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시청에서 요천에 난 다리를 건너 좌측 길로 가다가 보면, 도로 좌측에 ‘용담사’라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남원시 주천면 용담리에 소재한 이 절 안으로 200m 정도를 들어가면, 절 문을 들어서면서 커다란 탑 하나를 만나게 된다. 탑이라고 하지만, 이 탑의 생김새가 일반 석탑과는 아주 다르다. 흡사 석재를 높이 쌓기를 한 것처럼 느껴진다.

용담사는 정확하게 어느 시기에 세워진 사찰인지를 알 수가 없다. 다만 백제 성왕 때 창건하였다고도 하고, 통일신라 말기에 선각국사 도선이 창건하였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절에 전하는 전설이나 여러 가지 유물로 보아서, 통일신라 말기에 창건하였다는 설이 유력하다.


고려 때에 세워진 칠층석탑, 이상한 탑일세.

한 마디로 이런 형태의 탑은 보기가 어렵다. 흡사 높이 쌓기 내기라도 한 듯한 모양이다. 높이가 워낙 높다보니 안정감이라고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이 탑은 고려시대에 세운 것으로 추정하는데, 현재 상륜부는 사라진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이가 상당히 높다.

탑은 1층의 기단 위에 7층의 탑신을 얹었는데, 너무 길쭉하고 홀쭉한데다가 지붕돌이 몸돌보다 유난히 크고 두터워서 불안정한 모습이다. 기단은 하나의 돌로 간단하게 되어 있다. 탑신의 몸돌은 2층에서부터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붕돌은 밑면의 받침이 1∼3층은 6단, 4층은 5단, 5층은 4단, 6∼7층은 3단으로, 위로 오를수록 받침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윗면의 경사가 완만하고 네 귀퉁이도 희미하게 들려 있다.




이 칠층석탑은 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불안정하다. 전체적으로 투박한 형태의 칠층석탑은 탑신의 5층 몸돌은 편편한 돌 2개를 양쪽으로 세워 위를 받치고 있는데, 이렇듯 불안정한 부분 때문에 탑이 기울어져 있는 듯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높이가 9.95m에 이르고 있는 용담사 칠층석탑. 이 탑은 용담사 창건당시의 유물 22점 가운데 하나로 보이는데,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용담사의 최초 창건연대가 고려 초기가 아닌가도 생각하게 만든다.



왜 이런 탑을 조성했을까?

11월 4일 찾아간 용담사. 시간이 늦어 제대로 사진을 찍을까도 걱정이다. 용담사는 이번이 초행은 아니다. 벌써 세 번째 찾아왔다. 첫 번 째와 두 번 째는 이상하게 비가 오는 바람에 탑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위부분이 까맣게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날이 흐린데다 시간까지 늦어 걱정이 앞선다.

여름철과는 달리 11월부터는 답사도 힘이 든다. 날이 금방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같은 답사를 해도 겨울철에는 짧아진 해 때문에, 여름철의 절반 정도 밖에는 답사를 할 수가 없다. 마음이 바쁜 김에 먼저 사진부터 찍어놓고 탑 주위를 살핀다.



높이 10m의 칠층석탑. 그 형태로 보나 조각을 한 것으로 보나. 지방의 장인에 의해서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이런 모양의 탑을 세운 것일까? 그러고 보면 남원은 배의 형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물에 떠내려 갈 것을 염려해 선원사에는 배를 묶는 석주가 남아있다. 물론 상징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높게 조성한 탑은 혹 배의 깃대는 아니었을까? 좌우로 바람에 따라 중심을 잡기 위한.

이상하게 불안정한 칠층석탑을 올려다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해답은 결국 얻지 못하고 돌아선다. 그러면서도 속으로 되뇐다. ‘저 탑 정말 배의 깃대가 맞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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