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집 ‘묵은지 고등어’에 명사들이 줄줄
참 이상하다. 음식이란 것이 꼭 분위기 좋고 멋들어진 치장을 해야, 맛이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저 옛날 우리 부모님들이 사시던 곳만 같은, 시골의 어느 집을 찾아든 것 같은 허름한 입구. 그리고 마당에 놓인 탁자 몇 개. 실내에 길다랗게 붙여 놓은 테이블. 이런 분위기를 사람들은 왜 그리 좋아하는 것일까?
벽에는 사인지들이 붙어 있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이 집을 드나들었음을 알 수 있다. 정치계, 연예게, 체육계에서부터, 시시콜콜한 우리와 같은 사람들까지도 이 집을 좋아한다. 사람마다 즐겨 찾는 음식을 다르겠지만, 내가 이 집을 찾는 것은 ‘묵은지 고등어’ 찌개에 막걸 리가 한 잔 하고 싶을 때이다.
수원 팔달구 골목에 자리하고 있는 ‘골목집’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254에 소재한 골목집. 이 집을 들어서면 제일먼저 좌측에 있는 화장실 입구가 눈에 띤다. 알 듯한 얼굴의 남자가 검은 안경을 쓰고 쭈그리고 앉아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다불유시(多不有時)’라고 적어 놓았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그냥 화장실 ‘W.C'를 한문으로 유식하니 적은 것이다.
내가 이 집을 찾아 든 것은 꽤 되었다. 이 집에서 우리 모임인 ‘우공이산(愚公移山)’이 모임을 갖기 때문이다. 또 편하게 술이 한 잔 하고 싶을 때도 이 집을 찾는다. 그저 마음 편하게 대해주는 주인도 좋지만, 이곳에는 늘 가면 내가 좋아하는 먹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분위기와 먹거리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을 즐겨 찾는 듯하다.
각종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
벽면에 붙은 사인지를 훑어보니, 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이 집을 찾아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인 중에는 이해찬 현 민주통합당 당대표도 이 집을 거쳤다. 벽에는 ‘불취무귀(不醉無歸)’라 적었다.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술꾼들의 대표적인 이야기이다. 또 현 박원순 서울시장도 글을 남겼다. ‘함께 꾸는 꿈(2011, 5, 13)“이란 글을 적고 있다.
그 외에도 김문수 경기도지사,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하여, 많은 연예인들도 이 집을 들려갔다. 코미디언 이영자를 비롯하여 배우 공영진, 그리고 개그맨 김한석, 오정태, 이동엽 등과 황경수 씨름감독도 이름을 남기고 있다. 이 허름한 집에 그들이 찾아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묵은지 고등어’에 반한 맛
나야 주로 좋은 사람들과 만나 술을 마시고 싶을 때 이 집을 찾는다. 7월 29일 한 낮에 땀으로 범벅이 되어 광교산 산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려고 이 집을 찾았다.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업을 하는 이 집은 술꾼들도 오지만, 식사 손님들도 만만찮다.
오후 9시 30분 쯤 문을 들어섰는데, 청소를 마치고 마감을 준비하고 있다. 워낙 더운 닐이라 문을 닫을 시간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반갑지마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성을 다해 상을 보아준다. 이 집의 반찬은 참 촌스럽다. 시골의 어느 집 밥상을 받는 듯한 반찬들이다. 그리고 그 중앙에 놓인 ‘묵은지 고등어’. 묵은지에 고등어를 넣고 끓여내는 것이다.
조금은 찌그러진 노랑 양푼에 끓어대는 묵은지 고등어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술을 한 잔 하려고 들어갔는데, 밥 한 공기씩을 갖다 놓는다. 사실 그 시간까지 저녁을 먹지 못해 배도 고팠을 때다. 묵은지를 밥에 얹어 먹어본다. 그 맛이 어디로 갈 것인가? 이 맛에 저 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이 집 대문을 들어섰으니 말이다.
이 집의 묵은지 음식은 ‘묵은지 돼지’와 ’묵은지 꽁치‘가 더 있다. 가격은 일인당 8,000원이다. 두 사람이 밥을 맛있게 먹고, 거기다가 맥주 한 병까지 먹은 가격이 19,000원다. 공기밥은 계산이 되지 않았다. 맘 좋은 주인은 가끔 이렇게 멋대로 계산을 한다. 술이라도 먹으려면, 묵은지를 더 내어 끓여주고는 한다.
‘사람 사는 맛’을 아는 주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집을 찾아드는 것인가 보다. 하긴 사람의 정만큼 후한 것이 어디 있을까? 사람들의 입을 통해 소문이 났다는 ‘골목집’. 허름한 대문에서부터 시골의 정감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골목집의 정취이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