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보면 저녁에 심하게 술을 마실 때가 있습니다. 항상 부모님께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체질적으로 강건하게 만들어 주셨다는 것입니다.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아침에 골이 아프거나 속이 쓰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늘 고맙고 또 감사한 생각입니다. 새벽녘까지 술을 마셔도 일어나는 시간은 항상 이른 시간인 아침 5~6시 정도입니다.

 

어제(22) 화성 행궁 신풍루 앞에서 공연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공연 취재를 나갔다가 열이 머리 위로 치솟는 바람에 과음을 한 듯합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바로 잠을 청하지만, 속이 출출할 때는 다릅니다. 무엇이라도 먹어야죠. 그리고 과음을 한 다음날은 평소의 두 배 정도 먹어댑니다. 잘 살아가는 방법이죠.

 

 

무엇을 먹을까? 고민은 금물.

 

집에 들어가던지 아침을 맞이하던지 남들은 가장 걱정이 먹을 것이라고 한다. 특히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걱정이 바로 먹거리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한 가지 방법을 터득한 것이 있다. 바로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다. 늘 먹을 것이 있다 보니 그런 걱정은 아예 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먹을 것을 매일 그저 그렇게 먹는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무엇인가 색다른 맛을 보고 싶다. 그런데 밥을 해먹자니 그동안 기다리는 시간에 배가 더 고플 것만 같다. 빠른 시간에 먹을 것으로 배를 채우기는 역시 라면이 최고다.

 

그런데 그냥 라면을 먹자니 그도 별로 반갑지가 않다. 원래 라면을 자주 먹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냥 라면만 먹는다는 것도 별로 즐겨하지 않기 때문이다. 냉장고 문을 열고 라면을 어떻게 해 먹을 것인가를 고민을 해본다. 무엇으로 어떻게 즐겁게 먹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시간만큼 즐거운 것은 없다.

 

 

프라이팬 야채라면이라고 아세요?

 

냉장고 안에는 언제나 몇 가지의 야채는 기본적으로 갖추어 놓고 있다. 상추와 깻잎, 아삭이 고추가 있다. 상추와 깻잎을 준비하고 컵 라면을 하나 꺼냈다. 라면을 컵에서 끓이는 것이 아니라 프라이팬에서 끓인다. 팔팔 끓을 대쯤 면발을 젓갈로 들어 올려 바람을 쐬면 면발이 쫄깃해진다.

 

그리고 몇 번 분 더 끓인 다음 1~2분 정도 식힌다. 그러고 나서 김치와 막장만 준비하면 된다. 우리 집 막장은 맛이 있기로 소문이 나 있다. 막장 하나만 가져도 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을 정도이다. 딸이 정성스럽게 보내준 장이라 함부러 먹질 않는 편이다. 그 장과 잘 익어 적당히 신 맛이 도는 김치만 있으면 모든 준비는 다 끝난 셈이다.

 

쫄깃하니 적당히 잘 식은 라면 발을 건져 올려 야채에 넣고 된장과 김치를 올린다, 그리고 잘 싸서 입안에 넣으면 프라이팬 야채라면이 된다. 맛이 감칠맛이 난다. 라면의 냄새가 된장과 김치에 가려지고, 야채의 바삭거리고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먹다가보니 새삼스럽게 맛이 있다. 오늘 요리 한 가지 또 만들어냈다.

() 이 요리를 만들어 판매를 하시려고 마음먹으신 분들은 주의하시길. 바로 킬 납니다.

 

요즈음은 건물의 옥상에 쉼터를 마련하는 곳이 꽤 있다. 하지만 꽤 넓은 옥상이 그저 빈 고간이 아니고, 아름답게 꾸며진다면 그보다 바람직한 일이 있을까? 수원시청 옥상이 바로 그렇게 조성이 되었다. 그저 단순한 옥상이 아닌 정원보다 더 아름다운 장독대와 텃밭, 그리고 쉴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되었다.

 

옥상에는 채소와 꽃들을 구분하여 심어놓았다. 2일 오후 빗방울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날씨에 수원시청 옥상을 찾았다. 텃밭 관리를 하는 사람이 열심히 텃밭에 심은 꽃과 채소에 물을 주고 있다.

 

 

이 물은 빗물을 받아 주시나요?”

, 빗물 저금통에 물이 있으면 그것을 사용하고요. 물이 떨어지면 수돗물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텃밭이 참 예쁘네요.”

, 이 텃밭은 우리 야생화와 채소류 등을 심어 놓았는데, 가끔 이곳이 와서 구경을 하는 분들도 계세요

 

일반적인 대지 위에 조성한 텃밭이 아니고, 건물 옥상에 조성한 텃밭이다 보니 그만큼 관리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관리를 잘했는지 채소며 꽃들이 잘 자라고 있다.

 

 

곰취, 약부추 간은 나물과 많은 꽃들이 있어

 

수원시청 옥상에는 이런 텃밭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과 함께 담군 장도 두 곳의 장독대에 담아놓았다. 장을 담굴 때는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동참을 한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이 장을 나누게 된다. 시민들이 동참하는 장담구기 행사도 매년 어김없이 이루어진다. 장독의 울타리 문 앞에는 왼새끼를 꼬아 숯 등을 매달아 놓았다. 금줄을 느린 것이다. 항아리 한 곳에는 버선 모양의 본을 떠 건강식품의 최고는 우리 전통장이죠! - 염태영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텃밭에는 약부추, 곰취 등의 쌈을 싸먹을 수 있는 채소와 토마토, 가지 등도 보인다. 거기다가 허브 종류의 식물들과 매발톱, 낮달맞이, 아스파라거스, 클레마티스 등의 꽃들도 심어 놓았다. 잘 조성한 식물들이 조화를 이룬 텃밭이 아름답다.

 

수원은 텃밭의 천국

 

수원은 마을만들기 일환으로 마을마다 텃밭 조성을 하고 있다. 과거 쓰레기들이 쌓이던 공간을, 쓰레기를 정리하고 텃밭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분양을 한다. 그리고 그 텃밭에는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유기농비료를 주어 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돕는다. 아이들과 함께 이런 텃밭을 분양받아 야채 등을 키우는 분들은, 정말 작은 행복을 이 텃밭에서 느낀다고 한다.

 

저희는 4평을 받았는데 어느 날은 아침에 일어나니 아이가 없어진 거예요. 놀라서 여기저기 찾아다녔는데 아이가 텃밭에 나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쫒아가서 보니 아이가 텃밭에 난 풀을 뽑고 있데요. 그때처럼 아이가 기특한 적이 없어요. 이 작은 텃밭 하나가 아이를 바꾸어 놓은 것이죠.”

 

 

서둔동 텃밭에서 만난 한 어머니의 말이다. 이렇듯 수원은 마을마다 작은 텃밭을 만들어 놓고, 텃밭을 관리하는 방법이나 유기농 비료를 만드는 법 등을 알려주고 있다. 수원시청 옥상에 마련한 텃밭 역시 정성을 다해 가꾸는 모습을 보면서, ‘텃밭 천국 수원의 달라진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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