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지보(李祘之步)’에 눈길이 멎다
한 올 한 올 놓아진 수가 화려한 임금의 능행차도로 재조명되었다. 많은 시간을 땀과 정성으로 가득한 작품들이 화성 행궁 앞에 자리한 수원문화재단 수원화성 홍보관 지하 1층에 자리한 기획전시실에서, 10월 25일까지 ‘이성지보(이성의 발걸음)’이라는 제목으로 전시 중에 있다. 전통자수로 만나는 정조대왕의 발걸음이다.
정조대왕의 이름은 ‘이산(李祘)’이다. 하지만 산(祘)은 수를 셈하다의 뜻도 있지만, 살핀다는 뜻으로 성의 뜻도 함께 갖고 있다. 작품은 정조대왕의 능행차 반차도에는 정조대왕의 권위와 함께 아버지 사도세자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향한 아들 이성의 효심이 녹아있어, ‘이성의 발걸음’으로 명명하였다고 한다.
정조대왕의 효심
정조대왕은 1795년 윤 2월 9일부터 윤 2월 16일(양력 3월 28일 ~ 4월 5일)까지 8일간 화성 능행차를 실시하였다. 이 동안에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참배하고 과거시험을 치렀으며, 양로연 등의 행사를 거행하였다. 이러한 장면을 그림으로 묘사한 ‘화성능행도’는 조선시대의 행사 기록화 중, 가장 풍부한 내용과 장대한 묘사법이 사용된 작품이다.
정조는 8일간의 능행을 마치고 환궁하여 ‘원행을묘정리의궤’의 머리에, 행사의 내용을 묘사한 도설(圖說)을 제작하도록 정리소에 지시하였다. 능행 차 1년 후인 1796년에 당시 최고의 화원이었던 김홍도를 비롯하여 이인문, 김득신, 최득현 등이 참여하였다. 8폭의 화성능행도는 화성성묘전배도, 낙남헌방방도, 서장대성조도, 봉수당진찬도, 낙남헌양로연도, 득중정어사도, 시흥환어행렬도, 노량주교도섭도 등이다.
6천여 명의 능행차 인원 중 1천 7백여 명을 그려
반차(班次)란 ‘임무나 등급에 따라 나뉜 순서나 절차’라는 뜻이다. 반차도는 중요 행사 장면을 미리 그림에 그려 실제 행사에서 착오가 없도록, 참여자 각각의 역할을 익히고자 제작한 것이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수록된 정조의 화성행차 반차도에는 1천 7백여 명의 인원이 등장하고 있지만, 실제 인원은 6천여 명이 참가를 했다고 한다.
두루마리 형태로 제작된 반차도는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 ‘수원능행차반차도’로 전해지는 15m 길이의 종이에 채색된 반차도가 있다. 이 반차도는 원행정리의궤와 등장하는 인물의 배치와 숫자가 정리의궤의 반차도와 동일하다. 또 제작연대를 알 수 없는 두루마리 형태의 반차도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성지보’는 전 이화여대 이화학술원 석좌교수였던 한영우 교수가 직접 채색하여 복원한 반차도를 기초로, 한국전통자수연구가인 박인자 선생이 자수로 재현한 작품들이다. 제작과정에서 한영우 교수의 감수를 받아 면밀히 검토를 한 후에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다. 기획전시실에 전시가 되어있는 작품들은 능행차도, 봉수당진찬도 등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가 있다.
한 올 한 올 땀과 정성이 깃든 작품
수를 놓은 것이라고는 믿기지가 않는다. 그저 채색을 한 그림으로 알았다. 19일 오후 홍보관 기획전시실에서 만난 박인자 선생은
“이 작품들은 모두 한영우 교수님의 채색 복원한 반차도를 기초로 제작하였습니다. 교수님은 저희가 자수로 반차도 중 혜경궁 홍씨의 가마를 중심으로 한 부분을 일반에게 공개하도록 허락해주시고, 자수로 표현되는 반차도에 마음이 설렌다고 표현을 하셨습니다.”라고 한다.
현 홍예문화원 원장인 박인자 선생은 경기도 새마을 여성기능경진대회에서 수상(1981)을 한 것을 비롯하여, 한국전통자수문인협의회 회원전 회장(이학)상 수상(1989), 단원미술제 수상(2012) 등 많은 수상경력과 함께, 많은 전시와 해외 강의를 하였다.
올해만 해도 안양여성인력개발센터 명인특강, 수원 아름다운 행궁길 갤러리에서 ‘의미(衣美) 전시, 삼성노블카운티 NC갤러리에서 ’궁궐이야기‘ 전시, 연합뉴스 뉴스Y에 한국전통 자수 명인으로 소개, JTBC 드라마 ’맏이‘에 자수지도 및 협찬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능행차도를 표현한 박인자 선생의 <이성지보> 전시장을 찾아가, 우리 전통자수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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