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불교계가 시끄럽다. 하긴 어떤 종교라고 시끄럽지 않은 것들은 없다. 그곳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고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어제(28일)가 불기 2556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그 분은 이 땅에 모든 중생들의 고통을 없애주시기 위해 스스로 영화를 버리고 수행을 하셨다.

 

난 수행자가 아니기 때문에 불교의 깊은 가르침은 알지 못한다. 다만 그저 요즈음은 나름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을 할 뿐이다. 예전 같으면 열을 펄펄 내고 생 나리를 쳤을 세속의 시끄러움도, 요즈음은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아마도 나이가 먹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어른들 틈에서 배운 마늘을 가는 것을 겨들고 있는 세 살배기 꼬마 여자아이 고아라


 

‘아이와 같아야 한다.’는 말의 진리

 

부처님은 중생들에게 아이와 같이 살라고 하셨단다. 아마 모르기는 해도 인간으로 태어났을 때의 초심을 잃지 말라는 뜻인 듯하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 있는 ‘고려암’을 찾아갔다. 아침 일찍 가까운 절집을 찾아갔다가 들려본 곳이다. 등을 달고 난 많은 사람들이 쌀에 촛불을 켜고 축원을 한다. 절집과는 또 다른 초파일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복잡한 와중에 한 꼬마 아이가 눈길을 끈다. 어른들이 매운 마늘을 까고 있는데, 그 틈에 끼어 함께 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뒤뚱거리며 걸음을 걷는 세 살짜리 여자아이이다. 웬만한 아이들 같으면 맵다고 울음이라도 울 것 같은데, 꿋꿋하게 곁을 지키고 있다. 그 모습에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소재 고려암의 전안에도 많은 등이 걸려있다. 아레는 쌀을 담은 그릇에 촛불을 켜 축원을 한다. 불교와는 또 다른 축원의 형태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만 자지러지는 줄 알았다. 전안(무당들이 신령님들을 모신 곳을 전안이라고 부른다)에 들어간 이 꼬마 아이. 이른들 틈바구니에서 신나게 따라서 절을 한다. 그 전에도 이 아이가 인사를 하는 것을 한참이나 웃었다. 어른들만 보면 합장을 하고 인사를 하기 때문이다.

 

아이 때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

 

이 꼬마 여자아이 때문에 전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어찌나 천연덕스럽게 절을 따라 하는지, 그 모습이 너무 귀엽기 때문이다. 엉덩이를 하늘로 추켜올리고 절을 하는 모습에, 세상 사람들이 정말로 아이와 같은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세 살배기 여자아이 고아라가 어른들을 따라 절을 하고 있다


저 세 살배기 어린이가 무엇을 알 것인가? 그저 어른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것이다. 난 그 모습에서 공부를 한다. 아이들을 키울 때 가정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는다. 비록 세 살배기 어린 꼬마가 하는 짓이 귀엽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그 안에는 큰 공부가 숨어있는 것이다.

 

아이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아이들이 성장을 하면서 그대로 어른들의 흉내를 낸다는 것이다. 아이들 앞에서 불화가 잦은 부모님들을 보고, 아이들은 결국 싸움 밖에는 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에 세 살배기 꼬마 아이(여, 고아라)에게서 배운 부처님의 지혜. 역시 어른의 스승은 아이라는 말이 맞는 말인 듯하다.

 

가을은 풍요로움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시골에서는 가을이 되면 농작물을 수확하기 위해 엄청 바쁜 날을 보내고는 하죠. 어제 몸살, 감기로 영 몸이 말이 아닌데도 가을 수확을 하러 나갔습니다. 고구마를 절에서 떨어진 밭에다가 봄에 심었는데, 서리가 오기 전에 서둘러 수확을 하느라고요.

몇 몇 분이 동행을 하여 나간 고구마밭. 9월 한달 동안 행사준비 등 바쁜 일정으로 미쳐 밭을 돌보지 못했더니, 잡풀만 그득하니 자라났네요. 먼저 줄기를 걷어내고, 다음으로는 비닐을 모두 걷어 한 곳에 쌓아두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단단해진 흙더미를 헤치자, 붉은 고구마들이 주렁주렁. 그래서 수확의 기쁨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스님짜장' 재료로 사용할 고구마

이렇게 밭에 고구마를 심은 것은 '스님짜장' 재료로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따져보니 짜장 한 그릇의 원가가 1,300원 정도인데, 고구마 등을 일일이 사서 사용을 하여고 하면, 아무래도 원가가 더욱 비싸집니다. 그래서 양파와 고구마 등은 직접 심어서 수확을 해서 사용합니다.

가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한 낮의 더위는 그래도 덮습니다. 땡볕에서 열심히 작업들을 한 덕분에 그래도 한 20여 상자는 수확을 하였네요. 이 고구마를 이용해 더 맛있는 짜장을 만들어, 이웃들에게 봉사를 하려고 합니다.     




절집에서 봉사를 하는 총각입니다. 고구마 줄기를 걷어내는 폼이 멋집니다.





이것을 엉덩이에 대고 고구마를 캡니다. 요즈음은 고구마 등 농작물을 캘 때 이 도구를 많이들 상요합니다. 의자인 셈이죠. 한결 작업을 하기가 편하다고 하네요.





수확철인데 그래도 고구마 꽃이 피었습니다. 밭 고랑에 캐 놓은 고구마들이 실합니다. 하나 깎아 먹어보니 그 맛이 일픔이라는...
 



수확을 한 고구마입니다. 돈으로 따지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직접 농사를 지은 고구마를 이용해 '스님짜장'을 만든다면, 그도 의미있는 일이란 생각입니다.


남원 선원사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온 녀석이 새끼를 낳았다는 이야기를 들은지가 꽤 시간이 지난 듯하다. 경남 함안 쪽의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오랫만에 들린 선원사. 늘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하시는 주지 운천스님께 강아지를 좀 찍겠노라 말씀을 드리고, 녀석이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모두 다섯마리를 낳았는데, 네 녀석은 이미 분양을 하고 한 녀석만 어미 곁을 지키고 있다. 절집에 사는 녀석들은 넓은 마당을 뛰어 놀수가 있으니, 참 행복할 것이란 생각을 한다. 녀석들도 신바람이 나게 마당을 뛰어다닌다. 오랫만에 날씨도 따듯해져인가, 마당을 덮고 있는 마른 잔디에서 어미를 따라하는 작은 녀석의 행동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따라하기 정말 힘들어요

봄이 오는 2월 20일. 밖으로 어미를 따라나 온 어린 강아지가 어미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저 어미가 하는대로 쫒아다니면서 하는 짓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어미 뒤를 따라다니는 녀석. 아직도 배 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을 보니, 젖 생각이 났는가보다. 그래도 어미는 여석에게 젖을 물리지 않는다. 혀를 내밀고 있는 녀석의 모습에(가운데 사진) 한참이나 웃었다.






어미가 하던대로 따라하던 녀석이 실실 지겨웠나보다. 땅에 등을 대고 문대고 있는 어미를 졸라대는 듯. 날이 따듯해 모처럼 마당에서 뛰어노는 녀석들의 모습이 행복함을 가져다 준다.


죄송합니다. 올해도 상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추석날 가족들과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시간에, 홀로 절집을 찾아 명부전에 차려진 제상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남자. 이유는 무엇일까? 묻기도 멋쩍어서 그냥 기다리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아닙니다. 그냥 자신이 초라해서 그렇습니다.”
“추석인데 가족들과 함께 계셔야지 왜 혼자 이곳에서..”
“집에 갈 수가 없습니다. 가족들을 볼 수도 없고요”



가족들과 함께 못하는 추석

이야기를 들어보니 작은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던 이분은, 꽤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살았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사업을 확장할 욕심으로 여기저기서 자금을 끌어 모은 것이 화근이 되어, 급기야는 사업체까지 남의 손으로 넘어가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집의 모든 재산들이 압류가 되어, 식구들까지 곤욕을 치르게 되었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신세를 지기도 했는데, 막상 추석날은 친구 집에서도 신세를 질 수가 없어 무조건 길을 나섰다는 것이다.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이분은 할 수 없이 절을 찾아들고, 절에는 추석날 제상을 차려놓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곳으로 왔다는 이야기다. 들어보면 참 가슴 아픈 이야기다.

아버님의 상을 올해도 차리지 못했다는 눈물

참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자손이 되어서 조상님들께 제를 올려야하는데, 상을 차릴 곳도 상을 차릴 돈도 없어 절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절에라도 와서 인사를 드리고 가면 좀 마음이 덜 아프죠.”
“시간이 되시면 이따가 공양이라도 하고 가세요."
“아닙니다. 오늘은 그저 산이라도 올라 마음껏 소리라도 쳐보고 싶네요.”

모든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앞 다투어 길을 나서는 추석이다. 시간이 걸리고 길이 막혀도 기다리는 소중한 가족들이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갈 수가 있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는 이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명색이 명절인데 마땅하게 갈 곳도 없어, 절을 찾아 무릎을 꿇는 그 심정이 오죽할까?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 비록 가족들과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가족들이나 다름없는 절집 식구들과 함께 웃을 수 있으니 말이다. 거기다가 손수 차린 상 앞에 무릎을 꿇고 조상님께 잔을 올릴 수 있으니, 이 또한 행복이 아니던가. 어제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조금은 우울한 날인데, 오늘 이 분과의 대화로 인해 내가 얼마나 행복에 겨워 투정을 부리는 가를 생각한다.

부디 내년에는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추석날, 절집을 찾아 울음을 우는 분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족둘과 떨어져 혼자 쓸쓸히 한숨을 쉬시는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느 곳에선가 말못할 사연을 안고 슬픔에 차있는 분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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