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지나무',  말로만 들었다. 나무 줄기 안이 비어있고, 그 속에 또 다른 줄기가 자란다는 나무이다. 사방지나무의 실체는 정읍에 존재하고 있었다. 전북 정읍시 흑암동 에 소재한 전라북도 기념물 제74호로 지정된 ‘정충사지(旌忠祠址)’. 정충사지는 조선 인조 10년인 1632년에 세운 서원이다. 그 후 조선조 효종 8년인 1657년에는 임금이 직접 글씨를 쓴 액자를 하사 받은 사액서원이기도 하다.

고종 5년인 1868년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해체되었다가, 1964년 지방 유림들에 의해 새로 지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충사에는 임진왜란 때 전사한 동래부사 천곡 송상현을 비롯하여, 무장공 신호, 장무공 김준의 제사를 모시고 있다.


한 뿌리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 나무는 다시 하나로 붙어서 자라고 있다


정충사 입구에 늘어선 이상한 나무들

지난 9월 4일, 정읍과 고창을 답사하면서 들린 정충사지.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갑자기 갈래 길이 나오고 이정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찾아다니다가 보면, 이런 일이 허다하다. 길이 갈라지면 작은 안내판 하나라도 붙여 놓으면, 모처럼 문화재를 찾아 나선 길이 수월하련만.

마침 마을 분이 계셔 정충사를 물어 찾아갈 수가 있었다. 그런데 마을 작은 냇가에 큰 느티나무들이 서너 그루가 이상하다. 나무의 속이 비어버린 것에서부터, 뿌리는 하나인데 줄기가 갈라졌다가 다시 붙었다. 어째 이런 나무가 있을까? 연리지도 아니고, 이것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속이 비어있는 나무는 그 안에 또 다른 표피를 가진 줄기가 자라고 있었다. 나무 안에 또 다른 나무라니. 그리고 그 위편으로 여성의 생식기와 같은 형태가 보인다. 사방지라 불리는 이상한 형태의 나무는 그렇게 나무가 속이 빈 안에 또 다른 줄기로 자라고 있다. 


거기다가 속이 텅 비어있다. 그런데 그 빈속에서 또 다른 줄기가 자라고 있다. 어떻게 이런 형태로 나무가 자랄 수가 있을까? 나무는 생육상태도 나쁜 편이 아니다. 수령은 600년 정도가 되었다고 하는 이 나무는, 어르신들이 쉴 수 있는 그늘까지 만들고 있다.

“그 나무 사방지여”

혹 ‘사방지’라는 조선조의 인물을 들어보았는지 모르겠다. 이 사방지에 대한 설은 분분하다. 사방지가 궁에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하고 있는데, 사방지는 조선 성종 때 실제 인물이라는 것이다. 사방지는 외형적으로는 분명한 여자인데, 태어날 때부터 기형으로 태어났다는 것이다. 즉 낮에는 여성인데, 밤이 되면 남성이 된다는 것.


수령이 600년 정도라고 마을 어르신들이 이야기를 하는 이 나무. 정말로 '사방지'가 이곳에 나무로 환생을 한 것일까?


설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한 몸에 남녀의 성기를 함께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 밤이 되면 남자노릇을 할 수밖에.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나무를 보고 있는데, 한 어르신이 말씀을 하신다.

“그 나무 사방지여”
“예, 사방지라뇨?”
“그 나무를 잘 봐 줄기가 터진 안에 무엇이 숨어있나”“
“여기 말인가요?”
“그려, 그것이 무엇 같은가?”
“글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영락없는 사방지이다. 한 뿌리에서 두 가지로 갈라져 나온 나무, 그리고 다시 하나로 합해졌는데 속은 비었다. 그리고 그 빈 속 안에 또 다른 줄기가 있다. 줄기의 표피까지 완연하다. 그것이 바로 숨은 남성이라는 것이다. 겉으로는 여성의 생식기와 같은 모습이 보인다. 어르신 말씀처럼 사방지라는 표현이 딱일 듯하다. 괜히 오래 이 나무를 들여다보는 것도 멋쩍어 보인다.

문화재답사를 하다가 우연히 만난 이상한 나무 한 그루. 가끔은 이런 재미난 일이 있어 답사 길이 즐겁다. 무료하기만한 답사가 주는 또 다른 재미가, 바로 어르신들께 듣는 희한한 이야기 한토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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