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성의 ‘Dust-Monitor 시리즈전을 보다

 

수원은 문화와 역사가 공존하고 있는 도시이다. 어디를 가나 역사가 있고 문화가 있다. 하기에 수원을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있는 도시라고 한다. 수원은 그만큼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기해년 설 명절 연휴가 끝나는 6일 찾아간 행궁동.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186-3에 소재한 이데알레라는 카페에서 만난 전시회. 그동안 우리가 흔히 보아오던 그런 전시가 아니다. 한 마디로 파격적인 사진전이다.

 

나는 지식에 대한 부족함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평생 책을 가까이하며 작업을 해왔는데 어느 때부터인지 컴퓨터로 세상을 보고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고,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제는 컴퓨터 없으면 사진도 못할 것 같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 문득 전원이 꺼져있는 모니터에 눈길이 갔다. 세상 모든 것을 보여주던 모니터가 어둠만 남은 감은 물체로 나와 마주한 것이다

 

남기성 작가가 작가노트에서 밝힌 말이다. 그런 모니터에 달라붙은 먼지를 보면서 남기성 작가는 생성과 소멸을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 생성과 소멸을 그려낸 작품이 바로 228일까지 신풍동 작은 카페에서 전시하고 있는 먼지감시기(Dust-Monitor) 시리즈라는 작품전이다.

 

마침 남기성 작가가 카페에 나와 있었다. 남기성 작가가 열고 있는 사진전은 ‘Dust-Monitor 시리즈라고 한다. 벽면에 걸려있는 사진들은 흡사 밤하늘에 있는 별무리를 촬영해 놓은 듯하다. 그런데 이 사진들이 별무리가 아닌 컴퓨터나 TV 모니터에 붙어있는 먼지라고 소개한다. 작가는 이렇게 작품사진을 촬영한 지 10년이 지났다고 한다.

 

작가 남기성은 사진작가로 활동한 지 4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몇 곳에서 작가의 작품사진을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작가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없다. 그런 작가를 만난 것이다. 40여 년이란 시간동안 사진촬영을 하고 작품전시를 한 작가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진작가이다,

 

 

2009년부터 먼지를 작품으로 담아내

 

우리말로 먼지감시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작가의 전시회 제목. 시리즈라고 제목을 붙인 것을 보아도 작가가 먼지에 대해 그동안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작가에게 왜 하필이면 먼지를 선택했느냐?”고 질문을 해보았다. 사실 이런 질문을 작가에게 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다.

 

“2009년도에 사무실 바닥을 청소하다가 먼지를 쓰레받기에 담아 그것을 한 번 살펴보았어요. 상당히 많은 양의 쓰레기들이 먼지라는 것을 느꼈죠. 그 안에는 벌레가 죽은 것들도 있었는데, 그 먼지를 훑어보다가 결국 인생도 그렇게 먼지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모니터에 붙어있는 먼지를 촬영하기 시작했죠

 

작가는 인생 자체가 먼지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이 지구도, 우주도 다 먼지가 모여서 형성된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 먼지를 촬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이크로 렌즈를 이용해 촬영한 화면은 밤하늘에 널린 별들을 촬영한 듯하다. 작가는 그런 모니터에 붙은 먼지를 특수촬영으로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진작업으로 얻어낸 작품세계

 

남기성 작가는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많은 개인전과 단체전 등에 작품을 출품했다. 중요개인전만 해도 1995<생명의 터>(경기도문화의 전당. 수원), 1997<이의동 산 102번지>(뉴코아갤러리. 수원), 1998<이의동의 들꽃>(갤러리 그림시. 수원), 2001<화성의 성벽>(수원미술전시관. 수원), 2008<돈 시리즈>(하가시가와 갤러리 일본 홋카이도), 2012<먼지 시리즈>(시드갤러리. 수원)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어려서부터 사진촬영 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사진작가가 작품 활동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게 사진을 갖고 지금까지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사진을 촬영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된 셈이죠. 먼지시리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우리주변에도 먼지투성이고 사람도 먼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 것이죠

 

작가의 작품세계는 항상 상상을 뛰어넘는다. 남기성 작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차 빠져드는 것은 그런 작가의 상상력 때문이다. 아무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모니터에 앉은 먼지를 촬영해 작품으로 만든다는 사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잠시 동안의 만남이었지만 작가들이 작품을 생성해 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어려움인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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