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가 보면 무엇인가에 간절한 바람을 빌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사람들은 각자가 마음속에 믿는 종교적 대상을 찾아간다. 나도 인간이기에 다를 바가 없는 것이, 힘이 들 때면 무엇인가 마음을 정리할 곳을 찾아 길을 나선다. 그저 문화재를 답사하다 보니 많은 신앙의 대상을 만나게 되고,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마음속 간구를 해보기 위함이다.

 

양평에 있는 정자와 문화재를 답사 중에 전화를 받았다. 아는 분이 갑자기 사망을 했다는 것이다. 지인이라고는 해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분이다. 그저 풍문으로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어, 늘 친근한 사람인양 착각을 하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사람이다. 그런데 한창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다니.

 

 

우리나라 최대의 지장보살입상이 있는 미타사

 

아침에 가방을 둘러메고 길을 나섰다. 어디 가까운 곳이라도 찾아가,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다. 마침 멀지 않은 곳인 음성군 소이면 비산리 미타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지장보살입상이 있는 곳이라서 그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절집에서 지장보살이란 죽은 사람의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한다는 부처이기 때문이다.

 

미타사를 오르는 입구에 장엄하게 서 있는 지장보살입상을 향해, 손을 모으고 잠시 마음속으로 간구를 한다. 그저 혼자 가야하는 길이니 부디 편안하시라고. 그리고 다음 세상일랑 아무쪼록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자고.

 

 

갑자기 찾아 온 발가락통증

 

잠시 미타사로 오르는 길로 접어들었다. 가파른 비탈길의 좌측에 돌로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전각을 지은 곳이 있다. 미타사 마애여래입상이 있는 곳이다. 현재 충북유형문화재 제130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미타사 마애여래입상은, 화강암 자연석에 동쪽으로 향하여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전각을 지어놓아 조금은 어두운 듯하지만, 주변을 모두 석축으로 조성을 해 말끔하게 정리를 해 놓았다. 그런데 이 마애불을 찾아 돌계단을 오르는데, 갑자기 발가락에 심한 통증이 온다. 갑자기 통증이 밀려오니 걸음도 편하게 뗄 수가 없을 정도이다. 아직 이런 경우가 없었는데, 이제 슬슬 몸에 ‘늙어간다’는 신호인 듯하다.

 

 

발을 절룩거리며 계단 위로 오르니, 장엄한 마애여래입상이 있다. 마애여래입상 앞, 나무로 만든 곳에 털썩 주저 않는다. 발가락에 찾아온 통증은 숨이 막힐 정도다. 답사를 한다고 산길 등을 무리하게 오래 걷다가 보면, 가끔 허벅지 등에 아픔이 있기는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고려 후기의 마애여래입상을 만나다

 

잠시 앉아 발가락을 주무르며 마애불을 올려다본다. 미타사 마애여래입상은 머리와 어깨 부분을 돋을새김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선각으로 처리를 하였다. 양 옆으로는 누군가 돌을 길게 쪼아낸 흔적이 있다. 처음에 마애불을 조성하면서 생긴 작업의 흔적은 아니다. 후에 누군가 마애불을 더 정확하게 보일 수 있도록, 돌을 긁어낸 듯하다.

 

미타사 마애여래입상은 소발인 머리에, 상호는 넓적하고 둥근 편이다. 원만하게 표현이 된 얼굴 부분은 눈, 코, 입 등은 마멸이 심하여, 자세하게 알아볼 수가 없다. 귀는 어깨까지 늘어져 전체적으로는 자비로운 얼굴이다. 어깨는 수평으로 돋을새김을 해 당당하다.

 

이 마애여래입상의 수인은 정확하지는 않으나, 아미타불 수인의 한 종류인 듯하다. 법의는 통견으로 우견편단으로 조성했다. 양편의 팔에 늘어진 옷자락은 V자를 그리고 있으며, 주름이 사선으로 그려져 있다. 발 부분은 생략이 된 듯하다. 전체적인 조각수법이 도식화한 것으로 보아, 이 마애여래입상의 조성 시기는 고려시대 후반기로 보인다.

 

 

 

그래도 답사는 계속되어야 한다

 

마애불 촬영을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른다.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진다. 이왕 나선 길이다. 몇 군데를 더 돌아보리라 마음을 먹는다. 마애불을 올려다보는 순간, 이 마애불을 조성한 장인은 왜 이런 산골짜기에 들어와, 그 오랜 시간 바위를 쪼개 마애불을 조성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장인도 나처럼 누군가의 평안을 위해 이렇게 바위를 쪼개고 다듬어 마애불을 조상한 것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먼 길 떠나는 고인의 마지막 길이 평안하기를 다시 한 번 빌고 뒤돌아선다.

 

 

 

발가락의 통증은 참기가 어려울 정도다. 마침 고인을 모신 곳이 병원이라, 진찰을 받아보았다. 발을 너무 무리하게 많이 사용해 통증이 왔다는 것이다. 약을 복용하고 편히 쉬면 괜찮아 질 것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안심이 된다. 답사를 떠나는 길은, 결코 편안한 길이 아니다. 하지만 그 먼 길을 가는 분도 있기에, 통증이 조금만 갈아 앉는다면, 또 길을 나서리라 마음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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