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산재한 벽화골목, 다양한 테마로 즐거움 두 배

 

한때 수원시 팔달구 지동은 전국의 지자체들이 앞 다투어 벤치마킹을 하기위해 모여들었다. 그것은 지동 벽화길이 전국 최장인 5.3km에 달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벽화길이 길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지동 벽화길은 나름대로 주제가 있고, 더욱 벽화를 그린 사람들이 지동 주민들과 수원에서 거주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주축을 이뤄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지동 벽화길 조성은 수원에서도 가장 먼저 시작했다. 2010년 지동의 첫 벽화는 창룡문을 나와 지동으로 접어드는 게이트볼장을 끼고 조성된 골목에 화가 한 사람이 벽화를 그리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2011년부터 지동은 본격적인 벽화길 조성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5~70세의 주민들이 모두 벽화길 조성에 참여했다.

 

수원 지동 벽화길은 순전히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자발적인 참여로 그려진 그림이다. 그림 자체로 보자면 딴 지역의 벽화길과는 달리 유치원생부터 70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혹은 아버지와 딸이, 혹은 세 모녀가. 또 친구들끼리 참여하여 소중한 시간을 벽화를 그렸다. 주말이면 이 골목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시끌벅적하다. 모두가 자발적인 참여를 한 아마추어들이다.

 

 

수원제일교회 종탑에 마련한 전망대

 

지동이 벽화골목을 조성하면서 가장 먼저 지동주민들에게 손을 내민 것은 바로 수원제일교회이다. 지동 높은 곳에 소재하고 있는 제일교회는 교회 종탑을 주민들에게 내주었다. 이곳 종탑에 노을빛 전망대와 노을빛 갤러리를 마련한 것이다. 노을빛 갤러리는 종탑 8~10층에 마련되어 있으며, 8층에는 화성축성도를 그려 수원의 새 명물로 자리를 잡았다.

 

13층 종탑 꼭대기 바깥에 조성한 노을빛 전망대는 수원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노을빛전망대에 오르면 수원화성은 물론 멀리 용인과 광교산, 팔달산 서장대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특히 해질녘 노을빛 전망대에 올라 팔달산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면 그 경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지동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오는 타 지역 지자체의 관람객들도 빠트리지 않고 돌아보는 곳이 바로 제일교외 종탑에 마련한 노을빛 전망대와 노을빛 갤러리이다. 지동을 벤치마킹 하기 위해 찾아 온 사람들은 지역의 교회가 지역주민들을 위해 교회에서도 신성한 곳이라는 종탑을 선 듯 내주었다는 것에 대해 대단하다고 칭찬한다.

 

 

곳곳에 테마가 있는 골목길 조성

 

지동 벽화길은 전체가 연결된 것은 아니다. 지동이라는 지역이 원도심이고 다구나 문화재보호구역 안에 있기 때문에 자신의 집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증·개축을 할 수 없다. 하기에 유난히 비탈길이 많고 단독주택 위주로 집을 지었으며, 일반적으로 30~40년 이상 된 노후 된 주택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주택의 허름한 담장을 정비하고 벽화를 그렸기 때문에, 지동 벽화길은 곳곳에 테마를 정해 그림을 그렸다. 지동 벽화길은 7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단체 및 개인들이 찾아와 벽화 봉사를 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원도심인 지동의 벽화길 조성사업에 동참한다는 것에 대해 자긍심을 가졌다.

 

지동 벽화길은 주재가 있다. 수원의 시인들이 대거 참여하여 직접 자신의 시를 쓴 시골목을 비롯하여, 꺼벙이와 억수, 수직정원이 있는 시장가는 길, 아이들이 벽화속에서 맞이하는 학교가는 길, 흥부놀부 벽화, 참 잘했어요 벽화길 등 곳곳에 주제를 정해 벽화를 그렸기 때문에 전국 최장이라고 해도 연결된 것이 아니라, 곳곳에 그곳에 맞는 주제를 담아 벽화를 조성했다.

 

 

스탬프 투어로 돌아보는 지동 벽화길

 

지동 벽화길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스탬프 투어이다. 지동 벽화를 돌다보면 곳곳에 세워진 스탬프 함을 발견할 수 있다. 벽화길에 조성된 스탬프 함은 모두 11개로, 스탬프를 다 찍으려면 한 시간 이상 걸린다. 아이와 함께 돌아보면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마실 물 등을 준비해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탬프 함은 창룡마을 창작센터 앞마당에 서 있는 곳을 시작으로 제일교회 앞에 있는 노을빛 전망대, 봉돈 포토죤, 시골목, 추억의 태권V, 꺼벙이 억수, 헬륨기구 포토죤, 참 잘했어요 골목, 흥부놀부, 지동시장 주차장, 시장가는 길 수직정원 등에 서 있다. 11곳의 스탬프 중 7개 이상을 찍으면 그에 따른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지동 스탬프 투어는 창룡마을 창작센터에 들려 스탬프 용지를 받아서 시작하면 된다.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문을 열고 있는 창룡마을 창작센터 1층 카페에서 스탬프 용지를 받아 7개 이상의 스탬프를 찍으면 아메리카노 한 잔이 제공된다. 타 음료를 마시려면 10%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창작센터 1층 카페에서 마음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으며, 2층 갤러리에서 전시되는 다양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을빛 갤러리와 전망대를 이용하고자 할 때는 제일교회 사무실에서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한다. 단 일요일은 교회가 복잡하기 때문에 이용하기 어렵다. 가을이 되면서 뜸했던 벽화길 투어를 하는 관람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 가을 지동 벽화골목을 돌아보고 창작센터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맛있는 커피도 한 잔 하기 바란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 벽화길. 3년 동안 조성한 벽화 길의 총 길이는 1.7km에 달한다. 이미 지동은 벽화마을로 전국의 지자체에서 벤치마킹 1순위로 떠올랐다. 낡고 퇴락하던 골목길에는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있다. 사람을 닮은 나비가 날아다니는가 하면, 푸르름을 잃지 않는 담장이 넝쿨이 벽에 드리워져 있다.

 

고양이들이 뛰어노는가 하면, 한 골목 벽 밑에는 다람쥐들이 굴속에서 삐죽이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시인들이 정성들여 쓴 시들이 많은 사람들을 반기는가 하면, 우리가 옛날이야기로 듣던 동화들이 그대로 벽에 그려져 있다. 내리막길 한 편에는 최신 휴대폰을 든 원시인들이 한 손에는 돌도끼를 들고 있기도 하다.

 

 

테마가 있는 지동 벽화골목

 

지동의 벽화골목은 난해하지 않아서 좋다. 비록 눈을 휘황찬란하게 만들지는 않아도, 몇 번이고 그 골목을 걷다가 보면 새록새록 정이 묻어난다. 골목 한편 담벼락에 붙어있는 담벼락 평상과 여기저기 마련되어 있는 구름쉼터, 느티나무쉼터 등, 이름도 정겨운 쉼터들도 마련되어 있다.

 

주말이면 꼬마들의 손을 잡은 부모님들이 연신 아이들을 벽 앞에 세워놓고 사진 찍기에 바쁘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골목에 놓인 나무화단에 아름다운 꽃이 길손들을 반긴다. ‘화성의 동쪽마을 정겨운 곳 지동사람들은 그런 지동을 몇 번이고 찾아온다. 가끔은 골목길에서 주민들이 삼겹살 파티를 열 때 동참을 할 수도 있다.

 

 

벽화길 안내지도 나왔다

 

그런 지동에는 유명한 것들이 많다. 수원제일교회 종탑에 마련한 노을빛 갤러리와 전망대. 그리고 되살림 발전소. 이런 것들은 지동이 아니면, 전국 어느 벽화 길을 찾아가도 만날 수가 없다. 특히 노을빛 갤러리의 전시는 아무나 접할 수 없는 최고의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이 지동이기에 가능하다.

 

지동에는 인적자원이 풍부하다. 이미 벽화골목의 처음 조성할 때부터 함께 동참을 한 삼성전자의 연구원들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가족별로 와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과 주민들까지. 이곳을 찾아와 그림을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끊임없이 찾아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간다. 자신만의 그림 벽이 하나 생겨나는 것이다. 어느 누가 감히 남의 벽에 그렇게 하락도 없이 그림을 그릴 수가 있을까?

 

 

이러한 지동 벽화골목을 안내하는 작은 책자가 발간이 되었다. 지동 벽화 길의 안내지도인 이 작은 책자는 창룡문에서 노을빛 전망대와 갤러리 찾아가기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뒤편으로 돌리면 팔달문에서 노을빛 전망대와 갤러리 찾아가기이다. 지동을 찾는 사람들이 어느 방향에서 접근을 하던지, 쉽게 벽화 골목을 돌아보고 노을빛 갤러리로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갤러리 관람권도 겸하고 있어

 

지동 벽호골목은 지금까지 세 파트로 구분을 하여 조성을 하였다. ‘벽을 넘어 사람 속으로는 창룡문 주차장을 출발하여 게이트볼장 - 솟대 - 되살림발전소 - 쌈지공원 - 구름쉼터 등 첫해에 마련한 골목길이다. ‘동심 골목에 펼치다3년 차 벽화길이다. 시골목 - 느티나무 쉼터 - 동화골목 - 흥부놀부 - 삼성 IT골목으로 이어진다.

 

생태 골목에 심다라는 제목을 가진 벽화골목은 2년차 골목으로 어르신 수다평상 - 봉돈포토죤 - 옛 우물 터 - 희망계단 - 생태골목 - 접이식 평상을 거쳐 노을빛 갤러리와 전망대로 오를 수 있다. 이곳은 바로 지동에 있는 전통시장인 지동시장과 미나리광시장, 그리고 못골시장과 철마다 별별 행사가 다 열리는 지동교와 야경이 아름다운 남수문까지로 연결이 된다.

 

 

이 작은 안내책자 하나를 구입하면 이 모든 지동의 벽화골목을 남들에게 묻지 않고도 돌아볼 수가 있다. 이 안내책자는 고박사 슈퍼, 비봉상회, 지동슈퍼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3,000원에 판매를 하며 이 지도 안에 노을빛 갤러리와 전망대를 오를 수 있는 입장권이 부착되어 있다.

 

수원은 다르다. 수원은 무엇이나 할 수가 있다9월 행궁동 일원에서 열린 생태교통 수원2013’은 차 없이 한달 간이나 생활을 했다. 해외와 전국에서 100만 명이상이 이곳을 찾았다. 그런 수원이 다르듯, 지동도 다르다. 지동은 무엇이나 할 수가 있다. 아무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벽화골목 조성을 가장 아름답게 꾸며놓았다. 거기다가 노을빛 갤러리와 전망대까지 갖추고 있다. 지동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지동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작은 책자가 소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주민들이 주도하고 행정이 뒷받침이 되는 마을르네상스 사업 추진의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가 지동 제일교회 1층 세미나실에서 오전 11시부터 열렸다. 이재준 수원시 제2 부시장이 참석한 이 간담회에는 정영수 수원시 마을만들기 추진단장과 박찬복 지동장, 김상욱 수원시의회 의원, 표영섭 지동 주민자치위원장, 정광수 창룡마을 창작촌장 등 15명 정도가 함께 했다.

 

지동주민센터 기노헌 총괄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재준 수원시 제2부시장은

“마을르네상스 사업은 주민 여러분이 먼저 사업을 주도하고, 그에 따른 행정적인 도움을 시에서 관장하는 것이다. 오늘 여러분이 이렇게 모였으니, 여러분이 하고자 하는 사업들이 있으면, 먼저 이야기를 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했다.

 

 

지동을 들렸다가 화성을 볼 수 있게 만들어야

 

표영섭 지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지동은 사실 역대의 어느 시장님도 버린 동네였다. 이번에 염태영 시장님과 이재준 부시장님이 지동에 남다른 신경을 써주신 덕으로, 우리 지동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한 것은 사실이다. 전국에서 가장 길게 조성되는 벽화골목을 위시해, 제일교회 종탑의 전망대, 그 외에 골목길에 놓인 벽에 붙은 평상, 화성을 배경으로 하는 음악회 등은 우리 지동만이 갖고 있는 자산이다. 이러한 지동이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은, 지동에 소재한 3개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라면서

 

“지동에는 창룡문 주차장이 있지만 그곳은 전통시장과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어 동선의 연결이 되지 않는다. 우리 지동에는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러한 지동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화성을 보러왔다가 지동을 들리는 것이 아니라, 지동에 들렸다가 화성을 돌아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라고 한다.

 

 

보호수인 느티나무 관광자원으로 만들어야

 

마을계획단의 유지현 14통장은

“우리 지동에는 530년 정도가 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그런데 이 느티나무가 지금 고사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 나무들은 수원에서도 가장 오래 된 느티나무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느티나무 주변을 쌈지공원으로 조성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이에 대한 답변으로 이재준 제2부시장은

“좋은 지적이다. 그런 오래된 나무들을 이용해 공원을 조성하고,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은 마을르네상스 사업이 된다. 먼저 주민들이 선도적으로 무엇인가 시작을 해야한다. 그리고 그것을 마을만들기 추진단에 수시공모로 신청을 해서 무엇인가 이루어져야 할 것같다. 그렇게 오래 된 보호수가 있다면 당연히 살려내야만 한다.”라면서 주민들이 먼저 시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많은 이야기들로 소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많은 의견들이 나왔다. 화성에서 유일하게 성 밖에 마을이 조성되어 있는 지동이기 때문에, 성 밖으로도 꽃밭을 조성하거나, 둘레길을 조성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동문 주차장의 화장실이 너무 높아있어 화성의 경관을 망치고 있다면서, 화장실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 줄 것도 요구했다.

 

그런가하면 낙후된 지동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중간에 화장실이나 하수관거 등을 제대로 살펴주어 방문하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화재지역으로 정리가 되는 곳에 대형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조성해, 관광객들이 연무대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고, 자연스레 남문의 상권으로 유입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건의하기도.

 

길지 않은 시간동안 가진 간담회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대표들은 평소 지동을 위해 생각하던 바를 이야기를 했고, 이재준 제2부시장은 조목조목 답변을 해주었다. 간담회를 마치고 난후 오찬장소로 이동을 하면서 벽화 길을 돌아보기도. 오찬을 마친 후 이재준 제2부시장은 기노헌 총괄팀장의 안내로 느티나무 등을 돌아보았다.

 

삼성전자 연구원들 무더위 속 벽화작업 강행

 

엊그제 비개 내렸다고는 하나, 오늘은 또 다시 30도를 웃도는 더위라고 한다. 날이 꾸무럭한 것이 오히려 이런 날 땀이 더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동을 찾았다. 바로 삼성전자의 연구원들이다. 팀별로 교대로 지동을 찾아와 벽화작업을 하고 있다.

 

올 들어 벌써 5번째 찾아온 연구원들이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담당하고 있는 벽화 길은, 내리막 차도가 있는 지동 270-222번지 인근이다. 이곳을 'IT골목‘이라고 이름을 붙여, 원시인들을 그리고 있다. 차도 양 옆 벽은 물론 골목길까지 원시인들이 벽에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 다 완성이 된다고 하면, 꽤나 특색 있는 벽화길 하나가 생겨날 듯하다.

 

 

노을빛 음악회장도 꾸며

 

5월 14일(금) 오후 7시 30분부터 화성을 배경으로 열리는 지동의 ‘노을빛 음악회’. 새로 절개지에 축대를 쌓고 마련한 수원제일교회 주차장이다. 종탑을 마을 주민들의 전망대(명칭 노을빛 전망대와 노을빛 갤러리)로 내준 제일교회답게, 이번에는 새로 주차장을 마련하고, 그 첫 번째 사용을 주민들에게 내어주었다.

 

“저희들이야 정말 감사하죠. 세상에 어느 교회에서 종탑을 주민들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어요. 이런 교회가 있어 지동이 정말 좋습니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마을주민의 말이다. 그렇듯 제일교회는 마을 주민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사랑으로 감싸고 있다. 주차장은 말끔히 포장이 되어있으며, 내일 음악회 준비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벽에 붙어 색칠을 하고 있다.

 

서장대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곳

 

제일교회 주차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 연구원들을 격려하고 있던 지동주민센터 기노헌 총괄팀장은

 

“이곳 주차장이 화성 서장대에서 보면 환히 내려다보이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노을빛 음악회를 열고, 이 주차장을 아름답게 꾸며 지동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딴 곳과는 차별을 두자는 것이죠.”라고 한다.

 

 

무더위 속에서도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칠을 하는 삼성전자 연구원들. 한번 찾아올 때마다 점차 늘어만 가는 IT골목의 원시인들.

 

“지동의 멋진 골목길 벽화는 저희들이 책임집니다. 아마 이 IT골목 벽화작업이 다 끝나고 나면, 우리나라 어느 곳에도 없는 정말 독특한 벽화길이 될 것이란 생각입니다. 올 한 해 저희 연구원들이 최선을 다해 정말 멋진 벽화길 하나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멋진 지동 만들기에 저희들이 앞장서야죠.”

 

벽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잇던 한 연구원의 말이다. 이들은 이 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두 시간 이상을 벽에 달라붙어 그림을 그린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서서 작업을 해야 하는 벽화길 조성이다.

 

 

“고생은 되지만 정말 뿌듯하네요. 이렇게 지동을 우리 손으로 아름답게 꾸민다는 것도 즐겁지만, 이다음에 우리 아이들이 이곳을 찾아와 아빠가 이 벽화를 그렸다는 것을 알면, 정말 자랑스러울 듯합니다.”

 

내일 노을빛 음악회에 맞춰 오늘 작업을 할 것이 많다면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던 한 연구원의 말이다. ‘삼성전자가 정말 우리 마을에서 일을 낼 것 같아요. 정말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습니다.’라는 주민의 말처럼, 올 해 삼성전자가 지동에서 무엇인가 큰일을 낼 것만 같다.


요즈음 사람들은 길을 걷기를 좋아한다. 길은 어디나 있다. 하지만 길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건강을 위한 길도 있지만, 역사와 문화적인 뜻을 가진 길도 있다. 그런가 하면 경치가 아름다운 곳도 있고, 때로는 걷기조차 마음이 편치 않은 길도 있을 수가 있다.

그 많은 길 중에서 그래도 가장 마음에 드는 길은 역시 경치도 좋고, 역사와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길이라면 더욱 좋다. 난 길을 걸을 때마다 생각을 한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건강과 문화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길을 두고, 악다구니 같이 답답한 도심으로 몰려드는지 모르겠다고.


꼬부랑 소나무와 고깔바위들이 널린 길

전주시 완산구 교동 산 9-1에 소재한 견훤왕궁지는, 전주 동남쪽에 위치한 해발 306m의 승암산 동편에 있는 동고산성에 위치해 있다. 이 왕궁터에서 서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아름다운 길을 만날 수가 있다.

꼬부랑 소나무길. 아마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곳이다. 높이 10m 정도의 소나무들이 하나같이 꼬부라졌다. 흡사 춤을 추듯 제멋대로 휘어진 소나무들은 200여 평 정도에 멋스럽게 자리를 하고 있다. 왜 이곳의 소나무들만 이렇게 휘어진 것일까? 나야 나무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니, 왜 이런 나무들이 집단으로 서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50여m 떨어진 곳이 후백제 견훤의 왕궁지가 있고 보면, 무슨 사연이라도 있을 것만 같다.


요술할매가 요술이라도 부린 것일까? 소나무들이 모두 휘어져 있다.

꼬부랑 소나무 길을 지나 서쪽으로 조금 길을 걸으면 나무계단이 나온다. 이 산 꼭대기에 무슨 나무계단이냐고 투덜거려보지만, 위로 올라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조금 앞으로 보이는 바위들과,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전주 시가지 때문이다.

마치 중이 고깔을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승암산. 높지 않은 산이지만, 승암산에는 역사와 슬픔이 함께 한다. 동고사를 비롯해 동고산성과 세계 유일한 동정부부 순교자가 묻혔다는 치명자천주교성지 등이 있다. 그래서 이산의 명칭은 승암산이지만 중바위산, 치명자산이라고도 한다. 치명자성지로 인해 치명자산이라고 한다지만, 그보다는 제 이름을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산은 언제나 그곳에 있었고, 그 이름 또한 이유가 있어 붙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바위 꽃이 아름다운 중바위

정상에 오르면 마치 고깔을 엎어놓은 듯한 바위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산마루에 칼끝처럼 뾰족한 바위들이 등성이를 따라 솟아나 있다. 바위에는 꽃이 핀 것처럼 화려한 문양이 돋아나 있다. ‘석화(石花)’라고 한다는 바위 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하나하나가 꽃처럼 아름답다.


중바위에 피어난 석화가 아름다운 문양을 자랑한다.

중바위의 앞으로는 전주시가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한 눈에 전주 시가지와 전주천, 한옥마을 등이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땀을 흘리면서 이곳까지 걸었지만, 그 시간이 오히려 즐거운 것은 이런 경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에 있는 아름다운 길 중 가장 걷고 싶은 길이다.

무더위로 인해 흐른 땀을 산봉우리에 부는 바람에 식히며 다시 길을 걷는다. 동고사 방향으로 길을 내려가면, 가파르기는 해도 운치가 있다. 흡사 예전 꿈속에서나 보던 숲속의 요정이 다니던 길과 같은 곳을 지나야 한다. 조금은 미끄럽기도 하고, 돌부리에 걸리기도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즐겁다. 산이 높지가 않아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면 충분히 돌아올 수 있는 승암산길.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고 하지만, 난 길이 있어 길을 걷는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주 시가지와 견훤왕궁지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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