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암 삼층석탑, 정녕 인간의 솜씨일까?
실상사 백장암.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974에 소재한 백장암은, 남원에서 실상사로 가는 길 좌측으로 가파른 비탈을 올라가면 대나무 숲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백장암은 실상사의 암자로 예전에 경작지였다는 곳에, 국보 제10호 실상사백장암 삼층석탑과 보물 제40호인 실상사 백장암 석등이 자리하고 있다. 주변은 정리를 하고 사람 출입을 삼가게 하고 있다.
보물로 지정된 석등은 비교적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옆에 서 있는 국보인 삼층석탑을 만나면서, 석등은 빛을 잃게 된다. 그 정교함이나 아름다움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수많은 문화재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기존의 통일신라시대의 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백장암 삼층석탑은, 가히 국보 중에 국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삼층탑의 정교한 조각 뛰어나
백장암의 삼층석탑은 전체가 놀라운 조각의 솜씨를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삼층석탑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정교한 조각은 백장암 석탑을 다시 보게 만든다. 일층의 탑신에는 신장상과 보살상을 조각하였다. 금방이라도 호령을 하며 뛰어 나올 것만 같은 역동적인 신장상이나, 곱게 단장한 보살상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이층과 삼층의 탑신은 줄어들지 않고 같은 크기로 만들어졌다. 이층의 탑신에는 사방으로 비천상이 조각되어 있다. 이 천인들은 모두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8명의 천인들이 연주하는 음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삼층의 탑신에는 천인좌상이 조각되어 있다. 이 천인들은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음악으로 치유를 해주는 것만 같다. 이렇게 다양한 천인상이 조각되어 있는 것은 보기가 힘들다.
지붕돌의 삼존상. 삼층석탑의 색다른 멋
백장암 삼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이라고 하지만, 그 당시의 탑들에서 보이는 일반적인 형식을 탈피했다. 탑을 조성한 장인의 솜씨는 최고였고, 어떠한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았다는 것이 이 탑의 특징이다. 낮은 기단 위에 올려 진 삼층의 석탑은 층을 이루지 않고 두툼한 돌에 조각을 한 지붕돌을 올렸다는 것이 특이하다. 기단과 탑신의 고임돌에는 난간모양을 새겼다.
이 백장암 삼층석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삼층 지붕돌이다. 일반적인 지붕돌은 연꽃이나 구름 등을 새겨 넣는다. 그런데 이 탑의 삼층 지붕돌에는 각 면마다 삼존불상을 새겨 넣었다. 각 면마다 조각한 삼존불상이 있어 이 탑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탑의 어느 한 곳도 빠짐없이 조각을 하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난해하게 보이지를 않는다. 그것이 바로 백장암 삼층석탑이 예술적으로 뛰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이 만들었다고 보이지 않는 석탑
'백장암 석탑을 보지 않았거든 석탑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지 말라'
문화재 답사를 하러 다니는 중에 전주의 한 사찰에서 만났던 스님의 이야기다. 그만큼 백장암 삼층석탑의 조각이나, 전체적인 모습이 아름답다는 표현이다. 실제로 백장암 삼층석탑을 보면 도저히 인간이 만들었다고는 믿기지가 않는다.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만들어 낸 정교한 예술품이다. 지금 우리가 아무리 뛰어난 솜씨를 지녔다고 해도 어찌 이러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통일신라시대 손으로만 빚어낸 걸작. 백장암의 삼층석탑을 만들기 위해 장인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다했을까? 그 앞에서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렇게 땀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문화재들. 백장암 삼층석탑을 보면 그 누구라도 우리 예술품의 높은 경지를 다시 한 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문화재를 보호하고 살펴야 하는 까닭은,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온전히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최고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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