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작가가 보여주는 각종 시작을 보다

 

시작이라는 말은 늘 설렌다. 사전적 의미의 시작은 순서의 처음을 삼다무슨 일이나 행동을 처음으로 행하거나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시작이라는 용어는 처음과 상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쉬었다가 또 시작하는 행위는 다시라는 표현이 따르기 때문에 다시 시작이 된다. 하지만 순수하게 시작이라는 말은 중단했다가 또 하는 행위가 아니라 처음이라는 것에 더 의미가 있다. 지금(Now on)'이라는 것이다.

 

팔달구 화서문로 76-1에 소재한 예술공간 봄의 전시실을 찾아가면 다양한 시작을 만날 수 있다. ‘8회 십년의 약속 회원전으로 열리는 ‘2019 시작(Now on)’이다. 권혁인, 임교수, 최대용, 박성진, 박주극, 최시영 등 6명의 작가가 보여주는 ‘2019 시작은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 23일 오전, 갤러리가 문을 여는 시간을 기다려 전시실을 찾아갔다.

 

일단 시작했습니다. 생각도 마음가짐도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고, 쉬운 일이 아님을 알면서도 시작에 한 발을 올려놓습니다. <시작>에는 늘 설레임이 있습니다. 스스로 북돋는 용기와 다짐,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가벼운 긴장감도 있습니다. 또한 시작은 너무나 풍성하고 다양한 의미들을 가집니다

 

 

작가들이 생각하는 시작의 의미

 

작가들은 ‘2019 시작전을 준비하면서 설레었다고 한다. 6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시작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공간 봄의 시작전이 열리는 공간을 들어서면 중앙홀을 중심으로 좌측에 작은 두 개의 전시공간, 그리고 우측에 조금 넓은 한 개의 전시공간이 있다. 이 공간을 6명의 작가가 나누어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사랑의 시작은 권혁인 작가의 작품이다. 모든 만물의 시작은 사랑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작가는 곤충의 사랑으로부터 인간의 사랑까지를 사진으로 담아냈다. 박성진 작가는 고생 끝 행복시작이라는 제목으로 사람의 발을 테마로 삼았다 두분의 발을 촬영하면서 그들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고생한 분의 얼굴엔 쑥스러우면서도 청순 미소를 띠었습니다.’ 작가의 설명이 없었다면 흙발을 포갠 발의 주인공이 어떤 상태였는지 몰랐을 것이다.

 

박주국 작가의 첫시작20081122그날 우리 모두 함께 처음 떠난 첫 출사라는 이름의 시작 그 첫날이 오늘까지 함께하는 시작이었다.’면서 첫 출사에서 담아 온 바닷가의 정경을 보이고 있다. 임교수 작가는 오늘의 시작이라는 제목으로 어제는 지나온 일정의 글을 쓰고 내일은 다가올 미래의 꿈을 꾸면서 행복한 오늘을 시작한다.’고 오늘의 시작을 작품으로 담아냈다.

 

 

작가마다 다른 시각의 시작을 만날 수 있어

 

최대용 작가는 ‘Begin Again(다시 시작하다)'이라는 제목으로 운동선수들을 담아냈다. ’2009년 이임생 감독은 김호-차범근-윤성효-서정원 감독의 뒤를 이어 5대 감독으로 취임하였고, 2009년을 맞이하는 수원블루윙즈는 잠시 잃었던 빛을 내기 위해 새로운 캐치프레이즈 를 선언했다고 했다. 벽면에 전시된 작품에는 땀범벅이 된 선수들이 부둥켜안고 있다.

 

그리고 최시영 작가의 ‘Now on'은 새벽의 핑크 빛 물위에 작은배를 탄 새벽의 사람을 담아냈다. ’핑크빛 새벽을 담는 순간 현실의 끝 추억의 시작이라는 글과 함께. 작가들은 서로 다른 시선들을 가지고 출발한 한 발, 한 걸음의 발품들이 한 곳에 모였습니다. 어떤 공점들이 있을지 또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을지 기대됩니다.‘라고 했다.

 

10년의 약속 회원전은 이번 전시가 8회째다. 2009년 제1낯선풍경전을 한양대학교 스퀘어갤러리에서 전시한 후 2013년 제2회 전시는 각인각색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중구문화원 예문갤러리에서 가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2019년 제8시작(Now on)’이라는 제목으로 예술공간 봄에서 1031일까지 전시를 갖는다. 6명의 작가가 전하는 시작의 의미, 이 가을에 또 다른 시각으로 시작을 만나보길 권한다.

 

도판 등에 12지와 별자리 등을 작업한 유현미씨

 

저는 12라는 숫자의 의미를 남다르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가 보면 12라는 숫자를 참 많이 만나게 됩니다. 우선은 집안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중에서도 시계와 달려 등이 모두 12라는 숫자로 되어있죠. 거기다가 사람의 띠도 12지라고 하여서 12가지의 짐승으로 표현을 합니다.”

 

그런 12가 주는 의미를 재해석 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굳이 자신이 예술가가 아닌 그저 평범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 어릴 적부터 만들고 싶었던 도자기를 만들 수 있어서 즐겁다고 하는 유현미(, 38.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도자기로 만든 작품은 모두 12개씩이었다. 12라는 숫자에 대한 의미를 재해석한 것이다.

 

 

저는 어릴 적부터 도자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 해 호텔에서도 일을 해보았고, 그 외에 직업도 가져 보았죠. 대학에 들어갈 때 어릴 적 꿈은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 갑자기 전공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어릴 적 꿈을 버릴 수가 없었죠,”

 

갤러리 아라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

 

유현미씨의 작품은 수원시 팔달구 화성 팔달문 앞 시장인 영동시장 1층 아트포가 갤러리 아라에서 만날 수가 있다. 914일까지 전시를 하고 있는 이 유현미씨의 작품은 시작을 주제로 설정한 것이다. 시작은 곧 탄생이라는 의미를 해석을 한 작가는 도자기를 넓적하게 만든 도판에 갖가지 형태의 작품을 조성한 것이다.

 

저는 시작이라는 의미를 탄생이라고 봐요. 그래서 12지의 뜻에서 만날 수 있는 12가지의 동물을 표현했어요. 도판에 웃고 있는 12지간이란 제목으로 12띠의 동물을 그린 것이죠. 거기다가 별자리를 도찬에 여러 가지 흙과 유약을 사용해 색을 다르게 해서 보석을 사용해 별자리를 표현했어요.”

 

 

밤하늘에서 반짝이고 있는 별들의 지를 나타내기 위해 보석을 사용한 작가는, 탄생이라는 의미를 보석이 갖는 의미와 부합시키기 위해 노력을 했다. 어릴 적부터 다육식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했던 유현미씨는 앞으로 아주 작은 다육식물을 담을 수 있는 화분을 직접 만들어 보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다육식물을 좋아해 화분에 담았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작은 것을 담을 수 있는 화분이 없어요. 그래서 직접 화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그런 생각을 하다가 우연히 도자기를 판매하시는 선생님을 만나게 돼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어요. 거기다가 작품 전시까지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것이죠.”

 

앞으로는 생활자기를 만들고 싶다는 작가

 

아직은 모든 것이 서툴기만 하단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루고 싶다고 하는 유현미씨. 남들이 도전을 하는 것을 보면서 부러워만 하면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한다. 그렇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시작했다는 것 또한 이들이 추구하는 시작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작품들을 하나씩 설명을 하는 것을 보니 저희들도 무엇인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드네요. 전공자가 아닌 분들이 이렇게 작품을 만들어 전시까지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죠. 오늘 여기서 정말 자신이 무엇인지를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전시된 작품들을 돌아보다가 작가의 설명을 들었다는 한 관람객은 자신도 이제부터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시작의 의미를 탄생이라는 뜻으로 재해석한 유현미씨의 작품들. 그 작품 속에서 반짝이는 보석처럼 언제까지나 그렇게 빛이 나기를 기대해 본다.

 

벽에 걸린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참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모든 그림 안에 의자가 하나씩 자리를 잡고 앉았다. 왜 이 작가는 이렇게 의자를 그림 안에 그렸을까? 수원 팔달구 지동교 옆에 자리한 영동시장 2. 가을비가 참 억세다 할 정도로 쏟아지는데, 3일 오후 아트포라 갤러리인 아라를 들려보았다.

 

작가 백기영(, 42. 당수동 거주)씨는 그림을 그린다. 그 그림 속에 의자가 들어있다. 그리고 그 의자를 시작이라고 표현을 했다. 왜 그런 표현을 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의 의도를 알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질문을 던졌다. ‘왜 그림 속에 의자가 있는가?’.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했다. 의자가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처음은 자리인 의자로 시작된다.

 

어릴 때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가면 어머니들이 아이들이 자리를 찾아봅니다. ‘우리 아이 자리가 어디지?’ 라는 질문과 함께요. 그 자리에는 반드시 의자가 있습니다. 결국 그 자리라는 것이 의자를 말하는 것이죠.”

 

그래서 백기영 작가가 생각하는 의자란 시작이라고 한다. 백기영 작가의 작품 사이에 이런 글귀가 보인다.

나의 시작은 의자와 함께(My start is with chair)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의자들

어린 시절, 학교 다니고, 연애를 하고, 일을 시작하고, 잠시 쉴 때도

우리는 늘 의자와 함께 하였다.

지금 있는 자리가 불편하거나 힘들더라도 그 자리에서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생각해보자라는 글귀이다.

 

 

제가 한 10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어요. 그러다가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하니까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죠. 결국은 제 의자가 없다는 거예요. 의자가 없다는 것은 제가 편히 쉬거나,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의자가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가를 깨달은 것이죠.”

 

처음으로 연 미술전시회

 

914일까지 아트포라 갤러리 아라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백기영 작가. 본인은 굳이 작가라는 표현을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전시회 취재를 한다고 하니 조금은 의아한 얼굴로 바라본다. 자신이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기사를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차근차근 설명을 해 준 다음에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수원 토박이인 백기영 작가는 초, , 고를 모두 수원에서 나온 토박이이다.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하고 있지만 전공은 건축이란다. 그런데 무엇을 만들고 나서 그곳에 그림을 그리기를 좋아했다고, 특히 아이들의 방을 꾸밀 때는 이것저것 직접 그려 넣어 아름답게 꾸미기도 했단다. 그러다가 전시를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이렇게 제 이름을 갖고 전시회를 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제 그림이 워낙 독특해서인지 친구들도 처음에 의자를 그린 그림을 보고 무슨 뜻이냐고 질문을 많이 합니다. 저는 의자는 곧 시작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아이가 처음으로 어머니를 떠나서 만나게 되는 것이, 초등학교의 의자이기 때문에 의자가 곧 시작이라고 알려주기도 하죠.”

 

 

백기영 작가의 의자를 보고 있노라니 묘하게 빠져든다. 아마도 그 의자가 시작이고, 우리가 가장 편하게 앉아있을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의자. 작가의 의자에는 이런 말들이 쓰여 있다.

 

신입사원, 입사를 축하합니다.’

부장님, 승진을 축하합니다.’

그래, 시작하는거야 1, 2’

많은 사람들이 갤러리 아라를 찾아 그 의자에 얽힌 이야기 하나쯤 만들어 보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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