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KBS 2TV '여유만만‘에서 자신이 인기가수 김아무개의 전처였고, 1980년대 고등학생 때 CF 모델 및 영화 주연배우까지 섭렵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고 밝힌 박미령. ’여유만만‘에 나온 박미령의 이야기로, 오늘 하루 종일 온통 인터넷이 뜨겁게 달구어졌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인기를 뒤로 하고, 21살 어린나이에 결혼했지만 신병을 앓으며 남편과 아이 가족들을 떠나보냈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서 박미령은 자신이 신병을 앓으면서, 아버지마저 "우리집안에 무당은 없다"는 말로 자신을 내쳐 죽음을 기도했기도 했지만, 차가 폐차가 될 정도로 큰 사고에도 찰과상 하나 입지 않아 자신의 운명을 신의 계시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KBS 2TV '여유만만' 화면 갈무리


'신병'의 실체는 무엇인가?

‘무병(巫病)’ 혹은 ‘신병(神病)’ 이라고 부르는 병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먼저 궁금해 할 것 같아 해답을 밝힌다. 신병을 앓기 시작하면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일까? 대답은 ‘없다’이다. 신병에 깊숙이 전이가 되면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다. 다만 그 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오직 ‘신내림’ 뿐이다.

신내림이란 내림굿을 거치고 바로 ‘무당(巫堂)’, 혹은 ‘기자(祈子)’의 길로 들어서는 것뿐이다, 아무리 아픈 사람도 그 길로 들어서면 씻은 듯이 병이 낫는다. 이것이 바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다. 결국 신을 모시는 제자가 되어야만, 그 다음부터 나름대로의 생활을 영위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신병은 누가 앓게 되는 것일까? 누구라고 정해진 것은 없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나 다 신병을 앓을 수가 있다. 그리고 이 신병을 앓게 되면 여러 가지 증상이 오게 된다. 그 증상을 미리 알았다고 하면, 그렇게 심한 고통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병(神病)’의 증상 어떤 것이 있나?

신병을 앓는 사람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증상을 거치게 된다. 그 첫째는 ‘물질의 병’이다. 이유도 없이 몸이 아프거나 하여 병원을 찾아도 정확한 병명이 나오지를 않는다. 결국 돈을 들여 이리저리 병원을 찾게 된다. 이 물질의 병은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들이 갑자기 아프다거나 사고 등으로 물질이 축나는 것이다. 결국 가진 것을 다 잃고 난 다음에 신내림을 받게 된다.

두 번째는 ‘정신적인 신병’이다. 이 상태는 대개 ‘환시(幻視)’, 혹은 ‘환청(幻聽)’을 거치게 된다.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신병을 앓는 사람에게만 보이고 들리는 것이다.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지만, 정신이상은 아니다. 이 병을 앓게 되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남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런 상태가 되면 무병이 상당히 깊이 전이가 된 상태이다.

‘인다리(=人橋)’ 까지 거치기도

그렇다면 신병을 앓는 사람들이 죽을 수 있나? 답은 역시 ‘없다’이다. 신병을 앓는다는 것을 알고 손목을 칼로 긋는 사람도 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도 있다. 목을 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결과는 동일하다. 아무도 죽을 수가 없다. 그 이유는 목숨이 자신의 것이 아닌, 신령의 것이기 때문이다.

신병 중에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인다리’이다. 인다리란 말 그대로 사람으로 다리를 놓는 다는 말이다. 이 인다리는 신병에 걸린 사람이 계속 신내림을 받지 않을 경우,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한 사람씩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이다. 많은 경우 가족들을 모두 죽이고 나서 신내림을 받은 사람도 있다. 가족 5명이 모두 사고가 당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사고란 죽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신병을 앓았다고 이야기를 하는 박미령. 물론 방송에서 그런 것을 일일이 이야기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신병이다. 박미령은 어머니가 먼저 알고 내림을 받으라고 종용을 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받아야 할 내림굿을 거부하자, 그 신병이 박미령에게로 전이가 되었다고. 그래서 자신도 자식에게 전해질 것을 두려워하여, 신내림을 받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이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무속에서는 이런 경우를 ‘부리’가 있다고 한다. 부리란 바로 ‘뿌리’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선대가 무속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면 그 자손들이 바로 무속신과 접하게 되고, 그 영역 안으로 들어가 결국엔 내림을 받아야 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만일 어머니가 받았다고 하면, 박미령은 그 신병을 벗어날 수도 있었다.

한창 잘 나가던 박미령. 지금은 그저 방송에 나와 담담하게 지난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그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느라 얼마나 큰 고통을 당했을 것인지. 무병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그 고통의 세월을 이야기 할 수 없다. 그저 글로 간단히 성명할 만한 그런 고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는 방송에 나와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박미령. 앞으로 올곧은 신제자로써, 정말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주) 정말 쓰기  싫었던 글 하나 씁니다. 20여 년이 넘게 무속을 연구한다고 전국을 다니면서, 그들의 아픔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요. '신병'이란 당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그 고통을 모릅니다. 지금 담담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박미령을 보면서 이제는 더 이상의 고통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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