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을 낀 주말과 휴일에는 여기저기 행사가 너무 많다. 미처 다 못가는 곳이 있을 정도로 행사가 있다 보니, 열심을 낸다고 해도 한 두 곳에 그칠 수밖에. 15일은 정월 대보름 다음날이지만 수원에서는 화성 행궁 광장에서 하루 늦춰 대보름 행사가 열렸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 듯.

 

오후 2시부터가 행사 시작이지만 그보다 30분 먼저 행사장에 도착을 했다. 한 곳에서는 부스에서 먹거리를 팔고 있고, 여러 개의 부스마다 윷놀이, 연날리기, 널뛰기 등 대보름에 걸 맞는 축제의 신청자가 줄을 서있다. 거기다가 한 편에서 인절미를 만드느라 부산하다. 역시 대보름은 민족의 명절이라고 볼 것과 즐길 것이 많다.

 

 

대취타로 행사 대보름 행사 시작

 

줄 연이 하늘 높게 나르고 있다. 저런 연은 행사장마다 찾아다니는 것인지 대보름의 단골손님이다. 아이와 함께 연날리기를 하고 있는 이아무개(, 38. 행궁동)씨는 아이에게 연 날리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하지만 실은 본인이 더 즐기고 있는 듯하다.

 

주말이라 집도 근처고 해서 아이와 함께 대보름 축제를 즐기러 왔어요. 예전에 어릴 적에 연 날리기를 많이 했는데 이렇게 아들과 함께 날리고 있으니 제가 어려진 것 같습니다, 정말 재미있네요.”

 

오후 2시가 되자 행궁 앞 간이무대에서 행사가 시작되었다. 수원문화원 대취타대가 나팔과 소라, , , 바라 등을 울리면서 행사가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수원시장을 비롯하여 수원시의회 의장, , 시의원 등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했다.

 

 

25년째 행궁 앞 대보름 행사 이어져

 

오늘 행궁 대보름 축제는 벌써 25년째 이곳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대보름 한마당에 참석을 해주신 수원시민 여러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해는 제가 주부님들과 함께 널뛰기를 했는데 얼마나 잘 뛰시든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작년에는 한복을 입고나와 많이 불편했는데 올해는 제대로 한 번 뛰어보려고 간편하게 복장을 하고 나왔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오늘 하루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수원시장의 인사말에 이어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대보름 행사 중 가장 큰 행사는 줄다리기입니다. 그런데 이 줄다리기에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깃들어 있습니다. 줄은 남녀가 나뉘어져 다리는데 반드시 여자가 이기죠. 남자들이 힘이 없어 지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이겨야 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해서 일부러 져주는 것입니다. 놀이 하나에도 양보의 미덕이 깃들어 있는 것이 우리 대보름 축제죠. 오늘 여러분들도 마음껏 즐기시기 바립니다.”라고 했다.

 

 

대보름 한마당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널뛰기며 연날리기, 윷놀이 등을 즐기면서 주말의 오후를 즐기는 중에 한편에서 풍물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행궁 광장에 마련한 집에서 지신밟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즐기면서 연신 자신이 풍장을 치는 듯 즐거워한다.

 

우리의 4대 명절 중 하나인 대보름

 

정월 대보름은 설날, 추석, 동지와 함께 우리민족의 4대 명절 중 하나이다. 대보름을 이렇게 큰 명절로 치는 것은, 이때를 전후해 농촌에서는 농사일의 시작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대보름에도 많은 풍속이 있다. 아홉 집을 다니면서 오곡밥과 나물을 먹는 백가반을 비롯하여, 마을마다 열리는 줄다리기, 지금은 사라진 석전과 횃불싸움, 달집태우기, 그리고 다리밟기 등도 모두 대보름의 풍속이다.

 

 

오늘 엄마하고 같이 놀러왔어요. 오전에 연날리기도 했고요. 인절미를 준다고 해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떡메로 친 인절미를 나누어주는 긴 줄에 서 있는 한유미(, 8) 어린이는 기다려도 즐겁다고 한다. 대보름의 풍성함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꼬마 아이들이 투호놀이를 하는 것을 연신 카메라에 담아내는 어머니들이 아이가 제대로 하지 못하자, 답답한지 자신이 던져본다. 그래도 안들어 가기는 매한가지. 곁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이 크게 웃는다.

 

대보름 한마당에서 즐길 수 있는 마음의 풍성함. 아마도 대보름이라는 명칭에서 오는 여유인 듯하다. 우리 선조들이 즐기던 놀이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사람마다 환한 웃음으로 즐기는 한마당 축제이다.

223일과 24일 수원의 이곳저곳에서 대보름 한마당 잔치가 열렸다. 우리민족은 음력 정월 15일을 대보름이라고 하여 큰 명절로 여겼다. 농경사회인 우리나라에서는 정월 대보름을 시작으로,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보름이 되면 일 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많은 놀이들이 행해졌다.

 

대보름에는 귀밝이술을 마신다. 청주를 데우지 않고 마시는데, 이 귀밝이술을 마시면 일 년 동안 좋은 소식을 듣게 되고, 귓병을 앓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이다. 또한 이 날은 부럼이라고 하여. 호두와 땅콩, 밤 등 껍질이 단단한 과실을 깨무는 습속이 있다. 일 년 간 이를 단단히 하며, 부스럼 들이 몸에 나지 않고 건강하라는 뜻이다. 이 외에도 복쌈을 먹는다거나 오곡밥을 지어 먹기도 한다.

 

수원 행궁 광장에서 시작된 대보름잔치 한마당의 서막을 알리는 대취타

 

정월 대보름의 풍습

 

정월 대보름에는 한 해의 안녕과 마을의 평안을 위한 각종 놀이가 펼쳐진다. 개인이 하는 놀이로는 더위팔기와 쥐불놀이 등이 있다. 그리고 마을의 공동체 놀이로는 횃불싸움이나 석전, 지신밟기, 다리밟기, 줄다리기, 장치기. 달맞이 등 많은 놀이가 전래한다. 이러한 모든 대보름의 놀이들은 공동체를 창출하고, 겨우내 움츠러든 몸을 원활히 하기 위함이다.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공동체 놀이를 하면서, 서로를 위하고 한 해의 안과태평을 기원하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문화말살정책을 편 것도, 이렇게 공동체적인 놀이를 하면서 항일의 마음을 키웠기 때문이다. 당시 사라졌던 수많은 우리의 전래놀이를 이 시대에 재조명한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더 크다고 하겠다.

 

 고사덕담과 행궁 광장 한 가운데 마련한 달집. 서원지들이 걸려있다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

 

223() 수원 화성 행궁 앞 광장에서는 수원문화원이 주관하는 24회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이 열렸다. 수원시민들이 참여하는 이 놀이판에는 토요일을 맞은 가족들이 모여들어 윷놀이와 연날리기, 널뛰기, 소원지 쓰기 등 다양한 놀이가 펼쳐졌다. 사람들은 소원지에 자신의 서원을 적어 광장 중앙에 마련한 달집에 갖다 걸어놓는다.

 

한편에서는 널을 뛰고, 또 한편에서는 소리를 쳐가며 윷놀이를 한다. 놀이판이란 역사 왁자해야 흥이 난다. 소달구지에 타고 있는 아이들은 신기한 듯 마냥 즐거워하고, 수레를 끌던 소도 부럼을 파는 곳으로 가서 부럼을 먹는다. 그것이 재미있어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렇게 즐기고 있는 사이, 행궁 앞에 마련한 무대에서는 고사상을 차려졌다.

 

부럼을 먹고 있는 소와 달구지를 타고 즐거워하는 아이들

 

오후 2시경에 대취타로 시작한 이날의 한마당 잔치는 오후 6시 경까지 계속되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염태영 수원시장은 올 한 해 모든 가정에 액은 사라지고 안과태평하기를 바란다.“며 놀이판을 찾은 시민들과 함께 윷놀이와 널뛰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온수골 풍류한마당도 흥청

 

223() 오후 4시부터 권선구에 소재한 명당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2회 온수골 풍류한마당이 열렸다. 곡선동주민센터와 곡선동단체협의회에서 주최를 하고, ()한국생활국악협의회에서 주관을 한 온수골 풍류한마당은 운동장을 찾아 온 인근의 주민들로 북적거렸다.

 

날아갈 듯 널을 뛰고 있는 염태영 수원시장과 윷놀이 판을 즐기고 있는 염태영 수원시장과 노영관 수원시의회 의장

 

한 편에 마련한 무대에서는 춤과 노래, 사물놀이, 비나리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으며,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주민들은 연날리기와 쥐불놀이를 하면서 즐거워했다. 대보름이 풍성한 것은 나눔이 있기 마련이다.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이웃과 서로 소통하고 나누며, 함께 힘을 보태면서 일 년의 안녕을 기원했던 것이다.

 

보름달은 중천에 떴건만

 

우리민족의 정월대보름 놀이는 개인놀이이기 보다는 공동체놀이였다. 대보름의 가장 큰 놀이는 다리밟기와 줄다리기, 그리고 달이 뜨면 준비한 달집에 불을 붙이고 일 년의 안녕을 비는 달집태우기이다. 다리밟기는 풍물을 앞세우고 그 뒤를 사람들이 따라가며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던 연희이다.

 

온수골 풍류한마당에서 선 보인 부채춤 

 

고구려의 동맹이나 예의 무천, 그리고 부여의 영고 등에서 유래하는 3일 밤낮을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며 서로가 수족상응(手足相應)하고. 답지저앙(踏地底昻) 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지신밟기나 다리밟기 등의 놀이에서 나타나는 형태이다. 집집마다 액을 물리쳐주고 복을 불러들이며, 한 해의 건강을 기원하는 다리밟기 등은 이 시대에도 필요한 놀이이다.

 

줄다리기는 풍년을 기원하는 놀이이지만, 꼭 풍년만을 기원한 것은 아니다. 힘을 써 줄을 당김으로써 일 년 간의 농사를 짓기 위한 힘을 비축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달집태우기 역시 달집에 불을 붙이고 마음속에 서원을 함으로써, 한 해의 안녕을 모두가 빌었다. 달집에 불을 붙이는 것은 한 해의 모든 재액을 태워버린다는 뜻도 함께 갖는다.

 

온수골 풍류한마당교정 한가운데 마련한 달집 저 위로 둥근달이 떠올랐다. 그러나 무대에서는 이런저런 공연이 계속되어진다. 물론 주민들을 위해서 많은 공연을 보여줄 필요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달집태우기란 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려, 제일 먼저 달을 본 사람이 망월이여를 외치고, 달집으로 달려가 불을 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달은 중천에 떴는데 행사는 계속 이어진다. 한 마디로 대보름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어지고, 그야말로 즐기기 위한 놀이판이 된 것이다. 우리의 놀이들은 모두가 그 안에 사고를 지니고 있다. 사고가 제외된 형식적인 놀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달은 중천에 떴는데, 그 앞에 놓인 고사상이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조금은 실망스럽게 돌아서면서, 내년에는 정말 우리놀이가 갖는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는 대보름행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원천에 놓인 많은 다리 위에서 남녀노소가 풍물을 앞세우고 춤을 추며 다리를 건너는 모습이나. 행궁 광장에서 수원시민들이 몰려들어 당기게 되는 줄다리기 한판.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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