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내린 폭우로 인해 바위 등이 번들거린다. 이런날 계곡을 따라 다녀야 하는 산행은 정말 위험하다  


 

몇 년 전인가 산사에서 생활을 했던 적이 있다. 본의 아니게 여러 가지 주변의 복잡함이 싫어 세상을 회피한 것인지도 모른다. 산사의 생활이란 것이 우리기 흔히 생각하듯 그렇게 꿈같은 것은 아니다, 나름 규범이 있는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네 같은 천방지축은 가끔은 속이 터질 것만 같기도 하다.

 

그런 산사에서의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참 많은 공부를 한 것만은 사실이다. 우선은 ‘참는다.’는 것을 배웠고, 사람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갈 곳과, 가지 말 곳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리고 덕분에 산행(등산이 아니라)을 하는 법까지 배웠으니, 산사생활이 나에게는 정말 많은 것을 가르친 것만 같다.

 

“산은 사람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지”

 

아마도 그 어렵고 힘든 시기에 한 어르신을 만나지 않았다고 하면, 지금쯤은 어떻게 되었을까?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해본다. 산사의 틀에 박힌 무료한 시간을 달래느라, 산행을 하다가 만난 어르신.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신다. 봄이라 산더덕을 캐러 왔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얼마나 캤는지 좀 보자는 것이다.

 

“그만큼 캤으면 됐네. 이제 그만 내려가게”

“일행이 아직 산에 있어서요.”

“알아서들 내려오겠지. 산에 올라서는 절대 욕심을 부리면 안 되지. 딱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것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라니”

 

 

더 할 말이 없어, 일단 산 밑으로 내려왔다. 어르신이 돌아가시면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산은 사람을 실망 시키는 법이 없지. 다음부터 산에 오를 때는 미리 무엇을 얼마큼 가져 갈 것인지 생각을 하고 올라가게, 딱 그만큼은 가져 갈 수 있으니”

 

구실을 만들기 위한 마음이 미안해

 

10일(토), 일기예보에서는 중부지방에 70mm가 넘는 비가 쏟아진다고, 산이나 계곡으로 피서를 가는 사람들은 조심을 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산행을 하기도 작정을 했으니, 비가 많이만 오지 않는다면 강행을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주변에서는 요즈음은 국지성 소나기가 많이 내리는데, 어떻게 산행을 하느냐고 만류를 한다.

 

아침이 되었는데 날이 잔뜩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는다. 서둘러 집을 나섰다. 산행을 한다고 하니, 누군가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서 부탁을 했기 때문이다. 다급한 사람이 부탁을 하는 것을 듣고, 내 몸 하나 편하자고 안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동행을 하기로 한 아우도 한 시간만 출발 시간을 연장을 하잔다.

 

 

솔직한 심정이 이럴 때는 아우가 한없이 고맙다. 만일 출발하기 전에 비가 오면 기지 않아도 될 구실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시간을 연장을 했는데도, 비가 오지 않으니 출발을 할 수 밖에. 피서객들도 인해 고속도로는 아침부터 정체라고 한다. 국도로 목적지까지 가서 산행을 시작했다.

 

딱 필요한 만큼만 채취를 해

 

산을 오르고 있는데 멀리서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급기야는 시커먼 구름이 몰려오더니, 이내 빗방울이 후드득거리고 떨어진다. 곧 그치겠지 하면서 여기저기 찬찬히 살펴본다. 하지만 곧 그치겠지 하고 생각한 비는 점점 세차게 퍼붓는다. 이내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거센 빗줄기에 천둥과 벼락까지 친다.

 

전화벨이 울린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누구일까? 전화와 지갑 등이 비에 젖을까봐, 비닐봉지로 꽁꽁 싸매 두었는데. 큰 나무 밑으로 가서 전화를 받는다.

“형님 비가 많이 와요. 천둥도 치고 벼락도 때리고. 산에서는 큰 나무 밑은 위험하다고 하니, 작은 나무 밑으로 가서 비 좀 피하세요.”

 

꼭 필요한 것이 있다고 당부를 한 아우의 전화다. 막상 산으로 간 형이 쏟아지는 비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까봐 전화를 한 것이다. 걱정 말라고 안심을 시킨 후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저만큼 영지버섯이 보인다. 산을 올라왔으니 이것도 산에서 주는 선물이 아닐까? 잘 캐서 봉지에 집어넣는다. 이번에는 장수버섯이 나무에 가득 달렸다.

 

그리고 딱 필요한 산삼 두 뿌리를 캤다. 더 이상은 이 비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라는 어르신의 말씀 때문이다. 사실 그 이후로 산행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채취했지만, 아직 한 번도 나를 위해서 먹거나 사용을 한 적이 없었다. 모두를 주변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었으니.

 

크진 않지만 필요한 산삼 두 뿌리에 영지버섯과 장수버섯. 이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그래도 이만한 수확을 했으니 얼마니 기쁜 일인가? 장수버섯과 영지버섯을 함께 동행 한 아우와 나누었다. 세상에 내 것이 아니지 않은가? 욕심을 버리면 구하는 만큼 준다는 어르신의 말씀. 하산을 하면서 아우에게 그 말을 전해준다. 아우도 욕심을 내지 말고, 산에서 채취를 한 것은 나누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자연이 사람들에게 그냥 주는 것은 참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자연의 고마움을 잘 모른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자연이 필요한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자연으로의 회귀.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힐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그들이 쉽게 이야기를 하는 힐링이 진정한 몸과 마음의 치유가 되기는 할까?

 

수원에서 파워소셜러 팸투어를 마친 후,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그냥 헤어지기가 섭섭해 술을 한잔 나누었다. 그런데 그 술이 문제! 한 순배 돌아가자 여주로 가자고 다들 마음에 통했다. 밤늦게 달려간 여주. 그리고 다음 날, 사람들은 자연을 마음껏 즐겨보잔다. 싫다할 사람 없으니 더 더욱 좋지 않은가?

 

 

 

여주 상교리는 자연의 보물창고

 

함께 팸투어에 참가를 했던 여주군 북내면 상교리에 사는 아우네 집 근처에 있는 산은, 예전에 금광이 있던 곳이다. 지금도 산을 오르면 여기저기 굴이 보인다. 가끔 여름에 찾아가면 그 근처만 가도 찬바람이 나오고는 하기 때문에, 일부러 굴을 찾아가고는 하지만. 이 산에서 흐르는 맑은 물과 지천에 깔린 나물들.

 

함께 동행을 한 블로거 장유근(보라미랑)님과 정덕수(한사), 한 사람은 들판에서 달래와 냉이를 캐고, 아우(김원주님)와 장유근님은 고기를 잡으러 나섰다. 맑은 물속에 담가놓았던 그물 안에는 꽤 많은 물고기들이 들어가 있다. 그것을 일일이 손질을 해 매운탕을 끓이고. 정덕수님이 캔 달래와 냉이는 양념을 해서 잘 무쳐놓았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마련한 술상. 매운탕에 달래와 냉이무침, 그리고 된장국, 시원한 공기, 발밑에서 봄기운과 함께 올라오는 흙냄새. 그리고 좋은 벗들. 이러한 자연에서 구한 좋은 음식과 좋은 벗들. 절로 술 한 잔 들어가지 않겠는가? 그렇게 먹다가 보니, 또 하루가 지나버렸다. 그래도 좋지 아니한가?

 

자연에 묻혀, 자연으로 돌아가는 생활. 조금만 노력을 하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푸짐한 먹거리들. 이런 것이 바로 힐링이 아닐까? 자연은 늘 우리 곁에 그렇게 많은 것을 주고 있지만, 정작 우리들이 그런 것의 고마움을 알지 못한다.

 

 

자연에게서 받은 선물들

 

벗들이 물고기를 잡고 나물을 채취하는 동안 산으로 올랐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에는 항상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산등성이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발밑에서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들이 정겹다. 조금 올라가니 낙엽 틈에서 벌겋게 색이 든 것이 보인. 영지버섯이다.

 

사실 이곳에 들릴 때마다 산을 오르고는 하는 이유가 바로 버섯 때문이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까 해서 꼭 오르는 산이다. 3월이기는 하지만 날이 푹해서 땀이 다 난다. 밤늦게까지 마신 술로 인한 숙취가 가시는 듯하다. 산을 이리저리 돌다가 보니 손에는 영지버섯 몇 개가 들려있다.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다음에 또 오면 되기 때문이다.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면 된다. 내려오니 모든 음식이 차려져 있다.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밖에서 자연에게서 받은 음식들. 그것만도 좋은데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이 집의 안주인인 장화백이 담 밑에 핀 제비꽃 세 송이를 따다가 달래무침과 냉이무침 위에 올려준다. 그 작은 꽃으로 인해 그저 덤덤한 나물무침이 작품이 된다.

 

그저 모든 것 하나가 다 즐겁고 고맙다. 아우가 오더니 집에서 키우는 흑염소에게 손짓을 한다. ‘일어서라고 하자, 흑염소가 앞발을 들고 벌떡 일어난다. 순간 다들 자지러진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맞는다. 그리고 자연이 된다. 이런 것이 요즈음 몸과 마음을 다 치유한다는 힐링이라는 생각이 든다.

 

 

8월 11일부터 하기휴가이다. 딱히 휴가라고 해서 근사하게 계획을 잡아 놓은 것은 없다. 그저 나도 남들처럼 휴가라는 것을 한번 즐기고 싶었을 뿐이다. 40대까지만 해도 직장이라는 것을 갖고 있었으니, 휴가철이 되면 한 달 전부터 그럴 듯한 계획을 세워 놓고는 했다. 그러다가 직접 자영으로 언론 쪽의 일을 하면서부터는, 휴가가 먼지 아예 남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먹어 새로운 직장을 가지면서 나도 남들처럼 ‘휴가’라는 것을 즐기고 싶었다고 하면, 참 속 좋은 소리 하고 있다고 핀잔을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 생활에 익숙한 나로서는, 딱히 남들처럼 그리 즐거운 휴가계획은 아예 세워놓지도 않았다. 휴가란 말 그대로 일정기간 동안을 쉬는 일이니, 정말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뿐이다.


산을 오를 때 사용하는 배낭과 토시, 그리고 발 보호대

편히 쉬지 땀 흘리고 산은 왜 가?


“이번 휴가 어디로 가세요?”

“글쎄요 산에나 가려고요”
“아~ 등산 가시나 봐요”

“아닙니다. 그저 산에 올라 아무것이나 좀 캐려고요”

“그럼 약초를 캐시나요?”

“...... ”



삼과 더덕을 캘 때 사용하는 괭이와 12일 오른 산. 그 뒤편 안개에 가린 산을 올랐다.

더 이상은 질문을 하지 않는다. 대답이 없으니 질문을 하기도 멋 적은가보다. 그러나 내가 대답을 하지 않은 것은 난 등산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산에 꼭 일이 있어 가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가만히 앉아 쉬는 것이 무료해, 산삼이라도 한 뿌리 캐볼 심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난 심마니는 더욱 아니다.

     

“날 더운데 땀 흘리고 산에는 모하러 가”


아는 녀석이 볼멘소리를 한다. 물론 산에 오르면 땀이 비오 듯 쏟아진다. 남들보다 유난히 여름을 잘 타는 나로서는 산 밑에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면, 먼저 땀으로 범벅이 된다. 그런데도 산에 오른다. 남들은 그런 나를 말리기도 한다. 너무나 지치면 몸에 오히려 좋지가 않다는 것이다.


여주에 있는 아우 녀석의 집으로 휴가지를 잡았다. 근처 산에 올라 산삼이라도 캐 볼 심산이다. 12일 아침에 산을 오른다. 땀이 비오 듯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뜨거운 날씨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몇 시간을 산을 헤맸지만 삼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굵은 더덕 몇 뿌리를 캔 후 토종닭을 사서 백숙으로 만찬을 즐겼다. 깊은 산 중에서 캔 더덕은 그 향이 짙다. 백숙에서는 짙은 향내가 난다.


다음 날은 다리도 아프다. 전날 먹은 술이 아직도 몸 안에 남아있는데, 또 다시 산을 오르자고 사람들에게 재촉을 한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다. 어제 움직인 것도 지쳐있는데, 산을 또 가자니 누가 반길 것인가?




산에 오를 때 복장을 보면, 이건 나도 일류 심마니다. 등산화를 신고 다리에는 신발에 흑이 안 들어가도록 보호대를 찬다. 그리고 얼음물과 이온음료를 한 병씩 챙긴다. 배낭 안에는 허기가 질 것에 대비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도 준비한다. 여름에도 긴 옷을 입어야하지만, 요즈음에는 시원한 토시를 팔에 낀다. 그리고 삼을 캘 때 사용하는 곡괭이까지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다르다. 해가 있어도 어둡다. 계곡을 끼고 따라 오르다가 보면 더위가 조금은 가실 듯하지만, 워낙 빨리 산을 오르니 땀이 마를 새가 없다. 두 세 시간을 산을 타다가 보면 몸에서는 쉰내가 나기 일쑤다. 그래도 왜 그렇게 산을 올라야 하는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몸은 가볍고, 주변 사람에게는 나눌 수 있어 좋다.


산을 오르면 무엇이든지 소득은 있다. 하다못해 더덕 몇 뿌리라도 캐오기 때문이다. 자연산 더덕을 입에 넣고 씹으면, 그 향이 짙어 목이 아릴 정도이다. 오늘도 산에 올라 두 시간여를 골짜기를 타고 올랐다. 마음 같아서는 큰 더덕 10여 뿌리를 캐면 블로거인 아우 녀석에게 택배로 보내 줄 심산이었다. 날마다 사진만 찍어 약을 올려놓았으니, 산삼은 그만두더라도 더덕이라도 보낼 줄 생각이다.


하지만 아무리 산을 뒤져도 눈에 뜨이질 않는다. 장소를 옮겨 보았지만 마찬가지다. 대신 영지버섯만 따왔다. 영지버섯은 왜 그리도 눈에 잘 띠는 것인지. 내일은 이것이라도 포장을 해서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산을 내려오면서 다짐을 한다. 아직 휴가가 이틀이나 남았으니, 내일은 또 다른 산으로 도전을 해볼 생각이다. 하다못해 새끼삼이라도 좋으니 그저 몇 뿌리라도 찾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나는 땀을 흘려 몸이 가벼워져 좋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수 있으니 더욱 좋은 것이 아닐까?


“아우야 기다려라, 영지버섯 착불로 보내 주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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