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심인도’를 찾아 남원 승련사를 가다
2011. 5. 19. 06:12
|
◉ 기억해야 할 것들이/석조조형물
남원시 산동면 식련리 221번지에 있는 승련사는 원래 ‘금강사지’라는 폐사지였다. 이 금강사지는 문수보살의 성지로 전해진다. 이곳의 삼성각 뒤편에는 높이 2m 정도에 길이가 10m 정도 되는 바위들이 있다. 여러 개의 조각으로 된 바위들이 줄을 지어 있는데, 이 바위에 희한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다.
이 바위를 마을 사람들은 ‘기차바위’라고 부른다. 길게 늘어선 것이 기차와 같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그런데 이 바위의 넓적한 면에는 밀교의 문양인 유가심인 2점과, 그 옆에 내려 쓴 ‘옴마니반메훔’이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런 밀교의 문양이 왜 이곳 옛 사지 인근 바위에 새겨진 것일까?
우주의 이치를 상징한 유가심인도
유가심인도는 우주의 이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높이가 70cm 정도로 음각한 유기심인은, 극락 만다라의 세계를 표현했다고 한다. 이는 깨달음의 최고 경지를 공으로 표시를 했으며, 그 위쪽은 부처님의 모습을 형상화 하였다는 것이다.
승련사 주지인 경헌스님은 이곳 폐사지에 들어와 처음으로 절을 중창하고, 이 유가심인도를 보고는 무당들이 이곳에 와서 부적을 파 놓은 것으로 알았다고 한다.
“처음 이곳에 들어와 저 바위에 있는 그림을 보고는 무당들이 이곳에 부적을 파 놓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오대산 적멸보궁 뒤에도 같은 그림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알아보니 밀교의 문양이라는 것이죠. 고려시대에 이곳이 밀교의 수행도량으로 유명했나 봅니다.”
“이런 밀교의 문양인 유가심인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옛 스님들이 이곳 폐사가 된 금강사에 거처를 정하시고, 저 그림을 부처님의 고행상으로 알고 정진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가심인은 얼핏 보면 부처님이 가부좌를 틀고 앉은 것처럼 보인다. 마치 팔과 몸 다리를 어느 지방의 장인이 조각을 하다가 완성을 하지 못한 듯하다.
“저 유가심인은 머리가 없어요. 아마도 부처님을 상징할 때 저기까지만 조각을 하고, 그 위는 우주를 머리로 삼았다고 볼 수 있죠”
마치 머리가 없는 마애불을 조성한 듯한 유가심인도. 그 위에 머리는 우주가 된다고 하니, 그 깊은 깨달음을 알 수가 없다.
삼성각 뒤편으로 돌아가 바위를 유심히 살펴본다. 이곳은 고려 때 절이 있었다고 하는 곳이다. 금강사라는 절이 어느 시기에 무슨 이유로 사라졌는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다. 다만 고려 때의 절이라고만 전해질 뿐이다. 남원지역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수많은 절들이 화재로 인해 폐사가 되었다. 혹 금강사도 그 당시에 소실이 된 것이나 아닌지.
바위에는 유가심인도 2점과 옴마니반메훔이란 글씨 말고도, 여기저기 무엇인가를 조성한 흔적들이 보인다. 잘못 본 것인지는 몰라도 안상과 같은 형태로 파 들어간 듯도 하다. 아마도 이 절이 고려시대의 절임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