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팔달구지회 대강당에 400여명 모여

 

국군의 날이자 10월 첫날인 1일 오후, 대한노인회 팔달구지회 1층 대강당에 400여명이 팔달구 거주 노인들이 모였다. ‘2019 팔달구 은빛어르신 노래자랑이 열렸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은빛 노래자랑은 시작하기 전부터 팔달구 10개 동에서 응원차 모인 구민들로 인해 북적였다.

 

오늘 모든 분들이 즐겁게 노래하면서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행복은 먼 곳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오늘 은빛노래자랑에 참가하신 모든 분들이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시고 좋은 기운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

 

대한노인회 팔달구지회 이병학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노래자랑을 통해 더 즐겁고 건강한 하루를 보내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은빛 어르신 노래자랑에는 수원시의회 김미경 교통건설체육위원장과 김진관 의원, 이헤련 의원 등도 자리를 함께했으며, 팔달구 이훈성 구청장과 각 행정복지센터 동장 등도 응원차 찾아왔다.

 

 

식전행사부터 뜨거워진 은빛 어르신 노래자랑

 

노래만큼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것은 없는 듯하다. 팔달구지회 강당에 모인 400여명의 팔달구 노인들은 손에손에 응원도구를 들고 시작하기 전부터 응원을 펼치느라 시끌벅적하다. 더구나 이날 응원상으로 3개 팀을 선정해 수원농협에서 효원미를 수상한다고 하자 응원전은 점점 뜨거워졌다.

 

팔달구 은빛노래자랑은 모두 14명의 노인들이 참여했다. 팔달구 10개 동에서 경로당 숫자가 많은 동은 1명 이상이 참가했고, 경로당이 적은 곳은 1명만 참가했다. 노래경연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7명씩 경연에 참가했는데, 시상은 대상 1(칼라TV), 금상 1(전기압력밥솥), 은상 1(삼성청소기), 동상 2(에어프라이기), 인기상 2(와이드 그릴), 우수상 7(수저세트)를 시상했다. 참가자 전원에게 상을 수여한 것이다.

 

이훈성 팔달구청장은 경연이 시작되기 전 인사말을 통해 팔달구에는 모두 86개소의 경로당이 있다면서 노래자랑에 참가한 모든 분들이 늘 건강하고 행복하기 바란다고 했다. 노래자랑은 초청가수 나소연의 노래로 시작해, 개회선언, 내빈소개, 개회사 및 축사, 심사위원 소개, 노래경연, 초청가수 공연(이미옥), 심사평 및 시상 등으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뜨거운 응원전으로 후끈 달아올라

 

은빛노래자랑이 시작되자 각 동에서 출연한 출연자들이 노래를 하는 동안, 응원단들이 무대로 올라가 응원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들고 함께 춤을 추는 등 응원상이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열기가 뜨거워졌다. 노래를 부르는 출연자들도 응원을 하는 응원단도, 관람을 하는 어르신들도 모두가 하나가 되어 즐기는 노래자랑이 되었다.

 

이날 14명이 무대에 올라 경연을 벌인 결과 대상에는 인계동 파밀리에 아파트에 거주하는 정옥순씨가 바램을 불러 대상을 차지해 커다란 칼라TV를 상품으로 받아갔으며, 금상은 화서2동 꽃뫼버들마을에 거주하는 이현옥씨가 이별을 불러 전기압력밥솥을 상품으로 받아가는 등 출연자 모두가 상품을 수령했다.

 

‘2019 팔달구 은빛어르신 노래자랑()대한노인회 수원시팔달구지회가 주최하고 ()은빛사회복지발전협의회가 주관했으며, 수원시와 팔달구청 후원으로, 수원농협, 수여성병원, 패밀리포터하우스, 다인병원, 중앙병원 등이 협찬했다.

 

무더위에 벽화를 그리는 KT&G 상상 발룬티어 대학생들

 

더워도 너무 덥다. 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있지만 그동안 늦은 장맛비로 인해 며칠이나 쉬지 않고 비가 퍼붓더니 이마가 까질 정도의 무더위가 시작됐다. 그냥 밖에서 조금만 걸어도 땀이 흐른다. 이런 날 지동을 찾아온 젊은 대학생들. 열심히 칠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은 KT&G 상상발룬티어 대학생들이다.

 

KT&G 상상발룬티어 대학생들은 몇 해 전에도 지동을 찾아와 낡은 골목길에 아름다운 벽화를 그려 환경개선을 한 바 있다. 이들은 수원시와 연계하여 벽화봉사로 상상을 입히다’(벽화, 계단화, 가드님 등)2015년부터 연간 2회 정도 진행하고 있으며, 팔달구 지동을 비롯해 권선구 평동 등 구도심의 낡은 골목에 채색하여 환경개선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한몫하고 있다.

 

이들 상상발룬티어 자원봉사단 60여명이 지동을 찾아와 자원봉사를 했다. 이들은 3일에 걸쳐 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치매파트너 교육 실시와 벽화봉사를 했다. 상상발룬티어 학생들은 지난 24일 동문경로당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짝짝꿍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KT&G 상상발룬티어 대학생들이 지동에 상상을 입히고 있는 것이다.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

 

또한, 지난 26일에는 KT&G 상상발룬티어 대학생들이 지동 동문경로당을 찾아와 대학생과 어르신 1:2 매칭을 통해 프로그램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제시어가 적힌 키워드를 뽑아 관련 된 일화를 이야기하며 어색함을 풀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캘리그라피 전문 봉사자를 통해 어르신이 원하는 문구를 캔버스에 담아 꾸미는 프로그램 진행한 바 있다.

 

29, 지동 청룡마을 창작센터 인근 거리 벤치에 젊은이들이 무엇인가 열심히 칠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들이 벽화사업 추진을 통한 치매안심마을 홍보와 벤치 활용을 통한 인지환경 조성 및 치매정보 제공에 기여했다.

 

무엇을 그리고 있어요?”

, 치매안심마을 조성 일환으로 벤치에 칠을 하고 주변에 화분을 놓아 어르신들이 길을 걷다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림도 그리나요?”

, 의자 뒤 게시판에 치매에 관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무더위에도 어르신들을 위해 벽화를 그리는 KT&G 상상발룬티어 학생들

 

잠시만 밖에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이다 이렇게 무더운 날 지역의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 남들은 무더위에 피서를 간다고 도심을 떠나 바닷가를 찾아가는데 이들은 무더위에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봉사를 하고 있다. 주변에 화분을 놓고 꽃과 나무를 심는가하면 지동 곳곳에 마련한 벤치에 칠을 하고 있다.

 

지동을 찾아온 KT&G 상상발룬티어 대학생들은 지동 시립어린이집 모퉁이와 창룡마을 창작센터 부근 벤치 2개소에 칠을 하고 치매에 관한 그림을 그렸다. 이들은 지동 내 벤치 2개에 대하여 인지건강을 증진시키는 색상 및 무늬로 채색 후 화단을 조성하여 어르신들의 쉼터 공간을 마련하였으며, 벤치 게시판은 치매예방과 조기검진 등 치매안심센터 관련 정보를 그림과 포스터 등을 부착해 치매예방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치매안심마을 협력기관인 지동소재 동부파출소 벽면에 치매어르신이 안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치매안심마을을 나타내는 그림을 벽화로 그려 홍보효과를 높이고자 했다. KT&G 상상 발룬티어 대학생들은 그늘도 없는 거리에서 햇볕에 노출된 체 칠을 하고 그림을 그린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 봉사를 한다는 것이 쉬운 알이 아니지만 구슬땀을 흘려가며 묵묵히 작업에 열중한다.

 

노인인구 비율이 수원에서 높은 지동. 이들 KT&G 상상발룬티어 대학생들의 노력으로 인해 치매를 앓는 노인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 치매예방을 위해 땀을 흘리며 작업을 마친 KT&G 상상발룬티어 대학생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서일순 80, 최선예 81. 그림을 그린 할머니들의 이름과 연세가 적혀있다.

성한 곳이 없는 손으로 밭을 일구어 가꾼 푸른 보리밭 물결을 바라보는 농부의 미소에는 행복이 가득합니다. 투박한 손으로 일구어 낸 들녘의 생명들은 농부의 숨결이며 삶인 까닭이지요. 고단함을 고단함으로 여기지 아니하고 삶의 이야기로 그대로 드러낸 농부의 손이 아름다운 것처럼, 삶의 고단함을 이겨낸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손에는 지나온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중략)

 

한 곳을 향해 온 정성을 다하는 마음은 휘어진 손가락을 만들고. 그 휘어진 손가락은 다시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평생을 고단하게 삶을 이겨내고 자식들을 모두 독립하도록 뒷바라지 하고. 이제는 노년이 되신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손으로 소박한 크레파스가 다시 피어납니다.

 

삶의 모습이 제각각인 어르신들의 삶에서, 사람을 그리고 풍경을 그려낸 모습이 모두 다르지만, 그 안에 담겨진 삶의 이야기와 사랑은 투박한 손을 따라 그려진 그림 안에 고스란히 전해져 눈물이 됩니다(하략)

 

휘어진 손가락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글귀이다. 13일부터 17일까지 수원시청 로비에서 열리고 있는 수원사랑, 효사랑 기획전을 설명하는 글귀이다. 이 기획전은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가 주최를 하고 있다.

 

7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그린 그림전

 

이 그림을 만났을 때는 의아했다. 어느 그림은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인 듯한데, 어느 그림들은 전문가의 솜씨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장화홍련을 연작으로 그린 그림도 있다. 그런데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들의 설명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림을 그리신 분들의 연세가 모두 80이 가깝거나 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렇게 연세가 많이 드신 분들이 이렇게 그림을 그리셨을까? 여기 이 그림은 정말 우리가 마을에서 본 풍경을 그대로 묘사를 하고 있네. 할머니들께서 아트센터에서 그림을 그리시더니, 정말 이렇게 전시까지 하시네.”

 

전시가 되어있는 그림을 관람하던 몇 사람의 주부들이 박수를 치며 감탄을 한다. 그림 중애는 그림 안에 글을 같이 써 놓아 보는 사람들이 편하게 그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어르신들께서 젊은이들이 잘 알아보지 못할까봐 배려를 하신 것이나 아닌지. 아마도 어르신들은 평생 부모의 마음을 갖고 계신 것은 아닐까? 혹여 후손들이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까 봐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쓰셨다.

 

 

어르신들의 그림 놀라워

 

마을가꾸기로 달라진 효 영 실버 아트센터 - 영 실버 아트센터가 달라진 후 눈을 즐겁게 해준다고 우리들 보고도 고맙다고 한다. 우리 역시 자부심을 갖고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 2013, 12, 2 최선예 81

 

마을가꾸기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그림에 적힌 내용이다. 영실버 아트센터는 수원시 권선구에 소재하고 있다.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와 3세대문화사랑회가 주관이 되어 매년 아동미술대회 및 어르신들의 그림을 기획전시하고 있다. 이번에 열린 수원사랑, 효사랑 기획전역시 이렇게 준비된 그림들이다.

 

 

정말들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께서 수원을 사랑하는 마음과 효를 주제로 한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전시를 한다는 것이. 이런 그림전은 단순히 한 번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학교마다 순회를 하면서 전시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효와 마을사랑에 대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구경을 하던 한 시민의 말대로, 이 그림전시는 많은 사람들이 만나볼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모든 어르신들의 안녕을 함께 기원한다.

3천 만 명 이상이 민족의 대이동을 했다는 계사년 설 연휴. 몇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우리나라의 설은 명절 중에서도 가장 큰 명절이다. 명절 때가 되면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밀린 이야기들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이런 명절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행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명절이 더 외로운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직업 때문에 고향을 찾아가 가족을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그것은 자신이 할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날 수 있는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날 수 없는 사람들. 설날인 10일 하루 동안 찾아 본 그들의 마음 아픈 이야기이다.

 

 

3년 째 보지못한 가족, 체취라도 맡고싶어

 

서울을 올라가려고 수원역을 나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뒤늦게 고행을 찾아 기차를 타려고 역사 안이 시끌벅적하다. 그 한편에 남루한 차림의 남자가 보인다. 보따리를 하나 곁에 두고 하염없이 기차를 타기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눈에 이슬이 맺혀있는 것이 보인다. 곁에 가서 괜히 이야기를 걸어본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사람이 깊은 한숨을 내쉰다.

 

날씨가 추울 거라고 하더니 좀 풀렸네요.”

담배 피우세요?”

나가서 담배나 한 대 피우시죠.”

 

흡연구역으로 따라 나오기는 했지만 정작 담배를 피우지를 않는다. 가만히 보니 담배가 없는 듯하다. 매점으로 가서 담배 한 갑을 사서 손에 쥐어준다. 그리고 묻고 싶었던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고향이 어디세요?”

“......”

그런데 고향에 안 가세요?”

벌써 가족들을 보지 못한지 3년이 넘었네요.”

 

고향조차 말하기가 어려운 듯하다. 사업을 하다가 본의 아니게 부도를 내고 말았다는 김아무개() 고향을 갈 수도 없고, 전화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명절 때만 되면 역에 나와 이렇게 사람들이 고향을 가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하면 보지 못하는 가족들의 체취라도 맡을 수 있을까 해서란다. 그 말에 가슴이 아려온다. 나 역시 한 때 가족들과 떨어져 수많은 날을 그리움으로 지새보았기에, 그런 마음이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찬바람을 맞는 어르신은 왜 혼자였을까?

 

명절 전인 8일 재래시장을 취재하러 나갔다. 취재를 마치고 일부러 남수문을 돌아 화성을 좀 걷고 싶었다. 창룡문 쪽을 따라 성 밑 길을 걷고 있는데, 추운 날씨에 어르신 한 분이 성 밑돌에 앉아계시다. 이 추운데 왜 저곳에 계신 것일까?

 

어르신 이 추운데 왜 거기 계세요. 고뿔드시겠어요.”

갈 데가 없어

집이 없으세요?”

아니 잔 집은 있어. 그런데 장에 나온 사람들 구경하느라고

그럼 장으로 가서 보셔야죠.”

장으로 들어가면 아이들이 더 보고 싶어서.”

 

말끝을 흐리시는 어르신. 혼자 생활을 하시는 홀몸어르신이라고 하신다. 아들딸이 있지만, 벌써 보지 못한지가 오래되었다고. 어쩌다보니 혼자가 되었다고 하시는 어르신, 더 이상을 물을 수가 없다. 언제인가 방송 일을 할 때 양로원에 계시던 분의 말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 그분은 자녀들이 살고 있는 주소도 모른다. 집 전화번호도 모른다. 그리고 심지어는 아들의 이름도 모르신다고 했다. 자녀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나 밤이 되면 눈물을 흘리시면서 무엇인가 방바닥에 손가락 글씨를 쓰더라는 것이다. 물론 그 손가락 글씨는 보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이나, 귀여운 손자손녀들의 이름이었을 것이다.

 

명절이 되면 더 슬픈 사람들.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명절 때마다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러저런 이유로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고, 혼자 쓸쓸히 명절을 보내는 많은 사람들. 이젠 더 이상 이렇게 가슴 아픈 모습들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정부가 들어서고 최우선이 서민들의 복지라고 한다.

 

과연 이 새 정부가 온전한 복지를 이루어낼 수 있으려는지 모르겠다. 올 계사년 추석에는 제발 이렇게 혼자서 아픈 가슴으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설날 한국민속촌의 모습입니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기사 분, 아픈 기억이

 

요즈음은 어르신들의 연세에 대해 늘 생각을 하게 된다. 수원 지동의 한 경로당에 가면 어르신이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다. 예전 같으면 65세라는 연령도 꽤 대우를 받았지만, 지금은 70세도 청춘이라고 할 정도이다. 그래서인가 고령화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한다는 목소리들이 상당히 높다.

 

며칠 전인가. 시청에 볼일이 있어 택시를 탔다. 시청까지 간다고 말씀을 드리고 나서 기사 분을 뵈니 연세가 상당히 드신 듯하다. 요즈음 들어 연세가 드신 분들이나 여성들이 운전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아서인가 특별히 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사 분이 먼저 말을 걸어 온다.

 

 

내 나이 78세인데 아직 청춘이지

 

오늘은 그래도 날이 좀 풀려서 다행이긴 하네요.”

그러게요 올 겨울은 참 유난히도 추운듯합니다

이나저나 벌써 두 시가 넘었는데 큰일이네 아직 4만원도 못 올렸으니

 

하루에 회사에 입금을 시키는 금액이 16만원이 넘는다고 하신다. 그런데 아직 4만원 밖에 못 올렸다고 하는 기사 분. 그 시간까지 아침도 드시지 못했다고 하신다. 아무리 그래도 오후 2시가 넘었는데 아침도 드시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장해서 어떻게 운전을 하세요?”

어차피 늦었으니 이제 아침 겸 점심으로 때워야지

어르신 연세가 어떻게 되셨어요?”

이제 78세인데 청춘이지 머

 

 

그렇게 청춘이라고 강조를 하시는 어르신. 나이가 먹어 딱히 할 일이 없어 택시가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 취직을 하려고 이력서만 60통 이상을 쓰셨다는 것이다. 겨우 들어간 택시회사. 이틀 일하고 하루 쉬시지 않느냐고 하자, 한 달 계속 일을 하신다고 하신다.

 

난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일을 하지. 남들처럼 이교대로 하면 이것저것 힘이 들어. 그래서 혼자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해

 

그래서 아플 수가 없다고 하신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시는 까닭이라도 있으신가 보다. 하지만 그 이유를 쉽게 물을 수가 없다.

 

IMF에 찾아 온 아픔, 얼굴엔 그늘이

 

나도 한 때는 종업원을 60명이나 거느리고 있던 회사를 운영했지. 그러다가 IMF 때 그만 회사가 절단이 나고 말았어. 그 때 중풍이 와서 쓰러졌거든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운전을 하세요?”

병을 고치려고 전국을 돌면서 무지 애를 썼지. 지금은 건강해. 점심시간이나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반드시 운동을 하거든. 아직도 팔굽혀펴기 30번에, 윗몸 일으키기 50번은 거뜬하거든. 그것이 내가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기도 하고

 

그렇게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지켜 가신다고 하신다. 집에 가족들이 안계시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없으시다. 아픈 사연이 있으신 것을 참고, 그렇게 운전을 하시면서 생활을 하고 계시는 분이신가 보다.

 

지금은 건강에는 문제가 없으시죠?”

그럼, 아플 수도 없어. 아파서 쉬려면 하루 입금액을 내고 쉬어야 해. 그래서 난 아프면 절대로 안 돼

너무 무리를 하시면 안 좋을 텐데요?”

그래도 내가 우리 회사 60명 기사 중에서는 항상 일등이야. 그 정도면 청춘 아닌가?”

 

 

끝까지 춘이라고 말씀을 하시는 어르신. 아마도 당신 스스로가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것이 위로가 되시는 듯도 하다. 그래도 아직 이렇게 건강하게 활동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반성해 본다. 과연 나는 이 어르신처럼 그 나이까지 활동을 할 수 있을 가를.

 

차에서 내리면서 어르신께 위로의 말씀이라도 드리고 싶지만,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스스로 청춘이라고 말씀을 하시면서 환하게 웃으시는 어르신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보였기 때문이다.

 

어르신 건강하세요. 식사는 꼭 제 때 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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