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황태정식.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정조대왕이 만든 시장이라는 팔달문 앞의 시장. 딱히 팔달문 시장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 일대는 모두 같은 상권이었다. 그러던 것이 장시가 형성이 된 후, 각자 상인회를 꾸며 분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팔달문 시장은 1796년 화성이 완공되면서 장시가 개설이 되었다. 그 후 200여년이 지난 1989년에 팔달문시장 상인회가 창립이 되었다.

 

2005년에는 인정시장으로 등록을 하고, 2007년 시장 내의 거리 보수를 하였으며, 상인대학을 개설하고 상인회 교육관을 지었다. 2009년에는 제15회 팔달문 거리축제를 열었으며, 2010년에는 팔달문 특화육성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 팔달문 시장 상인회에서 협동조합으로 마련한 수라상 ‘꽃담’을 개장했다.

 


 수원천 변에 자리한 '꽃담'의 실내


 

삼심(三心)을 요리하는 수라상 꽃담.

 

삼심(三心)은 세 가지 마음을 말한다. 진심(진정한 마음), 연심(사랑하는 마음), 공겸심(공경하는 마음)을 요리에 담아낸다는 것이다.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 1가 144번지. 수원천에 조형된 남수문 앞쪽 2층에 자리하고 있는 꽃담은 우리의 음식을 고집하는 식당이다. 꽃담에서는 일제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6년 된 연근과 오가피의 효소로 건강을 요리한다.

 

7월 5일(금) 꽃담을 찾았다. 올해 개장을 한 꽃담은 분위기부터가 남다르다. 수원천 변을 모두 유리로 조성해 밖에 시원하게 내다보인다. 화성이며 지동시장, 수원천을 걷는 사람들이 보인다. 창가에 늘어놓은 각종 토기들이 그런 정경들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실내에 나무로 된 식탁과 의자가 예스럽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올해 열린 적국요리경연대회에서 연잎보쌈으로 금상을 수상했다 


 

점심을 같이하기로 한 분이 오셨다. 연잎 황태정식을 시켰다. 꽃담의 요리를 하는 분들(정운성, 이유림)은 올 6월에 열린 제5회 수원 전국요리 경연대회에서 ‘연잎 보쌈’으로 금상을 수상했다. 그만큼 정성을 다하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 요리를 한다고 한다. 이 꽃담의 주 요리는 연을 사용한다.

 

연근과 연잎의 효능을 살려 조리한 음식

 

수라상 꽃담에 음식은 연근과 연잎을 사용한다. 연잎 보쌈정식(12,000원), 꽃담 밥상(7,000원), 연잎 황태정식(12,000원), 연근 콩국수(6,000원), 녹두 삼계탕(12,000원), 연잎 보쌈(대, 35,000원. 소, 25,000원), 연근전(12,000원) 등이다. 연근과 연잎을 이용하여 조리한 음식은 의서에 그 효능이 잘 나타나 있다.

 

연잎의 효능을 보면 지방을 분해시켜 비만해소에 도움을 준다.(동의보감), 연잎을 차로 울어내 오래도록 마시면 늙지 않고 흰머리가 검게 변한다.(본초강목), 혈을 잘 순환하게 하고 어혈을 제거한다.(신동중약), 장복하면 사람의 마음을 맑게 하고 기분을 좋게 한다.(명의별록), 오래도록 마시면 인체의 온갖 병을 낫게 하고 몸을 좋게 만든다(동의보감) 등이다.

 

 

연근의 효능 또한 다양하다. 연근은 피로회복과 빈혈 예방, 심혈관질환 예방 및 엽산 보충, 변비예방, 뼈 강화, 피부노화방지와 피부미용 및 위 기능 강화, 지혈작용 및 소염작용, 두뇌발달 촉진 및 니코틴 배출 효과, 다이어트에 좋다 등이다.

 

차례대로 상이 차려진다. 꽃담의 김치는 연근김치이다. 배추김치 사이에 연근이 들어있다. 음식마다 연을 이용해 조리를 했다. 그만큼 이 집의 음식은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전국 요리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을 만큼 자부심을 갖고 요리를 한다고 한다. 팔달문상인회 협동조합에서 문을 연 ‘수라상 꽃담’. 좋은 사람들과 찾아가 그 분위기에 젖어보길 권한다.

고택답사를 하다가 보면 기이한 것들을 만나게 된다. 가끔은 해학적이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가슴이 따듯해지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통해 과거 우리네 선인들의 숨결을 기억해 낼 수가 있다. 어디를 가거나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이 있는가해서이기도 하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우리네의 사대부가와 민초들의 삶이, 그렇게 각박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나름대로 없는 사람들을 위해 베풀 줄 아는 지난날의 사대부가의 심성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이런 것들을 보고 배울 수는 없는 것인지.



마을 사람들의 애환을 듣는 ‘소리통’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에 자리하고 있는 중요민속문화재 제159호인 이용욱 가옥은 강골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자리잡은 집이다. 비교적 넓은 평야에 인접하여 있고, 해안과도 가까운 지역이어서 풍수지리상 터가 좋은 곳이다. 안채, 사랑채, 곳간채, 문간채로 구성되어 있는 집이다.

이 집의 대문을 들어서 사랑채로 향하는 우측 담장에 보면 담장에 작은 구멍 하나가 보인다. 그 밖으로는 마을의 공동우물이 있다. 집의 구조를 둘러보면 이 우물을 일부러 이렇게 밖으로 빼내 담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이 작은 구멍을 ‘소리통’이라고 한다. 우물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마을의 온갖 이야기가 다 흘러나온다.

소리통을 통해 그러한 마을의 애경사를 듣고, 적당히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소리통은 마을 주민들과 사대부가의 보이지 않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한 것이다. 부단하게 떠벌리지 않고도, 마을 사람들의 아픈 곳을 만져줄 수 있는 소리통. 그래서 이 소리통이 이 시대에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배고픈 이들을 먼저 생각한 ‘타인능해’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소재한 중요민속문화재 제8호인 운조루. 운조루는 조선 중기에 지은 집으로 영조 52년인 1776년에 삼수부사를 지낸 유이주가 지었다고 한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이곳은 산과 연못으로 둘러싸여 있어 <금환락지>라 하는 명당자리라고 한다. 55칸의 목조와가인 운조루는 사랑채, 안채, 행랑채, 사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운조루의 대문을 들어서면 길게 자리를 한 행랑채의 좌측 끝에 ‘가빈터’ 혹은 ‘초빈터’라는 곳이 있다. 이것은 운조루에서 상이 나면 3일장을 지낸 후 이 곳에서 3개월 동안 시신을 안치했다가 출상을 하는 곳이다.

이렇게 조상에 대한 예를 극진히 모신 운조루에는 ‘타인능해’라는 나무로 만든 통과, 역시 나무로 만든 쌀통이 있다. 타인능해는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 언제라도 찾아와 통 안에 든 쌀을 가져가라는 것이다. 가진 자들이 더 취하기 위해 기를 쓰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 타인능해에 담긴 마음을 알려주고 싶다.

이 외에도 고택을 답사하면서 만나는 많은 것들. 그 특이한 것들을 돌아보면 더 없이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다.


양평 창대리 고가의 '기와박공'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창대리에 있는 경기도 민속자료 제7호인 창대리 고가는 지은 지가 200년이 되었다. 이 집에는 맞배집의 양편 지붕에서 내린 박공에 기와로 와편을 넣어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어떻게 기와를 잘라 박공을 와편박공으로 만들 수가 있는 것인지. 보기만 해도 옛 선조들의 미적감각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익산 조혜영 가옥의 '꽃담'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21호인 익산 조혜영 가옥은 함라읍에 소재한다. 이 마을은 담장이 등록문화재로 지정이 되어있는 곳이다. 조혜영 가옥은 1920년을 전후해 건축이 되었다고 한다. 여러 채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나, 현재는 안채와 별채, 그리고 모습이 바뀐 문간채만 남아있다. 이 조혜영 가옥에는 꽃담이 있다. 십장생 굴뚝의 문양을 본따 조형을 한 것으로 보이는 이 꽃담으로 인해 더욱 돋보이는 집이다.


남원 덕치리 초가의 '동학날리'

남원시 주천면 덕치리에는 전북민속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된 덕치리 초가가 있다. 이 집은 짚으로 지붕을 한 것이 아니고 억새인 띠풀로 지붕을 이른 집이다. 이 집에서는 보기드문 여러 가지를 만날 수 있어 즐거운 곳이다. 대문에 붙은 광 안에는 동학란 때 선조가 사용을 한 목창이 보관되어 있다. 창에는 흰 글씨로 ‘동학날리’라고 써 놓았다.

이 외에도 고택에서 만나보는 여러 가지 즐거움은 무수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집은 그냥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다. 그 안에는 사람들의 심성과, 우리의 온갖 역사가 함께하고 있다. 그래서 옛집이 더욱 소중한 것이다. 언젠가는 집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집안에 있는 이런 이야기를 엮은 책 한권을 내고 깊다. 우리 후손들이 우리 문화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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