기 대회’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대회를 위해 준비한 접시는 일인당 3회에 걸쳐 벽에 던진다. 그 중 가장 큰 파편의 길이를 재어서 가장 작게 조각을 낸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다. 안전을 위해 헬멧을 쓴 사람들은 힘껏 벽에 접시를 던져 박살을 내는 것이다.

 

이 행사는 여주군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지역 도예인들이 생산한 도자기의 재고량 해소를 위해서 마련한 이벤트라고 한다. 접시깨기 예산 1억4천여 만원은 전액 경기도의 시책추진비로 충당된다.

 

접시깨기 이벤트에 쓰이는 1천 5백여 만원 상당의 접시와 도자기는, 여주군이 지역 내에서 생산된 불량 도자기나 재고품을 구매해 조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지역주민들은 접시깨기를 위해 관람객들은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지만, 그런 행사가 오히려 도자축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안 좋은 인식을 심어 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아요”

 

‘접시깨기’에 도전한 한 관람객의 말이다. 이 행사는 대회참가비를 1인당 5,000원을 받고 그릇 세 장을 준다. 그것을 5m 앞 과녁을 향해 던져 파편의 길이로 승부를 가르는 방식이다. 매일 파편의 길이가 가장 짧은 참가자를 뽑아 도자교환상품권을 준다는 것.

 

이런 축제의 이벤트를 보면서 북내면 서원리에 거주한다는 이아무개(남, 51세) 는 어이가 없다면서 일침을 놓는다.

 

“미쳐도 단단히 미친 짓이죠. 도자기축제 예산 중 18.3%나 되는 1억 4천에 이 넘는 예산을 저렇게 깨버리고 있습니다. 구경꾼들 스트레스는 풀릴 줄 몰라도 지역사람들은 저런 것을 보면서 스트레스가 더 쌓입니다.”

 

 

 

특히 지역의 일부 문화예술인들은 이런 여주군의 처사에 대해 못마땅하다고 한다.

 

“참 어이가 없습니다. 저렇게 1억이 넘는 예산을 깨버리는 군 당국이, 지역예술인들의 행사 예산은 모두 삭감처리를 했습니다. 단체들이 공들여 쌓아 온 축제를 행정당국에서 하겠다는 것이죠. 그런 발상이 이런 어이없는 이벤트가 나온 듯 합니다”

 

여주군은 이 접시깨기 행사에 7천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내걸고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행사기간에 매일 13명을 뽑아 5만~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주고 있다. 이 입상자 가운데 폐막 전날에 351명이 참여하여 최종 우승자에게 3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군의 관계자는 여주를 전국적으로 알리고, 도자생산업체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부 지역주민들은 이런 행사에 대해 ‘한 마디로 일부 업자들을 위해 마련한 웃기는 이벤트’라며 쓴소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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