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주와 네 째주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달아서 쉬는 날이다. 요즘말로 ‘놀토’가 된다. 이렇게 두 번째 주와 네 번 째주는 세상없어도 가방을 둘러메고 답사를 떠난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아니면 바람이 불어도 길을 나선다. 내일(12월 11일)은 바람도 불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일기예보에서는 이야기를 하지만, 이렇게 이틀 동안 답사를 하지 않으면 철지난 자료를 이용해 글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2월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참을 만하다. 폭설이 내려 무릎까지 눈이 쌓인 산길을 걸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남들이 돈을 줄 테니 이런 날 답사를 하라고 하면, 죽어도 안한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주는 남원과 함양, 산청을 돌아보리라고 미리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서둘러 길을 나섰다.


기차를 타고 떠나는 답사

오후 5시 30분이 근무를 마치는 시간이지만, 30분을 먼저 서둘러 길을 나섰다. 요즈음은 금요일이 되면 유난히 길이 많이 막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전주에서 남원으로 내려가 남원에서 묵고, 아침 일찍 답사를 시작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여름 같으면 충분한 시간이 되지만 요즈음은 5시만 되면 벌써 어둑해져, 아침 일찍 나서야 하나라도 더 돌아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미리 예매를 하지 않는 것은 전주에서 남원은 40분이면 내려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장소를 이동할 때는 가급적이면 기차를 타는 것도, 막히지가 않기 때문이다. 오후 5시 54분 차를 겨우 집어 탈 수가 있었다. 이 차는 익산에서 여수로 가는 무궁화 열차다. 아마 출퇴근시간에 맞추어 운행을 하는 열차인 듯하다. 빈자리가 없어 입석으로 표를 끊었다.

요즈음은 열차에 카페 칸이 있어, 그곳에 들어가 차 한 잔을 마시면 남원까지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카페 칸은 기차의 한편에 좁게 자릴 잡고 있고, 의자는 고작 5개가 전부였다. 이런 낭패가 있나. 그곳에도 사람들이 많아 서 있을 자리도 만만치가 않다.


화장실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분, 도대체 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옆을 보니 넉넉하게 자리가 비어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보이지를 않는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 그곳으로 갔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무슨 복에. 그 앞이 바로 열차의 화장실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이곳을 이용하지 않을 수밖에. 그러나 40분만 서 가면 되고, 급할 때는 바로 해결을 할 수가 있으니 이곳이 명당이란 생각이다.

기차가 출발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이를 데리고 한 분이 오신다. 아이가 칭얼대는 것을 보니, 소변이라도 급한 것인가 보다. 그런데 정작 화장실 앞에 선 분이 문을 열지 않는다. 아이는 발을 굴러댄다. 화장실이 비어있는데 무슨 일일까?


사용 중이면 불이들어오는 안내등. 문 앞에서서 문이 열릴 때를 기다리다가 아이가 옷을 적시고 말았다. 사진은 좋지 않은 휴대폰으로 촬영을 해 화질이 좋지 않다. 

“아이가 급한 모양인데 왜 안 들어가세요?”
“예,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요”
“거기 표시등이 꺼져 있잖아요.”
“문이 안 열려서 그래요”
“문을 열어야 열리죠.”
“예, 열어야 해요? 어떻게요?”

문을 열어 주었는데, 이미 때가 늦어버렸다. 괜한 애만 갖고 나무란다. 이 분 화장실 앞에 서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줄 알았는가 보다. 아마 화장실 문을 자동문으로 착각을 하신 것이나 아닌지. 세상 참, 무궁화 열차 처음 타보셨나? 그래도 그렇지 화장실 문이 자동으로 열리기를 기다리다니. 괜한 어린아이만 옷을 버렸다. 자동문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기차여행을 하면서 가끔은 이런 재미도 쏠쏠하다. 차에서 내려 혼자 넋 빠진 사람처럼 비실거리고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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