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여 있다. 팔달구 창룡문로 56번길(지동). 손에는 붓 한 자루씩을 들고 벽에 열심히 칠을 한다.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아이들이 서로 의논을 해가면서 열심히 칠을 하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남들은 주말이라 나들이를 가는데, 제법 따가은 날씨 속에서 어느새 이마에는 땀이 맺힌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의 가족 22명이 지동 벽화길 조성에 나선 것이다. 지동 벽화 조성은 딴 곳과는 다르다. 이곳은 여러 번의 공정 과정을 거쳐 벽화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우선은 그림을 그릴 벽을 말끔하게 다듬는다. 벽에 튀어나온 돌출물이나 갈라진 곳을 반듯하게 정리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흰색 칠을 한다.

 

 

흰색 페인트를 칠할 때는 좌우로는 붓질을 하지 않는다. 아래 위로만 칠을 한다. 그래야 얼룩이 생기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깨끗한 벽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마에 담이 맺힌 어린아이 하나가 그늘로 찾아든다.

 

힘들어요?”

, 더워서 힘들어요.”

누구하고 같이 왔어요?”

엄마하고 아버지하고요. 오늘 놀라가기고 했는데 여기서 벽화 그리자고 해서 왔어요. 그런데 너무 더워요

 

 

오후에는 60여 명이 찾아와 벽화작업

 

푸념을 하지만 그리 싫은 표정은 아니다. 부모님과 같이 이런 체험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고성주씨는 벽화를 그리러 온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우유며 쵸코파이 등을 바구니에 한 가득 담아 내놓는다. 아이들이 모여들어 하나씩 들고 간다.

 

고맙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서 마을을 아름답게 꾸며주는데요.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무엇이라도 좀 주려고요

 

세상은 정으로 산다고 했던가? 벽화 골목을 조성하면서부터 부쩍 정이 늘어난 곳이 바로 지동이다. 예전에는 담을 쌓고 살아오던 사람들이 그 마음의 벽을 허물기 시작하면서, 지동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변해가고 있다. 오후에는 60여 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수원자원봉사센터에서 봉사를 하러 나온 가족들과 삼성전자 연구원 가족들이다.

 

 

지동 벽화 나날이 늘어나

 

세월호 참사로 인해 그동안 침체상태에 있던 사람들이 그런 공황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이럴 때 벽화골목 조성 사업은 그들에게 또 다른 활력소가 될 것이란 생각이다.

 

아이들과 같이 왔어요. 요즈음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어요. 그래도 아이들에게 벽화를 그리러 가자고 하니 선뜻 따라나서서 정말 고맙죠. 그동안 아이들도 TV의 무분별한 보도를 보면서 많이 힘들어 했거든요.”

 

중학생인 딸과 함께 벽화를 그리러 왔다는 한 어머니의 말이다. 요즈음 어른들이 오히려 아이들의 눈치를 살펴야한다는 것. 그동안 지동의 벽화골목은 매년 정해진 거리를 그림을 그려나가, 지난해까지 3년 동안 1.6km의 벽화길이 조성되었다. 올해 800m를 조성하면 2.4km로 벽화골목이 늘어나게 된다. 전국 최장의 벽화골목이다.

 

 

5개년 계획으로 세웠던 벽화골목 조성도 7년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모든 작업을 다 마치고 나면 3.4km에 달하는 긴 벽화골목이 조성된다. 또한 이 벽화골목은 골목마다 주어진 테마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름다운 화성과 벽화골목, 그리고 노을빛 전망대와 갤러리가 어우러지는 지동. 날마다 변화하고 있는 지동의 최장 벽화골목이 완성되는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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