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갤러리

 

남문 로데오 거리. 수원 화성 팔달문 옆 팔달산으로 오르는 곳부터, 수원 향교를 지나 도청으로 올라가는 길까지를 말한다. 이곳이 한 때는 젊은이들이 하루 종일 거리를 활보했던 곳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이 거리에서 자신의 젊음을 마음껏 발산하면서, 거리를 젊게 만들었다. 그랬던 거리에 젊은이들이 떠나버렸다.

 

90년대 초만 해도 이 거리에는 극장이 6곳이나 있었다. 그 극장 앞에는 늘 젊은이들이 장사진을 이루었으며, 사람들은 이곳을 로데오거리라고 불렀다. 그만큼 활발하던 거리였다. 31일 찾아간 수원시 팔달구 남문 로데오거리. 이 젊은이들이 떠났던 로데오거리에 젊은이들이 찾아들고 있다.

 

주차장 외벽에 갤러리를 조상공사를 하고 있다. 지역 작가들의 그림을 전시할 곳이다

 

애경백화점, 롯데쇼핑몰 이겨낼 수 있어야

 

로데오거리는 1990년대 초만 해도 젊은이들로 하루 종일 북적였던 곳이다. 하지만 수원역에 애경백화점이 문을 열면서, 젊은이들이 수원역 앞으로 옮겨갔다. 6개의 극장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젊은이들이 떠난 자리는 마치 커다한 동공이 뚫린 듯 허전하기만 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로데오거리에 또 하나의 악재가 겹쳤다. 바로 수원역사 뒤편에 대형매장인 롯데쇼핑몰이 들어오기로 한 것이다. 롯데쇼핑몰이 들어오면 더 어려운 난관이 닥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상인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는 것. 이런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한 자구책을 상인들과 지역예술가들이 마련하기 시작했다.

 

로데오거리에 있는 작가들과 지역 예술가들이 2012년부터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아름다운 테마거리 가꾸기를 추진하고 있다. 장기간 경기침체로 폐업중인 상당수의 빈 가게를 활용하여 야간조명을 설치하고, 그곳에 작품을 전시함으로서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는 거리를 아름다운 테마거리로 변화시키는데 성공을 한 것이다.

 

로데오 갤러리 1관. 앞으로 이런 작은 전시 공간을 더 마련한단다 

 

거리자체가 갤러리로 변해

 

31일 오후에 돌아 본 로데오거리. 거리 곳곳에 젊은이들이 보인다. 그동안 떠났던 젊은이들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눈에 띠게 많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거리가 젊게 변하고 있었다. 거리에는 커피숍들이 문을 열고, 나름대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지금이 오히려 우리 로데오거리가 살아날 수 있는 호기인 줄도 모르죠. 상인들이 모두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단합이 잘 될 수도 있으니까요. 더구나 교동창작촌을 중심으로 화가들이 로데오거리를 거대한 갤러리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교동에서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는 한 주민은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이야기를 한다. 로데오거리 여기저기에는 많은 그림들이 걸려있다. 가로등에도 작가들의 그림이 걸려있어, 무심코 지나는 사람들도 위를 쳐다보고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남문 로데오상인회(회장 김한중)에서는 주차장 외벽에 야외 갤러리를 마련하느라 바쁘다.

 

그동안 문을 닫았단 영화 사영관들도 다시 시작한다 

 

이 갤러리에도 지역의 화가들이 작품을 그린다고 한다. 로데오거리 한편에는 로데오 갤러리 1이라는 작은 전시 공간이 생겼다. 지역 작가들의 그림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앞으로 자투리땅을 이용해 이런 갤러리를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과거의 젊음의 거리를 되찾기 위한 지역주민들의 노력이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지금은 아무도 그 물음에 대답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지역주민들과 상가번영회, 지역의 작가들이 하나로 힘을 합칠 때, 곧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를 한다. 더구나 그동안 굳게 문을 걸었던 중앙극장이, 12월 초에 개관을 하려고 준비 중이기 때문에.


소나무 가지에 새들이 앉아있다. 부엉이도 있고, 비둘기도 보인다. 이렇게 소나무 가지에 앉아있는 새들은 살아있는 새가 아니다. 나무를 깎아 소나무 가지 끝에 올려놓은 나무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새가 있는 곳마다, 나무 가지가 부러진 듯하다. 처음에는 부러진 나뭇가지가 보기 흉해, 새를 조각해 놀려놓은 줄로만 알았다.

3월 20일, 1박 2일의 황사가 자욱한 속에서 답사를 마치고, 용인에 있는 한 커피숍에 들렸다. 피곤한 다리도 쉴 겸 지인들과 차를 한 잔하기 위해서이다.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에 있는 이 커피숍의 주차장에는 참 좋은 차들만 들어서 있다. 주변이 요즘 말로 ‘잘 나가는 동네’인 듯하다.


생나무를 잘라 조각을(?)

차를 마시고 길을 나서기 위해 밖으로 나오다가 보니, 들어갈 때는 보지 못했던 조각들이 나무 가지 위에 보인다. 새를 조각을 해 놓았다. 커피숍 앞마당에 있는 두 세 그루의 소나무 가지에 새들이 올라 앉아있다.

처음에는 그저 나무가 부러진 것이 보기가 안 좋아서, 그 위에 나무로 새를 조각해 올려놓은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새가 있는 가지마다 다 부러진 듯하다. 왜 이렇게 이 집의 소나무 가지만 부러져 있는 것일까? 나무로 가까이 가서 새들을 조각한 곳을 살펴보았다. 따로 조각을 해 올려놓은 것이라면, 당연히 나무줄기의 두께보다 일부분이라도 위로 치며 올라와야 한다.



그런데 새들이 앉은 가지는 위에 조각을 한 새들과 굵기가 동일하다. 그리고 보이 이음새가 보이지를 않는다. 한 마디로 새를 조각하기 위해 멀쩡한 가지를 자르고 그 잘려나간 부분에 새를 조각했다는 것이다.

예술품으로 보아야하나? 그럼 잘려나간 가지는

밋밋한 소나무 가지가 보기 싫어서 이렇게 조각을 한 것일까? 아니면 이렇게 소나무 가지를 잘라 새를 조각해 놓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을 한 것일까? 만일 이것이 바람이나 어떤 자연적인 작용에 의해 잘려나간 가지가 보기 싫어 조각을 해 놓은 것이라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흉한 잘린 가지를 보기 좋게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각을 하기 위해 일부러 나뭇가지를 잘랐다고 하면,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생나무 가지를 잘랐다는 것이니 어떤 이유로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잘려진 나뭇가지 위에 올려 진 새들이 아름답기보다는, 왠지 흉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까지 조각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아름다운 반지 하나를 끼우자고 손가락 살을 잘라내는 것이나 한 가지가 아닐까? 소나무도 많이 아팠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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