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으면,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한다.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행궁로 49-3에 소재한 임아트 갤러리와 행궁로 18번지에 소재한 예술마당, 행궁로 120-1에 소재한 갤러리 풍경 등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는 7회 비우고 내려놓고 나누기 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박요아, 김학두 작가 등 30여 명이 참여를 한 이 나누기 전은, 그림을 사람들이 손쉽게 접하고 그것을 구입할 수 있도록 매년 열리고 있는 미술전이다. 특히 이 나누기전은 그 이익금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사용을 하고 있어, 매년 참가하는 미술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참담한 4월과 5월을 보내면서 준비해

 

작가들은 초대의 글에서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고 표현하며 살아가는 미술가들이 모여 겨자씨만한 재능이나마 정성만은 아낌없이 가득채운 작품들을 다듬어, 비우고 내려놓고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적지만 귀한 나눔전을 준비하여 걸었습니다.

 

건너 뛸 수도 없이 참담하고 우울한 4월과 5월을 추스르며 서로가 위로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적고 있다. 이 나눔전은 세 곳의 갤러리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으며, 임아트 갤러리 7, 행궁동 예술마당 12, 갤러리 풍경 11명 등 도합 30명의 작가들이 참여를 하고 있다.

 

 

2008년에 김학두, 박요아 작가가 시작

 

비우고 내려놓고 나누기 은 지난 2008년에 시작을 했다. 원로화가인 김학두(92)와 굴비화가로 알려진 박요아 작가가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청풍만인선(淸風萬人扇)이란 주제로 수원과 안양 등에서 전시회를 갖고 그 수익금을 양로원에 전달한 것이 그 나눔전의 시초라는 것이다.

 

경기도내 작가들의 미술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사랑과 나눔은 벌써 7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2008년에 시작한 맑고 시원한 바람은 만백성의 부채라는 청풍만인선은 이듬해인 20092회 청풍만인전으로 이어졌다. 수원순교성지에서 열린 2회째 전시에는 김상중, 이주형, 조진식 등 14인이 같이 했다. 그러기를 해를 더하면서 점차 참여 작가가 늘어나, 올해는 30명이 동참을 한 것이다.

 

참여 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보아도 경기도의 많은 화가들이 이 나눔전에 동참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참여를 한 작가들을 보면 고기범, 권운택, 김 중, 김두례, 김학두, 나현수, 남학호, 박요아, 박태균, 손영락, 양원종, 오석교, 오용길, 유선형, 이길범, 이복기, 이선열, 이은옥, 이재옥, 이종승, 이주형, 임근우, 임 무, 임정열, 장정영, 차진환, 최승일, 홍형표, 황보경, 황재성(가나다순) 30명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이번 전시회에 장소를 제공한 임아트 갤러리 관장 임하영은

이렇게 좋은 취지로 전시회를 열게 되어 한 없이 기쁘다. 저희 임아트 갤러리는 넓지가 않아서 7분의 작가가 참여를 하고 있다. 아무쪼록 많은 분들이 찾아와 좋은 그림을 구입하고, 우리 주변에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일에 동참을 했으면 한다.”라고 한다.

 

매년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 자신의 작품을 선뜻 내어놓을 수 있는 작가들. 그리고 비우고 내려놓고 나서 나눌 수 있는 사람들. 비록 4월의 슬픔이 아직 가시지는 않았지만, 이런 아름다운 전시회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런 아픔을 잊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6월 2일(토) 수원시 팔달구 행궁 길에서는 오전 11시부터 ‘2012 팔달 어울림 한마당축제’가 열렸다. 주말을 맞아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이곳저곳을 돌아보면서 흥겨움에 젖어있다. 오후가 들어서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행궁 길에는 사람들로 거리를 꽉 메운 가운데, 지나려는 차량들의 소음으로 조금은 시끄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서 주최를 한 이 축제는, 축제가 꼭 많은 예산을 들여 크게 판을 벌어야 한다는 행정적 관념을 깨트린 축제였다. 길거리 곳곳에는 체험부스가 마련이 되어, 가족들끼리 오순도순 앉아 무엇인가를 열심히 만드는 모습도 보였다. 학생들은 무엇을 그리 열심히 하는지 곁에서 사람이 들여다보아도 모르고 열중이다.

 

 

곳곳에서 펼쳐진 거리공연 재미를 더해

 

축제가 벌어지는 행궁길 곳곳에서는 거리공연이 펼쳐져 재미를 더했다. 시간대별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 거리공연은, 한편에서는 차도를 잠시 막고 벨리댄스와 난타 등이 열연을 하기도 했다. 또한 한데우물 앞에서는 집단 아줌마들의 품바와 각종 악기연주, 노래공연 등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체험부스에서 학생들이 그림그리기에 여념이 없다(위) 경기리포트에서 주관한 '표지모델 만들어주기'에는 외국인들까지 표지모델이 되기도 


행궁길 화성사업소에서부터 팔달산을 오르는 길까지에서 펼쳐진 팔달 어울림 한마당 축제는, 행궁 길 내에 있는 공방과 맛집들이 참여를 해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 길에 좌판을 편 몇 몇 곳의 맛집들은 자신들이 자랑하는 음식을 들고 밖으로 나오기도 해, 거리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돋우었다는 것.

 

큰 예산 들이지 않은 행복한 축제

 

요즈음 각 지자체마다 많은 예산을 들여 거창한 축제를 만들어 눈총을 받기도 한다. 그런 것에 비해 팔달 어울림 한마당 축제는 많은 예산을 소요하지 않고도, 주말 행궁과 행궁 길을 찾은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축제를 맛볼 수 있게 해 주었다는 것.

 

‘경기리포트’에서는 사람들을 주간지의 표지모델로 만들어주는 행사를 펼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기도. 400여명의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직접 모델이 되어, 그 자리에서 표지 사진을 한 장씩 받아가며 즐거워하기도. 한 낮 뜨거운 햇볕 아래서 컴퓨터와 프린터가 열을 받는 바람에 애를 태우기도 했지만, 그래도 가장 인기있는 부스 중 한 곳이었다.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2012 팔달 어울림 한마당 축제’가 벌어지는 곳이 사람들과 차량들의 빈번한 출입이 있는 곳이라. 행사를 한다고 길을 막자 일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불편해 하기도. 그 중에는 길을 막고 행사를 하는 바람에 차량을 딴 길로 유도를 하자, 큰 소리를 내어 항의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지역주민들의 차량에 대한 대처를 미리 하지 못한 점은, 앞으로 이 거리축제가 자리를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하여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가족끼리 나들이를 나온 김아무개(남, 44세)는

 

“정말 좋은 길거리축제이다. 아이들과 함께 나왔는데 아이들도 즐거워한다. 그런데 몇 가지는 좀 더 깊이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우선은 차량들이 이 많은 사람들 틈으로 지나고 잇어 아이들이 다칠까 불안하다. 그리고 30개가 넘는 맛집이 있다고 하는데, 정작 행사에 적극 참여를 하는 집들이 몇 집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 하나 날이 이렇게 더운데 쉴만한 그늘 공간이 하나도 없다. 앞으로 이런 점은 좀 염두에 두었으면 더 좋은 거리축제가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거리공연은 아줌마 품바 집단공연(위) 맛집들이 길거리에 좌판을 벌여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길지 않은 행궁 길에서 펼쳐진 팔달 어울림 한마당 축제. 아마도 이렇게 작은 길거리 축제가 정말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닐까? 몇 억씩을 퍼부어 거창하게 늘어만 놓는 축제가 좋은 축제는 아니다. 이렇게 작은 길거리 축제 하나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아름다운 축제라는 생각이 든다.

 


 행궁 길에 넘치는 인파들. 이 길에 차들이 지나가느라 조금은 불편해 하기도.


칠보공예작가 김난영의 칠보사랑

칠보란 ‘금·은·구리 바탕에 유리질의 유약이나 그 혼합물을 발라 구워서 여러 가지 무늬를 나타낸 세공’을 말한다. 보석의 대용품으로 처음 등장한 칠보는 후에 영구적인 색감과 독특한 기법으로 예술적 경지에 다다르는 칠보화(七寶畵)·갑옷, 장신구, 성배, 성골함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세기를 걸쳐 다양한 모습의 장식 목적으로 널리 발달되어왔다.

이 칠보에 마음을 뺏긴 사람이 있다. 수원시 팔달구 '아름다운 행궁길‘에서 나녕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난영 이 바로 그 사람이다. 이제 칠보를 시작한지는 7년 정도이지만, 누구보다도 칠보에 대해서만큼은 뒤처지지 않는다. 스스로를 말하기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표현을 할 정도이다.


다양한 칠보의 아름다움

칠보의 기법은 다양하다. 가는 금속선을 디자인의 외곽선을 따라 바탕금속 위에 붙이고 이 외곽선 안쪽을 유약으로 채워 소성시키는 기법인 유선칠보. 유선칠보는 식은 다음 표면을 연마하여 광을 내며, 금장신구에 많이 쓰인다. 유선칠보(有線七寶 cloisonné)· 조금칠보(彫金七寶 champlevé)는 유선칠보와 반대 기법으로, 금속물의 표면을 디자인대로 파내고 그 안에 주엽을 채운 후 소성하는 것이다.

채유칠보는 칠보색이 금속의 외곽선이나 선으로 그려진 홈에 의해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기법은 앞에서 언급된 기법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기법에서는 젖은 유약을 쓰더라도 우선 건조시켜야 하는데, 이는 젖은 상태에서 유약이 흘러 서로의 경계선이 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한 7년 정도 되었나요. 원래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처음에는 악세서리를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칠보의 매력에 빠져들었죠. 2006년도에 처음으로 공방을 개설하였는데, 이상하게 저는 적자를 보지는 않았어요. 만들어 놓으면 많은 분들이 좋다고 사가고는 했으니까요.”

왜 초보를 벗어나지 못했을 때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 것일까? 아마도 작가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좋으면 남들도 좋다는 말이 정설인 듯해요. 저는 처음부터 차별화된 작품을 만들었어요. 상품과 작품을 철저히 구분을 한 것이죠. 그러다가 보니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 되었죠.”



철저한 프로근성이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

칠보공예를 배우기 시작한지 6개월 만에 작품을 만들기 시작헸다고 한다. 정작 본인이 이렇게 칠보공예에 빠지게 된 것은 스스로도 놀랍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시작을 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정말 제가 생각해도 놀랄 정도예요. 작업을 하느라고 해와 달이 어떻게 뜨고 지는지를 몰랐다고 하면, 남들이 믿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도 저는 계절이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 잘 몰라요. 그저 칠보공예의 화려함에 빠져 들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까요”

칠보는 얼마나 오래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그 작업에 몰입을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1년을 했으면서도 남들의 10년같이 작업을 했다는 김난영. 벌써 자신에게서 칠보공예를 배워 나간 사람들 중에 사범이 될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만 15명, 그리고 100여명의 제자들이 있다고.



“저는 정말이지 제가 생각해도 칠보공예를 위해 태어났다고 생을 해요. 작업만 하고 있으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감에 밀려 오거든요. 이 칠보공예는 결국 제 인생의 행로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이죠”

칠보공예 박물관을 이룩하고 싶은 꿈


김난영의 경력을 보면 재미있다. 원래 글을 쓰는 사람이다. 글을 쓰기 위해 뒤늦게 방송통신대 국문학과를 들어갔다. 창작 21 문학 동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칠보공예에 빠져 든 2006년부터응 온통 칠보에 관한 내용을 수를 놓고 있다. 본격적으로 공방을 차리고 칠보공예를 시작한 2007년부터의 경력이 A4용지 두 장에 빼곡하다.

“문학은 칠보공예를 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글을 쓰고 표현을 하다보니, 사람들에게 칠보공예를 설명을 할 때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저는 김천에 박물관을 짓는 것이 꿈이에요. 난영칠보박물관을 짓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죠. 앞으로 몇 년 후면 아마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을 해요”

참으로 이야기를 해도해도 끝이 없을 듯하다. 아마도 몇 년 후 칠보공예가 김난영을 보기위해 김천으로 내려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그동안 노력을 해온 결과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주요약력)

2007, 1, 17 나녕공방 개업
2007, 10, 12 금하칠보 지도자과정 수료
2007, 12 제12회 온고을 전통공예 전국대전 장려상 및 입선
2008, 12 제2회 불교문화상품 공모전 특선
2009, 2, 27 제30회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입선
2009, 4, 21 불교 탬플스테이 홍보관 개관식 및 수상작 입점
2010, 7, 두 번째 김난영 칠보공예전
2011, 11, 10 남원 실상사 가을바람전
2012, 2, 24 제34회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장려상

가끔 거리를 걷다가 보면 재미난 모습들을 볼 수가 있다. 예전 같으면 그거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겠지만, 요즈음은 나이가 먹어서인지 모든 것이 다 반갑고 새롭기만 하다. 이런 나를 두고 아우 녀석은 “형님도 많이 늙었나보네요. 이제 얼마 보지 못할 것 같으니 그런 것이 다 새록새록 재미가 있는 것인가 봅니다.”란다.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3월 17일(토) 오전에 취재를 나갔다가 행궁길로 접어들었다. 행궁길에는 지난해부터 조성한 화분이 길에 놓여있다. 오늘 보니 그 화분에 심겨져 있던 나무들이 다 사라져버렸다. 아마도 계절이 봄이다 보니, 딴 꽃으로 갈아 심으려는 것인가 보다. 그런데 그 화분 두 개에 참 낯선 것들이 놓여있다.



이런 풍산개 두 마리가 천연덕스럽게 화분 안에 들어가 있다. 배를 깔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는 두 녀석. 풍산개인 행궁이(암, 3개월)와 풍산이(수, 3개월)이다. 이 녀석들 안에 넣어두었더니 스트레스를 받아서 저희들끼리 치고 받는다고. 그래서 화분 위에 올려놓았다는데, 이 녀석들 아무래도 저희가 개 꽃인줄로 알거나, 아니면 전생에 꽃이었거나.



이 두 녀석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녀도, 화분 안에서 나오려고 하질 않는다. 토요일 졸지에 행궁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인가가 좋아진 행궁이와 풍산이. 이 녀석들은 인가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참 당차다.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에게서 느낀 생각이다. 두 마리 토끼를 쫒기에는 참 왜소하다. 가냘프기만 한 사람이 어찌 그리 당찬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3월 8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131-2에 소재한 ‘임 아트 갤러리’에서, 이곳의 대표이면서 섬유공예 작가인 임하영(여, 38세)을 만났다.

작은 10평 남짓한 갤러리 안에는 벽면을 그리 크지 않은 그림들이 채우고 있다. 갤러리라고 하기보다는, 마음 편하게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면 좋을 듯한 분위기이다. 벽면에는 여인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가득하다. ‘누드스케치 18인전’이 한창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연신 사람들이 드나든다. 그 와중에도 반갑게 사람들을 맞이하는 그녀 임하영은, 올 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단다.


 


섬유공예, 양모작업에 빠져버렸네.

임하영은 상지대학교 공예학과에서 섬유공예를 전공하고, 건국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텍스타일디자인을 전공하였다. 그동안 많은 그룹전들을 해오면서 지역에서는 이미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섬유공예가이다. 사실 섬유공예란 낯선 부문이다. ‘섬유를 재료로 하여 만드는 공예. 또는 그 작품. 직물, 편물, 염색, 자수 따위가 이에 해당한다.’는 것 정도의 사전적 지식이 내가 알고 있는 전체이기 때문이다.

“섬유공예를 하게 된 것은 회화를 그리다가, 대학에 들어가 그 섬유가 주는 질감의 감촉에 반한 것이죠. 그것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그런 매력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섬유공예를 택하게 되었죠. 이제 섬유공예를 시작한지는 한 15년 정도가 되었나요? 아직은 이렇게 내 놓을만한 실력을 갖춘 것도 아닌데요.”


누드스케치 18인전이 열리고 있는 수원시 팔달구 남창동 131-2 <임 아트갤러리> 내부 


스스로의 길을 열어가는 사람, 임하영

우선 임하영의 면면을 살펴보자. 임 아트갤러리 대표인 임하영은 수원미술협회 회원이면서 수원섬유예술연구회 회원이다. 섬유공예가라고 하기보다는 ‘섬유예술가’라는 말을 즐겨 쓴다. ‘공예가’와 ‘예술가’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녀의 대답에서 쉽게 들을 수가 있다.

“저는 아직 공예가란 말을 쓰기가 버거워요. 적어도 공예가란 말은 그 분야에 장인의 경지에 올라, 깊이 있는 작품을 낼만한 분을 지칭하는 것이란 생각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고,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예술가가 되고 싶은 것이죠. 그리고 예술가란 말에 재미를 느끼는 것은, 섬유를 갖고 하는 설치미술이 재미도 있고요”



요즈음 들어 섬유를 이용한 설치미술에 푹 빠져 있단다. 1999년부터 설치미술로 많은 전시회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드린 그녀이다. 2004년 수원화성연극제의 일환으로 장안공원 성벽일대에 설치미술을 펼쳐 호평을 받았다. 2005년 경기도 문화의 전당과 수원미술전시관, 2006년 화성 행궁 봉수당, 2007년 수원미술전시관, 2010년 수원화성홍보관 등에서 설치미술로 사람들과 조우를 했다.

섬유공예 작품으로 그룹전도 매년 거르지 않았다. 2006년에는 대안공간 눈에서 제1회 개인전 ‘꽃들의 초대’를 열었으며, 2011년에는 제2회 개인전 ‘화성행궁에서 혜경궁마마를 알현하다’를 자신이 운영하는 임 아트갤러리에서 열었다. 날마다 변화하는 작품세계를 즐긴다는 그녀. 자신은 항상 더 나아지는 작품으로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고 한다.


“작가가 한 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작품을 관람하러 오는 관객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해요. 무엇인가 늘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예술가의 자세라고 생각을 합니다. 직물을 갖고 하는 섬유공예를 하다가 보니, 양모의 감촉과 아름다움에 반해버렸죠. 그렇기에 섬유공예는 무한한 변화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작품을 구상하고 작업을 하다가 보면,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작품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생각보다 미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 밖의 작품 하나를 만들었을 때의 희열이 있어 늘 작품을 구상하게 된다는 것.


2011년 제2회 개인전 "화성행궁에서 혜경궁마마를 알현하다 전"에서 선을 보인 작품들(위는 양모)


“올해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요.”

공예작품을 하기 위해 필요한 양모는 국산이 없단다. 모두 수입을 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양모를 이용한 작품을 하기 위해 만만치 않은 경비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충당을 한단다. 늘 바쁘게 살아가는 임하영이 당차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그래서인가 보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학비도 벌어야 하고, 저도 재료 등을 구입해야 하니까요. 지금도 아이들을 일주일에 두 번 가르치고 있어요. 물론 적은 돈이긴 하지만, 제 작업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니까요. 이 갤러리도 원래 작업실로 쓰려고 했는데, 위치도 그렇고 제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곳을 갤러리로 꾸몄죠. 친구들과 함께 일일이 제 손으로 다 꾸몄어요.”

갤러리 운영과 섬유공예 활동을 다 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눈에 잠시 우수가 깃든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이지만, 아마도 작업을 하다가 닥치게 되는 어려움 때문인가 보다.



“처음에 이곳에 문을 열었을 때는 하루 종일 기다려도 한 두 사람도 들어오지를 않았어요. 그래도 일 년 동안 꾸준히 문을 열고 전시를 하다가보니, 입소문으로 이제는 고정 관람객들이 늘어났죠. 올해는 갤러리에 정말 색다른 작품들을 전시하려고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제 개인전도 준비를 하고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임하영.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으면서, 벽면을 채운 그림을 설명을 한다. 참 저 작은 체구에서 어찌 그런 열정이 나오는 것일까? 그 노력으로 인해 올 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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