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적님을 잡아야하나? 스스로 찾아오기를...
2011. 10.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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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는 세상사
참 어이가 없다. 어제 저녁 절 사무일을 보고 있는 사무장이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인가 해서 나가보았더니, 누군가 법당 안에 놓아 둔 저금통을 털어갔다는 것이다. 손에는 부서진 저금통 3개와 검은 비닐봉투 안에 든 10원짜리가 있다. 누군가 법당 안에서 저금통을 들고 나가, 절 근처에서 돈을 빼가고 버린 것이다.
선원사는 ‘스님짜장’을 하는 곳이다. 일 년이면 거의 3만 그릇에 가까운 짜장봉사를 한다. 그렇기에 그 재원의 일부라도 마련하고자 생각한 것이, 바로 작은 저금통이다. 하나를 꽉 채워보아야 2만 원정도가 들어간다. 그래도 저금통 하나를 꽉 채워주면, 80명 정도에게 짜장 공양을 할 수가 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데
어제는 절집 사람들이 모두 김제 금산사에 ‘모악산금산사개산대제’에 참석을 하느라 절이 비어있는 시간이 있었다. 아마 그 시간에 누군가 돈을 탄 것 같은데,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번에도 누군가 손을 탄 적이 있었다.
골목 길가에 버려진 저금통. 찢고 태워서 안에 있는 돈을 다 꺼내고 10원짜리만 버리고 갔다.
선원사에는 보물인 철조여래좌상이 계시다. 절마다 의무적으로 문화재가 있는 곳에는 CCTV를 설치하게 되어있다. 선원사 경내에 설치된 이 카메라는 20일 동안 녹화가 가능하다. 지난번에도 이 카메라가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다. 이 카메라를 피해 절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다. 그저 보고도 못 본체 하는 것일 뿐.
선원사 경내에 설치된 CCTV화면. 7대나 되어서 경내로 들어오면 모두 다 찍히게 된다. 확대도 되기 때문에 누군인지도 알 수 있다. 20일 분의 녹화도 가능하다.
2일 분만 돌리면 카메라에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다 알아낼 수가 있기 때문에 잡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꼭 그렇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절집 안 분들도 의견이 갈린다. 당장 잡아서 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분들과, 이번까지는 용서를 해 주자는 분들이다. 아마 이렇게 사람이 없을 때를 노리는 것을 보면, 근처에 있는 사람의 짓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공고를 하기로 생각을 했다.
“저금통 들고 가신 도선생. 48시간의 여유를 주겠습니다. CCTV로 바로 누군지도 알 수 있습니다. 제 발로 걸어와 잘못을 빌면 용서를 하겠습니다. 48시간이 지나면 바로 화면 캡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다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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