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전국에서 일제히 치러진 2014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된 결과, 만점을 받은 수험생은 모두 1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4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은 606,813명으로, 재학생은 477,297, 졸업생은 129,516명이다. 수능 만점자는 경기 3, 서울, 대전, 대구, 전남 각 2, 광주, 경남 각 1명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한양)로 보내라는 말이 있었다. 그만큼 사람이 태어나면, 문물의 집결지인 서울로 보내야 성공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동안의 예로 보아도 서울 중에서도 강남권의 학생들 중에 만점자가 상대적으로 배출이 되었기 때문에, 최고의 학군은 당연히 강남이었다.

 

 

이제는 강남 명문 학군이 의미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돈 좀 가졌다는 집안의 부모들이나, 혹은 자식의 출세를 위하여 치맛바람을 날리는 어머니들은 대개 강남의 유명학군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한 과목당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과외를 시키는가 하면, 심지어는 유명 강사를 집으로 초빙을 해 아이들을 가르쳐 왔다.

 

하지만 이젠 그런 말은 물 건너 간듯하다. 수능 만점자 중 가장 많은 인원이 바로 경기도 용인의 외국어고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지역은 만점자 2명인 강상훈 군과 하형철 군이 모두 중동고등학교 학생. 서울에서 나온 수능 만점자가 같은 학교 학생이라는 사실에, 중동고등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지만 용인외국어고등학교에 뒤쳐져 있다.

 

 

치맛바람 용인으로 이동하려나?

 

강남에서 단 2명만이 한 학교에서 만점자가 나왔다는 것은, 일단 강남이 최고학군이라는 말은 이제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중동고등학교를 제외한 어느 학교에서도 단 한명의 만점자도 배출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제는 돈 처발라 가면서 과외를 시키는 일도 명분이 서질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번 수능의 만점자들 가운데 지방에서 11명이나 배출했고 더욱 작은 읍 단위의 학교에서도 만점자가 나왔다는 것은, 이제는 유명학교가 만점자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즉 명문학교나 명문학군이 아닌, 학교의 교육방침과 학생들의 나름대로의 노력이 만점자를 배출한다는 사실이다.

 

수능 1,2등급에서도 경기도가 우월

 

2013학년도 고교별 수능 성적에서도 경기도의 용인외고가 상위권(전체 9등급 에서 1등급 4%, 2등급 7%로 전체의 11%를 상위권으로 본다) 학생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수능 1,2등급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는 서울의 대원외고였으나, 자리가 바뀐 것이다.

 

전국에서 수능 1,2등급의 비율이 가장 높은 상위권 학교 25개교 중에도(전체 고등학교 2,342개교) 경기의왕시의 경기외고가 12, 수원의 수원외고가 13, 안양외고가 14위였다. 이 외에도 과천외고가 21, 고양외고가 24위에 올라 25위권 안에 경기도가 6개교나 포함되어 있다. 서울의 경우 25위 안에 대원외고, 한영외고, 명덕외고, 대일외고, 서울국제고, 이화여자외고 등 6개교였다.

 

물론 이 상위 25개교의 비교는 자사고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렇듯 용인외고에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만점자를 기록한 것은, 서울 중심의 명문학군이나 돈을 들여 비싼 과외공부를 시킨다는 것이 이젠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보다는 학교의 교육이 얼마나 충실한가? 또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가가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이제는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 아이들에게 주입식의 교육을 시켜, 명문대학을 들여보내기 보다는 아이들의 인성을 키우기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할 때가 아닐까? 앞으로 용인 외국어고등학교에 또 다른 치맛바람이나 불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 (사진 / 수원시 정책홍보담당관실 이용창)

경북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산44번지에 자리한 약사여래불. 속칭 ‘팔공산 갓바위’ 라고 부르는 해발 850m의 험준한 팔공산 남쪽 관봉의 정상에, 병풍처럼 둘러 쳐진 암벽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좌불상이다. 관봉을 ‘갓바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것은 이 불상의 머리에 마치 갓을 쓴 듯한 넓적한 돌이 올려져 있어서 유래한 것이다.

7일 아침 일찍 남원을 출발했다. 예정으로는 갓바위를 거쳐, 동화사와 또 한 곳을 둘러보리라 한 것이다. 그러나 이건 또 무슨 일인가? 88도로 좁은 길에서 버스가 그만 고장이 나, 오도 가도 못하고 1시간 이상을 지체했다. 대체된 버스를 갈아타고 출발을 했으나. 예정보다 근 1시간 이상을 지체한 것이다.


9세기에 조성된 당시 최고의 걸작품

10여일이 가깝게 몸살감기로 진이 다 빠져버렸다. 갓바위 주차장에 버스를 대고 걸어 올라가는 길이 그리 험할 줄이야. 벌써 7차례나 갓바위를 올랐다. 여느 때 같으면 한 걸음에 오르던 갓바위다. 그러나 기운이 쇠할 대로 쇠한 뒤라, 조금만 계단을 올라도 숨이 차다. 몇 번을 쉬면서 겨우 갓바위에 올랐다.

보물 제431호 갓바위 부처님은 약사여래불이다. 민머리 위에는 상투 모양의 머리인 육계가 뚜렷하다. 머리 위에 커다란 돌을 이고 있어, 갓바위라 부른다고도 한다. 언제보아도 갓바위 부처님은 근엄하다. 얼굴은 둥글고 풍만하며 탄력이 있고, 눈 꼬리가 약간 위로 치켜 올라가 있다. 귀는 어깨에 닿을 듯 늘어지고, 굵고 짧은 목에는 삼도가 뚜렷하다.



어깨는 일반적인 석불에 비해 위로 약간 올라간 듯하다. 넓은 어깨는 반듯해서 당당하고 건장하다. 그러나 신체의 부위는 가슴이 평판적이라 조금은 둔한 느낌을 준다. 두 손은 무릎 위에 올렸는데, 조금은 투박한 듯하다. 오른손 끝이 땅을 향한 ‘항마촉지인’과 유사한 손모양은 석굴암의 본존불과 닮았다. 그러나 불상의 왼손바닥 안에 조그만 약함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면 약사여래불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수능이 시작되면 바빠지는 갓바위 부처님

불상이 자리하고 있는 대좌는 4각형인데, 앞면과 옆면으로 법의 자락이 내려와 대좌를 덮고 있다. 불상의 뒷면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이 광배의 구실을 하고 있으나, 뒷면의 바위하고는 떨어져 따로 존재하고 있다. 풍만하지만 경직된 얼굴, 도식화된 옷주름, 평판적인 신체는 8세기의 불상과는 구별되는 9세기 불상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지칠 데로 지쳤지만 우선 손을 모으고 참배를 한다. 앞에 놓인 자리에 앉아 겨우 고개를 숙인다. 많은 사람들의 서원을 비는 소리가 조금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든다. 자리들을 차지하느라 일행을 불러대는 사람들도 있다. 수능 100일전부터 갓바위 부처님은 몹시 바빠지신다.

자녀들의 좋은 성적을 기원하기 위한 부모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자신의 아이가 좀 더 나은 점수를 받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빌 것이다. 바위에 손과 이마를 대고 비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곳에서는 어떤 형태로 기원을 하든지, 아무도 간섭을 하지 않는다. 비는 사람들마다 각자 자신의 서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갓바위 부처님은 늘 바쁘시다. 그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셔야 하기 때문이다. 그 서원을 일일이 귀담아 들으시고, 그것을 들어 주시려면 아마 쉴 틈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갓바위 부처님은 늘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사람들의 원을 들어주시나 보다. 오늘도 사람들은 갓바위 부처님께 서원을 한다. 그 많은 중생들을 일일이 내려다보고 계시는 갓바위 부처님.

“얘야, 나 요즘 엄청 바쁘거든. 네 서원은 네가 알아서 이루어라”


저녁시간 한참 이것저것 자료 정리를 하고 있는데, 친근한 아우 녀석이 전화를 했다.

 

"형, 갓바위에 가면 소원이 이루어지나요?"

"무슨 소리야 그것이, 뜬금없이. 글쎄, 가서 빌어보지를 않았으니 알 수가 없지. 그런데 왜?"

"아이가 저희 엄마한테 딴 아이 엄마들은 갓바위를 가는데, 저희 엄마도 다녀오라고 볼멘소리를 하더래요."

 

 

갓바위, 팔공산 관봉을 갓바위라고 부른다. 관봉이 유명한 것은 이 관봉에 보물 제431호인 관봉석조여래좌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석조여래좌상은 해발 850m의 험준한 팔공산 관봉에 둘러쳐진 암벽을 배경으로 조성된 단독 원각상이다.

 

이 갓바위의 석조여래좌상은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지 오래다. 관봉 석조여래좌상은 원광법사의 수제자인 의현대사가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선덕여왕 7년인 638년에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보다 더 유명한 것은 이 갓바위 석불을 조성하는 동안 밤마다 큰 학이 날아와 그를 지켜주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갓바위 부처님은 많은 사람들의 원을 들어주고 지켜준다는 것이다.

 

2009년 11월 12일(목)은 수능을 보는 날이다. 올해 재수를 하는 조카뻘 되는 녀석이 어디서 들었는지 갓바위를 다녀오라고 저희 어머니에게 볼멘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하기야 갓바위는 요즈음 들어설 자리가 없을 것 같다. 한 2년 전인가 시험을 보는 아이 부모들이 갓바위를 같이 좀 가자고해서, 함께 다녀온 적이 있다. 어차피 나야 올라가서 답사를 할 작정이니 싫다고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 동전 바위 벽에 동전을 붙이면 시험에도 딱 붙는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동전을 붙이느라 애를 쓴다

  
▲ 오르는 길 갓바위를 오르다가 보면 많은 조형물들이 바위 위에 있다. 이 모든 것이 다 자식들을 위하는 부모님들의 마음이다.

갓바위에 올라가니 빈자리가 없다. 연신 사람들이 올라오고, 일찍 기도를 마친 사람들은 내려간다. 오르기가 쉬운 곳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염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 때문이다. 이왕 내친 김에 나도 108배를 했지만 딱히 마음속에 염원을 두지는 않았다. 그저 함께 동행을 한 분들의 아이가 좋은 결과가 있기를 빌어주었다. 그래서인가는 몰라도 그 학생은 좋은 결과가 있었다.

 

아침과 저녁 심지어는 밤늦도록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는 갓바위. 석조여래좌상이 있는 옆 벽에는 누가 붙였는지 동전들이 붙어있다. 이 암벽에 동전이 잘 붙으면 시험도 붙는다는 이야기 때문인가 보다. 부모들이야 아이들을 위해서 못할 것이 없다. 그저 아이가 잘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런 마음을 자식들은 과연 알고나 있는 것일까? 허리가 아파서 제대로 구부리지도 못하는 부모들이, 자식들을 위해서 아픈 허리를 연신 만져가며 절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대단한 모성애라고 느낀다.

 

"이번 주말에 가보고 싶은데, 얼마나 올라가요?"

"한, 한 시간 반 정도 걸릴듯 한데. 산이 가팔라서 힘이 들 거야."

"힘이 들어도 아이가 붙기만 한다면야 무엇인들 못하겠어요."

 

  
▲ 기도하는 사람들 수능 일이 가까워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오직 하나 자식들을 위해서 힘든 산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미 한번 실패를 한 아이다 보니, 부모나 아이나 수능 일자가 다가오면서 조급한가보다. 엄마를 졸라 갓바위를 갔다오라는 아이도 힘들고. 아이를 위해 가깝지 않은 거리를 다녀와야 하는 부모도 힘이 들것이다. 그러나 어느 부모가 아이가 원하는 것을 마다할 것인가? 꼭 갓바위에 가서 빌었기 때문에 아이 점수가 좋아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렇게까지 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만 출세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교육에 일관성이 없이 해마다 다른 정책이 더 어렵게 만든다고들 한다.  

      

"일찍 출발해야 할 거야. 단풍철이라 교통도 막힐 테고."

"가서 열심히 빌어보아야죠.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 보물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431호 석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 때의 걸작품이다.

이제 보름도 남지 않았다. 갓바위 석불이 큰 영험을 보여 많은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내었으면 좋겠다. 먼 길 떠나는 아우 녀석도 마음 편히 다녀왔으면 한다. 엄마에게 갓바위라도 다녀오라는 조카 녀석도 그저 편하게 시험을 보기를 갈망한다. 마음 편하게 아이들이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고 보면 정작 갓바위를 다녀올 사람은 나인 듯하다. (출처 : 오마이뉴스/2009,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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