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11일을 새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 경우에는 언제나 새해는 음력 정월 초하루인 설날입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우리민속과 문화재를 답사하다 보니, 그렇게 인식이 된 것 같습니다. 하기에 11일의 새해는 별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 제 절기는 정월 초하루(새해), 정월 대보름, 4월 초파일, 단오, 칠석, 백중, 동지 식으로 음력으로 계산을 하기 때문입니다.

 

29일 새벽까지, 그동안 힘들게 작업을 해온 수원의 전통시장 이야기가 편집까지 끝났습니다. 앞으로 교정을 보아야겠지만, 일단은 모든 원고를 마감했습니다. 그래도 188P나 되는 책입니다. 5명이 꼬박 세 달 이상을 고생을 해 탈고를 하고, 편집까지 마쳤으니 진이 빠질 법도 합니다. 근자에는 일주일 정도를 거의 날밤을 새우는 바람에 낮과 밤이 따로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새해맞이 대청소를 하다

 

저는 늘 음력으로 절기를 계산하기 때문에, 앞으로 3일 밖에 남지 않은 설날을 좀 더 깨끗한 마음으로 맞이하기 위해 대청소를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도 어질러진 것을 보고 넘기지 못하는 성미인지라 늘 정리야 제대로 하고 살지만, 그래도 일 년의 첫날을 맞이하면서 좀 더 신선한 마음으로 해를 맞이하자는 것이죠.

 

사람들은 대청소를 한다고 하면 정리를 하고 쓸고 닦고 하겠지만, 제 새해맞이 대청소는 좀 색다릅니다. 우선 냉장고에 있는 묵은 음식들이나 시간이 좀 지난 것은 모두 버립니다. 혼자 생활을 하다 보니 집에서 밥을 먹을 때보다, 나가서 먹을 때가 더 많아 음식이 오래 묵은 것들이 생깁니다.

 

 

이것저것 치우다가 보니 버려야 될 음식물이 상당히 많은 듯합니다. 음식물 정리를 마치고 나면 냉장고에 들어있는 모든 것을 다 꺼내놓고, 반찬들도 통에 담아 가지런하게 정리까지 합니다. 주방에 물건들도 버릴 것은 버리고, 정리할 것은 차곡차곡 가지런히 놓습니다.

 

치우고 닦고, 다시 치우고

 

방 청소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 유난히 신경을 씁니다. 방에는 CD장과 책장, 그리고 컴퓨터와 TV 밖에는 없습니다. 먼저 먼지를 털어내고 청소기로 한 번 바닥을 치웁니다. 그리도 걸레로 방을 구석구석 잘 훔쳐낸 다음 다시 한 번 청소기로 밀고 다닙니다. 걸레질을 했다고 해서 모든 것들이 다 치워지지 않습니다. 하기에 꼭 다시 한 번 청소기로 치우죠.

 

그렇게 바닥 청소가 끝나면 책장 등을 구석구석 물걸레질을 합니다. 그리고 마른 수건으로 깨끗하게 닦아낸 후, 다시 한 번 바닥청소를 합니다. 그러다가 보면 방 청소는 걸레질을 세 번이나 하게 됩니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깨끗하게 치운다고 해도, 또 어느 구석엔가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옷 방을 정리합니다. 옷걸이에 걸린 옷들을 다 풀어놓고 다시 정리를 합니다. 이렇게 정리를 할 때 오래도록 입지 않은 옷들은 모두 비닐봉투로 씌워 먼지가 타지 않도록 합니다. 옷 방까지 청소를 마치고나니 4시간이나 걸렸네요. 다음은 집 안에 있는 화초들을 일일이 물을 주고, 그동안 미처 정리를 하지 못한 자료들을 정리합니다.

 

비록 시간은 5시간이나 걸렸지만(별로 넓지도 않은 집인데도 말이죠), 그래도 새해를 기분좋게 맞이하기 위해 늘 이렇게 대청소를 합니다. 제가 이렇게 대청소를 하는 것은 일 년에 4번 정도입니다. 대개는 철이 바뀔 때지만, 설날, 단오, 추석, 그리고 겨울이 오기 전인 입동 절기쯤입니다.

 

 

올해는 청마의 해라고 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니 올해도 마음 편하게 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이럴 때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를 한다는 것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함입니다. 모든 분들이 다 행복해질 수 있는 갑오년이면 좋겠습니다.

참 사람들은 이상하다. 아침 일찍 나가서 하루 종일 취재를 하고 돌아다니다가 보면, 매일 밤이 늦어서야 집엘 들어온다. 하기에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일은 거의 없다. 또 바로 이웃에 여자보다 살림을 더 잘하는 아우가 살고 있어, 아침과 저녁은 아우네 집에서 해결하는 일이 잦다. 잦다고 하기보다는 거의 매일 그렇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다가 보니 이것저것 집에 사다놓을 수가 없다. 물이야 정수기가 있으니 별 걱정은 하지 않는다. 또한 집에 들어와도 혼자서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으니, 딱히 술안주 등을 해 먹을 준비를 할 필요도 없다. 예전부터 술은 밖에서만 먹는 것으로 생활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기에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한 두 달이 지나도 아예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다.

 

냉장고가 있는 주방 모습이다. 집이 사각형이 아니라 주방이 조금 이상하게 생겼다.  

 

왜 냉장고에 관심들이 많을까?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가급적이면 밖에 나가 돌아다니지를 않는 성격이다. 거의 일 년의 거의 다를 답사와 취재로 돌아다니다가 보면, 쉬는 날은 집에서 이런저런 정리를 하는 것이 가장 편안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집에는 일 년이 가야 몇 사람 오지를 않는다. 더구나 여자가 집안에 들어오는 일이 없다. 다만 신문사 기자들이 가끔 볼일을 보기위해 들리고는 한다. 그렇다고 집에서 술이라도 한 잔 하는 일은 없다. 그저 차 한 잔 마시면 그만이다.

 

그런데 꼭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누구나 집에 오면 냉장고 문을 한 번씩 열어본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내가 냉장고 속에 여자라도 감추어 두고 사는 줄 아는지. 혼자 생활을 하다가 보니 냉장고가 클 필요가 없다. 하기에 그 안에 절대 사람은 집어 넣을 수가 없다는 것.

 

 맨 위 냉동고 칸에는 더위를 많이 타기에 빙과류 등이 있고, 냉장칸 위에는 반찬이 있다.  

 

“왜들 오기만 하면 냉장고를 열어보는 것이여?”

“아뇨 댁에서는 술 안 드신다고 하는데, 냉장고에 술이 있네요.”

“그거 몇 달째 저러고 있는 것이여”

“그런데 집에서 누가 살림해 주시는 분 있는 것 같은데요”

“무슨 소리여?”

“아니 냉장고 속이 어째 이렇게 깨끗해요?”

“밥을 안 해 먹으니까 그런가보지”

 

 

참치와 소시지 등은 가끔 반찬을 할 때나 찌개를 끓일 때 사용한다. 하지만 일주일을 지나지 않는다. 아래 보이는 맥주는 벌써 넣어둔지 5개월을 됨직하다. 이것이 냉장고 안에 든 전체이다.

 

늘 그대로인 냉장고 속. 보니까 속 시원해

 

별 질문을 다한다. 아니 냉장고 속이 깨끗하면 그만큼 살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집안에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 아닌가? 사람들은 참 생각하는 것들이 천차만별이다. 누구나 다 자신의 주관대로 생각을 하는가 보다.

 

전에도 한 번 어느 분이 ‘자료 정리 잘하는 온누리님 냉장고 속은 어떨까?’라고 한 적이 있다. 거 참 이상하다. 자료야 내가 날마다 사용하고 필요한 것이니까, 당연히 정리가 잘 되어있다. 그런데 그것하고 냉장고 속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냉장고야 사람이 먹고사는 음식을 저장하는 곳이니, 당연히 자료가 있는 곳 하고는 달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공개한 김에 아주 다해버리자. 나머지 방 하나는 옷을 정리한 방이다. 그저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들이다. 정면에는 여름 옷, 좌축 일부가 보이는 곳은 겨울 옷, 우측 보이지 않는 곳에는 양복만 걸어둔다.

 

그래서 내 냉장고 속은 이렇습니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혼자 사는 사람의 냉장고 속은 이렇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그것이 궁금했을 테니까? 이제 속을 다 까보였으니 시원하신지. 세상 참 궁금할 것이 그리 없는지. 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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