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거리 하수구 안 악취 심해

 

수원의 통닭거리.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통닭거리는 수원만이 아니라 이미 전국적으로 꽤 유명세를 타고 있다. 수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 중 한 곳이 바로 통닭거리와 지동 순대타운이다. 18일 오후 이 거리에 늘 찾는 집이 있다. 딴 집에 비해 유난히 깨끗한 기름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노릇하게 튀겨낸 닭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이 집을 찾아가면 마음 좋은 부부내외가 무엇하나라도 손님들에게 다 주려고 하기 때문에 가끔은 미안할 때도 있다. 18일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인들과 모여 통닭 한 마리를 시켜놓고, 시원한 생맥주 한 잔씩을 기울이고 있었다. 술을 마시면 기본적인 신진대사가 원활한 법. 밖으로 나왔다.

 

 

심한 악취에 지나는 사람들 찌푸리고 다녀

 

통닭거리는 하루에도 통행량이 많은 곳이다. 저녁이 되면 지인들과 어울리거나 가족, 혹은 연인이나 친구들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그만큼 통닭거리는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보니 사람들이 맨홀 옆을 지나면서 코를 막는 모습이 보인다. 그 옆에서 장사를 하는 옷가게 주인도 하수구를 들여다보면서 무엇이라고 해댄다.

 

무슨 일인가요?”

누가 여기다가 김치 같은 것을 잔뜩 버려서 악취가 심하게 나네요.”

하수구에서 흘러온 것인가요?”

아닌 것 같아요. 양으로 보아서 여기서 버린 듯해요

 

들여다보니 정말 하수구 안에 묵은 김치를 내다버려 심하게 악취를 풍기고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끔 이렇게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는 것. 음식물 쓰레기는 봉지에 담아 내다버리게 되어있으나, 그런 음식물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몰래 갖다 버린다는 것이다.

 

 

폐유를 하수구에 갖다버리는 사람

 

팔달문로 3번길 26은 옷가게이다. 골목 옆 지하에서 한사람이 무엇인가를 들고 나오더니 하수구에 붓는다.

그게 무엇입니까?”

기름인데요.”

기름을 하수구에 그렇게 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

 

말없이 그렇게 기름을 하수구에 붓고는 지하로 들어가 버린다. 이곳 통닭골목에 있는 닭집들은 모두 기름을 수거해 가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 폐유를 가져다가 비누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집은 그렇게 하수구에 내다버리는 행위를 한 두 번 한 것이 아니라고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한다.

 

 

환경을 지키는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해야

 

날은 더워지는데 이렇게 음식물 쓰레기나 기름 등 온갖 것을 여기 하수구에 갖다버리니 악취가 심해 죽을 지경입니다. 이곳을 뚜껑을 해서 덮어주던지 아니면 팔달구에서 나와서 이렇게 버리는 사람들을 행정조치를 내려 다시는 못하게 하던지 해야지. 이래 갖고 어디 사람이 살겠어요.”

 

옆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 볼멘소리를 한다. 하수구 위 쇠창살에도 쓰레기들이 널려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이 내다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환경은 주민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사용하고 난 폐유를 내다버리는 사람들이 무엇인들 하수구에 집어넣지 않겠는가? 관할 행정부서에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할 듯하다.

 

동남각루 아래 축대 위까지 담배꽁초 수북해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는 세 곳의 전통시장이 있다. 그리고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부터 남수문까지의 성곽이 바로 지동과 맞물려 있다. 지동 사람들은 화성의 동쪽마을 지동이라고 소개를 한다. 화성은 세계문화유산이자 국기지정 문화재인 사적 제3호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산재한 많은 성곽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지동에 세 곳의 전통시장은 지동시장과 미나리광 시장, 그리고 못골종합시장이 수원천을 끼고 형성되어 있다. 아마도 이 세 곳의 시장은 정조대왕이 내탕금을 들여 팔달문 안과 밖에 장시를 형성할 때, 함께 성밖 시장으로 조성이 된 듯하다. 그런 세월로 따진다면 벌써 200년을 훌쩍 넘긴 유서 깊은 장이다.

 

 

지동시장 순대 타운은 유명해

 

세 곳의 시장은 넓은 장시의 경우라면 하나의 시장으로 보아야한다. 다만 상인회가 별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세 곳의 장으로 구분이 지어진다. 이 세 곳의 시장은 나름 특징이 있다. 그리고 활발한 상설장으로 소문이 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중 지동시장을 대표하는 것은 역시 순대타운이다.

 

순대타운은 그야말로 상가 건물 1층이 온통 순대집들이다. 이제는 지동 순대타운은 전국적인 먹거리 명소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순대타운에 대한 글을 포스팅하면서, 평소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 관광객들도 수원을 찾으면 화성과 행궁, 그리고 순대타운은 반드시 들려간다고 할 정도이다.

 

 

명소만큼 자아의식 필요해

 

순대타운이 명소가 된 것은 방송 등 많은 언론들과, SNS를 통한 인터넷 홍보로 인해서이다. 그런데 이 순대타운은 바로 위편에 화성의 동남각루가 있고, 화성 성밖 탐방로도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화성을 한 바퀴 돌아 순대타운으로 들어오거나, 팔달문을 거쳐서 화성을 돌아보기 위해 이곳을 지나게 된다.

 

그런데 참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창피하다. 수원시민들만이 아니라 관광객들도 수없이 이곳을 찾고, 이 순대타운 뒷길을 지나다닌다. 그런데 화성의 문화재 보호구역인 축대위에도 축대 밑에도, 널려 있는 것이 빈 담배갑과 담배꽁초 등이다. 화성은 수원의 자존심이요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널린 꽁초들, 거개가 순대타운 이용객들이 버린 것

 

이곳 화성의 문화재보호구역 안에 있는 축대와 그 인근에 널려있는 담배갑이나 종이컵, 담배꽁초들은 모두 순대타운에서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버린 것이다. 실내에서 흡연을 할 수 없으니 이곳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그냥 아무데나 버리고 간다. 어떤 때는 채 불도 끄지 않은 채 던지고 가는 경우도 있다.

 

세계문화유산이요 사적인 화성, 거기다가 문화재보호구역 안에 있는 탐방로까지 있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에 날마다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을 보면서 낯이 뜨거워진다. 돈만 벌면 제일이라는 생각인지. 지난번에도 이곳의 담배꽁초에 대해서 기사를 쓴 일이 있지만, 도대체 이 순대타운은 수원시민이 아닌 것인지 변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하다못해 질그릇이라도 갖다 놓고 그 안에 모래를 담아 놓으면, 이렇게 볼썽사납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이참에 해당부서에서는 이곳을 아예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어 금연구역으로 정하든지, 아니면 순대타운에 행정지시를 해서라도 이런 꼴불견이 사라지게 해야 한다. 봄이 되면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 텐데, 세계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수원시로서는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지난 6월 21일 수원시 팔달구 지동 제일교회 1층 세미나실에서는 지동 주민들과 이재준 수원시 제1부시장과의 간담회가 열렸었다. 이 자리에서 지동 마을계획단의 유지현 14통장은

“우리 지동에는 530년 정도가 된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있다. 그런데 이 느티나무가 지금 고사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 나무들은 수원에서도 가장 오래 된 느티나무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느티나무 주변을 쌈지공원으로 조성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이재준 제2부시장은

“좋은 지적이다. 그런 오래된 나무들을 이용해 공원을 조성하고,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은 마을르네상스 사업이 된다. 먼저 주민들이 선도적으로 무엇인가 시작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마을만들기 추진단에 수시공모로 신청을 해서 무엇인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오래 된 보호수가 있다면 당연히 살려내야만 한다.”라면서 주민들이 먼저 시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바 있다.

 

 

마을계획단 느티나무 살리기 위해 노력

 

팔달구 지동 465 도에 소재한 수령 530년의 할아버지 나무와, 지동 230에 소재한 수령 480년의 두 그루 느티나무는 마을 사람들은 할아버지나무와 할머니나무로 부른다. 이 나무들은 화성 축성 이전인 조선 초부터 이곳에서 숱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살아 온 노거수들이다.

 

할아버지나무는 높이가 12m에 나무의 둘레는 4.7m에 이른다. 할머니나무 역시 높이 13m에 이르는 노거수이다. 이 나무들은 화성 축성의 역사를 보았고, 한국전쟁 때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 때 마을에서 위하기도 했던 이 나무들이, 현재는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동마을계획단에서는 모임을 통해 이 나무들을 살려낼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수원시에서는 가장 오래 된 느티나무로 알려진 지동의 할아버지나무와 할머니나무를 자칫 고사라도 시킨다면, 수원의 관광자원 하나가 사라진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쓰레기적치장, 전선줄로 몸살을 앓아

 

장맛비가 아침부터 내린다. 중부지방에는 호후경보가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세찬 빗줄기가 아니기에 못골 느티나무를 보기 위해 13일(토) 10시 경에 찾아가 보았다. 그동안 몇 번이고 이 나무들을 지켜보았지만, 이 나무가 과연 보호수가 맞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수령 530년이 되었다는 할아버지나무는 외과수술을 한 흔적이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위로 뻗은 큰 줄기 하나는 고사해서 잎도 달지 못한 체 그렇게 서 있다. 주변에는 담배꽁초와 빈 담배갑 등이 지저분하게 나뒹굴고 있고, 한편에는 쓰레기들이 쌓여있다. 전국 어디를 가보아도 보호수 옆에 쓰레기를 쌓아두는 곳은 이곳밖에는 없는 듯하다. 어떻게 보호수 곁에 쓰레기 적치장을 마련했을까? 몇 번이고 찾아가 보았지만 달라지는 것이 없다. 곁에는 차들까지 주차를 해놓아 이 할아버지나무의 환경이 최악임을 알려준다. 수령이 오래 된 노거수의 경우 매연에 약하기 때문이다.

 

할머니나무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실하게 잎을 달고 있는 할머니나무는, 할아버지나무보다는 상태가 나은 편이다. 하지만 이 할머니나무 역시 곤욕을 치루기는 마찬가지. 가지 사이로 숱한 전선들이 지나고 있다. 도대체 이 전깃줄을 가지사이로 보낸 사람들은, 보호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이대로는 두 그루 다 성장 제대로 못해

 

주변의 환경이 가장 열악하다.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를 이렇게 방치를 해도 좋은 것인지. 관계당국에서는 보호수 지정 이후 이곳을 들려는 보았는지, 그리고 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 두 그루의 보호수인 느티나무들은 제대로 생육하기가 힘들다. 오죽하면 마을계획단의 회의에서 이 나무들을 살려야한다고 하소연일까?

 

 

보호수란 ‘보존 및 증식(增殖)의 가치가 있어 보호하는 나무.’를 말한다. 보호수는 어떠한 경우에도 훼손이 되거나, 훼손이 될 수 있는 나쁜 환경 속에 놓아두면 안 된다. 하지만 지동의 두 그루 느티나무는 이러한 보호수로써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보호수를 관리해야 하는 담당부서에서는, 이 두 그루 보호수의 현장을 조속히 답사한 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줄 것은 당부한다.

 

500년 역사의 이야기를 간직한 지동의 할아버지나무와 할머니나무. 이 두 나무는 과거 득남을 기원하고, 가내의 안과태평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던 나무였다. 하기에 보호를 받아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보호수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 장안구 하광교동 440-7에는 수령 380년의 거목인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벌써 십여 년 전에 정월 열 나흩 날 이곳을 찾아갔을 때, 누군가 나무에 대고 정성을 올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수고 20m에 밑동의 둘레가 3.3m인 이 느티나무에는 그럴 듯한 전설도 있다고 한다.

 

이런 고목은 흔히 누군가에 의해서 심어지거나, 고승의 지팡이 등이 변했다고 이야기를 한다. 옛날에 광교산 인근에는 89개의 절이 있었다고 한다. 한 사람이 이 89개의 절을 다 돌아보기 위해 이곳에 신발을 벗어놓고 산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러자 비가 많이 내려 신발이 다 썩어 느티나무 뿌리가 내렸다.

 

수령 380년의 보호수인 느티나무

 

뿌리에서 생겨난 느티나무는 점점 크게 자라 어른의 팔로 몇 아름이 되었다. 이 느티나무를 팔려고 나무를 베려고 했는데, 베는 도중에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다. 전설은 그렇게 한 나무를 ‘영험한’ 나무로 만들었다.

 

아름다운 광경에 먼저 취하다

 

뜬금없이 더위를 먹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30도를 훌쩍 넘긴 복중 오후에(7월 29일) 길을 나섰다. 원 목적은 옛 절터인 창성사지를 찾아볼 심산이었으나, 느티나무와 그 앞에 펼쳐진 왕복 3km 정도의 이팝나무 길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창성사지가 어디로 도망을 갈 것도 아니니, 이곳부터 걷자고 동행한 김홍범 기자(경기리포트 사회부 차장)에게 제안을 했다.

 

왕복 3lm의 광교 이팝나무 길, 꽃들이 지고 있다

 

느티나무를 찾아 광교산 입구서부터 걸어 올라가다가 보니, 웬 신선들이 한가롭게 나무 그늘에서 바둑을 두고 있다. 사진 한 장을 찍고 눈을 돌리니, 그림 같은 경치가 펼쳐진다. 철문과 소나무, 그리고 구름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그리고 그 위 또 하나의 아름다운 정경.

 

수원의 광교산을 오르는 길에 누군가 벼농사를 지었다. 지금이야 유명한 등산로가 많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지만, 원래 광교산 인근에는 농사를 짓는 토착민들이 주로 모여 살던 곳이다. 도심에서 볼 수 있는 논과 그 뒤에 집 한 채. 참 아름답다.

 

 

이팝나무 길을 걷다.

 

흰 꽃이 나무를 덮을 때 마치 흰쌀밥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밥나무’가 변해서 ‘이팝나무’라고 한단다. 남쪽지방에서는 정원수나 풍치수로 심는데 목재는 건축·가구재로 쓰고, 목부에서 염료를 추출한다. 식물 전체를 지사제나 건위제로 사용하며, 꽃은 중풍치료에 쓰이기도 한다. 키는 20m에 이르며, 가지의 색은 회갈색이다.

 

이 이팝나무가 하광교 느티나무에서 상광교로 오르는 길목 1.5km 정도의 도로 양편에 서 있다. 나무의 굵기로 보아 수령이 15년 정도는 지난 듯하다. 이 이팝나무는 도로 정비를 하면서 심었다고 한다. 이 나무들이 요즈음 한창 꽃을 떨구고 있다. 도로 양편 인도와 차도까지 온통 이팝나무의 꽃이 떨어져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한다. 아이들과 함께 왕복을 해도 좋을 거리인 왕복 3km 정도. 이런 아름다운 거리를 왜 사람들은 그저 차를 타고 무심히 지나가는 것일까?

 

앞서가는 김기자의 등에 땀으로 흠씬 젖었다. 이 더운 여름 날 ‘길’ 취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많이 힘든 것 같다. 누가 이 더위에 아름다운 길을 찾겠다고 이렇게 땀을 흘릴 수가 있을까? 길 건너편으로는 산행을 마친 몇 사람이 한가롭게 걷는다. 저들은 이 길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걸을 것이다.

 

도심에서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니

 

그 아름다운 길 끝에 불쾌한 마음이

 

느티나무에서 시작하여 다시 느티나무로 돌아왔다. 한 편은 인도가 되어있어 괜찮지만, 건너편은 좁을 길을 걷는 사람들이 불안해 보인다. 안전 펜스라도 쳐주면 아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는 길인데, 그런 점이 조금은 아쉽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느티나무 주변 의자에 앉아 쉬려고 다가섰더니 주변에 담배꽁초가 수북이 떨어져 있다. 참 이런 모습에 어이가 없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야 무엇이라고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바닥에 꽁초를 버려야만 했을까? 자칫 물이라도 꺼지지 않은 꽁초로 인해 느티나무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텐데. 금연표지판이라도 붙여 놓아야 할 듯하다.

 

 

아름다운 이팝나무길에 꽃비가(위) 이팝나무 길을 담이 흥건히 젖어 걷고있는 김홍범 기자(좌)와 등산객들

 

아름다운 길. 어젠가는 이 느티나무에서 시작해 돌아오는 왕복 3km의 이팝나무 가로수 길이 또 다른 명소가 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이 길에 안내 표지만 하나가 있었으면. 이 글은 언제 이팝나무를 심었고, 어떤 이유로 심었는지. 그런 것 하나가 아쉽다.

 

 

길 끝에서 만난 불쾌함. 의자 주변으로 담배꽁초가 널려있다.


문화민족이라고 한다. 그리고 문화대국이라고 한다. 무엇이 문화대국이고, 무엇이 문화민족인지 잘 모르겠다. 문화재 답사를 하면서도 왜 우리가 문화민족이고, 문화대국인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적어도 문화대국이라면 기본적인 문화의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행동의 문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다,

문화의 가장 기본은 사회예의 범절이다. 그러나 그 예의조차 모르고 있다면, 그것이 과연 문화민족이고 문화대국일까? 공중도덕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문화민족, 문화대국을 따진다는 것이 부끄럽다. 기본적인 한글조차 깨우치지 못한 사람들이 어찌 문화를 따질 것인가?


담배꽁초, 마시다 남은 커피 등을 버리지 말아달라는 안내판과, 앞에 버려진 꽁초와 커피흔적(휴대폰으로 촬영해 화질이 좋지가 않다)

한글도 깨우치지 못한 사람들?

답사를 다니다가 보면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어느 지역을 간 후 그곳에서 다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한다, 그러다가 보니 좀 멀리 나갈 때는 고속버스가 제격이다. 한 번 답사를 나갈 때마다 몇 번씩을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그것도 답사를 하면서 재미로 삼고 다닌다.

여주 쪽의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다가 음성휴게소를 들렸다.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는데, 우연히 화단을 보게 되었다. 그곳에는 입간판이 하나 서 있고, 이런 글씨가 적혀 있었다. ‘꽃은 싫어해요. 커피, 담배꽁초 등 이물질을 버리지 마세요.‘ 라는 글귀이다.

그런데 주변을 보니 화단 주위에 쏟은 커피며 담배꽁초, 심지어는 먹다 남은 커피를 담은 종이컵을 그대로 버려두었다. 바로 옆에는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분류수거 통이 있는데도, 그냥 꽁초를 버리고 커피를 버린 것이다. 흡사 그 글을 보고 일부로 그렇게 흘리고 버린 듯하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담배꽁초며 커피를 마시다가 버렸기에, 이런 글까지 적어 놓았을까?

기본적인 규범도 안 지키면서 문화국민이라니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는 기본적인 질서라는 것이 있다. 이 질서는 규범을 지키기를 요구한다. 그런 규범이란 사람이 지키지 못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지킬 수가 있고, 약간의 행동을 억제할 뿐이다. 그런데 그런 것을 공공연하게 어기면서 사는 사람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앞에는 커피나 담배꽁초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적어 놓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버젓이 꽁초를 버리고, 커피를 흘려놓는 사람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조차 힘들었을까? 이런 글을 적어 놓는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그 문구 앞에 담배꽁초가 널려있고, 쏟은 커피 자국이 지저분하다. 그런데도 우리가 과연 문화대국이고 문화국민일까?


마시다 남은 커피잔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주변은 커피를 버린 흔적으로 더럽게 얼룩이져 있다. 그 바로 옆에는 쓰레기 분류 통이 있었다.

이런 무관심이 문화재 훼손도 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기본적인 사회질서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 전국에 있는 문화재를 훼손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문화재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고, 낙서를 하고, 단단한 끌 같은 것으로 파 놓고. 거기다가 심지어는 문화재를 훼파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행동을 우리는 내 것이 아니니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무런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런 모습을 아이들이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언젠가 문화재 답사를 하다가 이런 일이 있었다. 문화재 옆에 버려진 쓰레기를 들고, 조소에 찬 비웃음을 흘리며 사진을 찍는 외국인을 본 적이 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날이었다. 물론 우리나라에만 그런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때의 심정이란 정말 딱 ‘부끄러워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는 것이 말 그대로였다.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먼저 솔선수범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이런 문구를 써 붙였다는 것이 부끄럽다. 제발 조금만 움직이면 해결 할 수 있는 일을,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