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 194번지에 소재한 하늘사랑 야영장. 이곳은 속리산 자락에 인접한 곳으로, 주변에는 화양계곡과 선유계곡, 쌍곡계곡 등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계곡들이 있어 물이 맑기로 유명한 곳이다.

 

5월 26일(토), 부처님오신 날이 월요일이라 황금연휴라는 휴일을 맞아 길에는 차들이 늘어서 있다. 멀지 않은 길이지만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 드나들며, 하늘사랑 야영장에 도착한 것이 12시가 조금 지나서였다. 벌써 야영장에는 전국에서 모인 전국고물상연합회 회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일 년에 한두 번 모인다는 회원들은, 각자 차에서 먹을 것을 꺼내놓으며 웃음으로 인사들을 한다. 많은 사람들 중에서 안정일(남, 44세) 전국고물상연합회장을 만났다.

 

가족들에게 늘 미안해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장상동에서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는 안회장은 이번 나들이가 가족들을 위한 나들이라면서

 

“저희 고물상 연합회의 회원들은 일 년 동안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늘 가족에게 미안하죠. 그래서 일 년에 이렇게라도 단 하루지만 가족들을 위해 모입니다.”

 

이날 모인 회원들을 보면 서울을 비롯하여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강원도, 경상도 등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마침 황금연휴라 길이 막혀 제 시간에 도착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오후 1시기 되자, 100여 명이 넘는 회원들이 가족과 함께 모여들었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회원들의 얼굴에는 행복이 넘친다. 그저 가족들과 함께라는 것이 이리도 즐거운가 보다.

 

“저희 네이버 카페에는 회원이 15,000명 정도가 됩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 정말 고물상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8,700명 정도인 것 같아요. 오늘 비록 회원들이 다 참석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전국에서 이렇게 달려와 준 것만 해도 고마울 따름이죠.”

 

연신 행사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챙기기에 바쁜 안정일 회장. 그러면서도 멀리서 달려 온 회원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인사를 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고물상연합회원들은 오히려 세상을 잘 산다고 하는 사람들보다 끈끈한 우애를 가진 듯하다.

 

 

 

고물상연합회를 태동시킨 장본인

 

회원 8,700명의 전국조직인 전국고물상연합회는, 순전히 안정일 회장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가 있었다. 안회장이 자신의 직업과 관련해 2008년부터 만든 인터넷 카페 ‘고물상’의 회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급속도로 발전해 전국고물연합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안회장은

 

“이 모임은 전국 고물인들이 정보 교환과 화합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어떠한 정치적 색채를 띠워서도 안된다. 만일 회원 중에 그런 분위기가 나는 사람이 있으면 단호히 퇴출”이라고 한다.

 

 

“우리 연합회는 전국 6개 권역별 지역 모임을 구성하고 각 지역장과 지부장을 두고 있습니다. 연합회는 매월 지역별 모임과 매년 2회 전국 모임을 갖고 있죠. 사실 폐지 등을 수집해 갖고 오시는 분들 중에는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분들의 권익을 위해서라도 이런 모임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죠.”

 

고물인의 위상 찾기에 나설 터

 

이렇게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자원봉사단을 조직하기도 했다. 안 회장은 고물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의 필요성을 회원들에게 설득하는 한편, 폐가전처리법이나 폐기물처리법 등 지금의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을 개정하는 운동을 하기도.

 

“우리 연합회는 앞으로 고물인들의 위상을 찾고, 전국의 고물인들이 사회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구심점을 만들겠습니다. 또한 고물수집을 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자원봉사도 병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리 연합회는 고물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는 정치색이 없는 단체로 남아, 사회의 등불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지역으로 구분을 해 각종 시합을 벌이는 사람들. 오랜만에 아이들도 자신들이 속해있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아마 이들 모임이 이렇게 야유회를 통해 더 끈끈한 정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몸소 실천을 하고자 하는 안회장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부엌은 음식을 만드는 곳이고, 부엌이라는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은 집안의 주부가 된다. 부엌에는 ‘조왕신’이 좌정을 하고 있다는 곳이다. 조왕신은 ‘불의 신’이다. 이는 부엌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집안의 난방을 위해서도 불을 땐다. 그런 점으로 조왕신을 불의 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나들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먼저 부엌으로 들어갔다가 방으로 간다. 이는 밖에서 혹시 나쁜 것이라도 따라왔으며, 모두 태운 후에 집안에 들어간다는 속설 때문이다. 이렇듯 조왕은 집안에 드는 모든 액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기에 부엌 안에서는 나름대로 조심하는 행동들이 있기도 하다.


부뚜막에 앉으면 경친다.

어릴 적에는 부엌에 들어가는 것을 꽤나 좋아했다. 부엌에 들어가면 우선은 따듯한 점도 있겠으나, 딴 형제들보다 먹을 것을 먼저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엌에 들어가면 부뚜막이 그렇게 따듯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얼른 부뚜막에 올라가 앉는다. 그러다가 바로 경을 치기 일쑤다. “부뚜막에 올라앉으면 조왕할머니한테 경친다.” 어머니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다. 부엌에는 조왕할아버지나 할머니가 계시다는 것이다.

아마도 할아버지이기 보다는 할머니가 맞을 것 같다. 부엌에서 주로 생활을 하는 것이 집안의 여성들이고 보면, 할머니라야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 조왕신이 좌정을 하고 있는 곳이, 부엌의 선반 위나 부뚜막이 되는 것이다. 하기에 부뚜막에 올라앉으면, 조왕신의 자리에 엉덩이를 들이 민 것이나 경을 칠 수밖에.

부엌에 있는 조왕단지. 안에는 쌀을 넣어 놓는다.

다양한 형태의 조왕신의 신표

부엌에 모시는 조왕신의 신표는 지역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난다. 대개는 조왕단지리고 해서 항아리를 부엌 한편에 두고, 그 안에 쌀을 넣어놓기도 한다. 이는 부엌은 집안에 음식을 장만하는 곳이기 때문에, 집안 식구들의 재복을 기원하는 것이다. 즉 먹을 것이 항상 넘치게 해 달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또한 집안사람 중에 먼 길을 떠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밥그릇에 밥을 담아 부뚜막에 올려놓는다, 이는 항상 따듯하고 굶지 말라는 뜻이다. 부엌의 부뚜막은 따듯한 기운이 있기 때문에, 춥지 않게 해달라는 뜻이 담겨있다. 또한 밥그릇에 밥을 떠서 부뚜막에 놓는 이유도, 식은 밥을 먹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중부지방에서는 대개 그릇에 정화수를 한 그릇 떠서 부뚜막에 올려놓는다. 이 정화수는 매일 아침 주부가 제일먼저 갈아 놓는다. 이렇게 물을 놓는 이유는 정성이기도 하지만, 불을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화재를 막는다는 뜻도 포함이 되어있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대나무 가지를 꺾어 병에 꽂아놓기도 한다. 대나무 잎은 늘 푸른 것이기 때문에, 항상 집안이 그렇게 변함없이 먹을 것이 넘쳐나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렇듯 조왕은 우리네 실생활에서 불의 신이면서도 재액을 막아주고, 집안을 배부르게 하는 직능을 갖고 있다.

조왕신에게 치성을 드리기 위한 고사상
 
집안에서 가장 소탈한 조왕신

사실 집안에 있다는 많은 가신(家神) 중에서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조왕신이다. 물론 그 신을 섬기는 주제가 집안의 주부이기는 하지만, 가장 많이 드나들게 되는 곳이 바로 부엌이다. 비록 주부만이 아니고 집안 식구 역시 부엌만큼 자주 드나드는 곳은 많지가 않다. 물을 한 그릇 먹으려고 해도 부엌 안에 있는 물독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 아파트로 보더라도 물과 같은 것은 주방에 있는 냉장고를 이용한다. 그 주방이라는 곳이 바로 예전 우리 가옥의 부엌에 해당하는 곳이고 보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그만큼 조왕은 우리 생활에 있어서 소중한 곳이기도 하지만, 가장 출입이 빈번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조왕신은 그렇게 표시가 나게 섬기지를 않는다. 그저 정화수 한 그릇에도 만족해하기 때문이다. 섣달그믐에 그릇에 쌀을 담고, 그 앞에서 주부기 비손을 한다. 집안에 모든 식솔의 허기를 채워주고, 집안에 드는 나쁜 액을 막아달라고. 그렇기에 조왕신은 아무리 사는 곳의 형태가 달라졌다고 해도, 언제나 우리와 가장 가까운 신격으로 남아있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