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울린다. 전화를 받았더니, 기사 제보를 하겠단다. 무슨 이야기냐고 물으니, 오산에 ‘마등산’이라고 있는데 그 정상 부근에 ‘선바위’라는 바위가 있다는 것이다. 바위야 산에 가면 얼마든지 있는 것인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이냐고 물으니. 한 마디로 그 바위가 정말 영험하기도 하지만 그 바위에 얽힌 전설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어딜 가나 전설이야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들려주는 이야기에 솔깃해진다. 사실은 이 마등산이라는 산의 지명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마등산은 모두 5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1봉으로 가는 능선의 모양이 말의 등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산은 노적산, 배꼽산, 달맞이산, 선바위산 등 많은 이름으로 불린다.

 

 

 

마등산의 딴 이름은 왜 붙었을까?

 

마등산이라는 명칭은 2004년 오산시 지명위원회에서, 여러 가지 전해지는 명칭 중에서 가장 적합한 명칭으로 정해놓은 이름이다. 그 외에도 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이 산은, 당말의 뒤편 산봉우리가 마치 노적을 쌓아 놓은 것 같다고 하여 ‘노적산’이라고 했다. 또한 이 산 봉우리 가운데, 마치 사람의 배꼽처럼 생긴 곳이 있다고 하여 ‘배꼽산’이라고도 불렀다.

 

‘달맞이산’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당말 사람들이 이 산에 올라 달맞이를 했던 것에 연유한다. 이 중에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이름이 있다면, ‘선바위산’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선바위란 마등산 정상부근에 마치 돌이 선(=立)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짧은 산행에서 만난 선바위, 그 참 희한하네.

 

제보를 한 박아무개가 거주한다는 오산시 원동 721-1에 소재한 마등사를 찾았다. 이곳은 절이 아니고, ‘마등산 역말굿당’이라는 곳이다. 요즈음은 집에서 굿을 할 수가 없어, 전문적으로 이곳에 들어와 굿을 하는 곳이다. 한 편에 조성한 허궁기도터를 지나 산으로 올랐다. 몇 m 쯤 오르니, 발밑에 토종밤들이 즐비하게 떨어져 있다. 작은 토종밤들이 윤기가 흐른다. 몇 알을 주워 주머니에 넣는다.

 

시간이 벌써 5시가 다 되어 가는데, 밤을 줍느라 시간을 허비할 수가 없다. 산봉우리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보니 무슨 초막 같은 것이 하나 보인다. 그 밑으로는 병풍처럼 둘러친 바위가 있고, 그 위로는 몇 개의 바위들이 서 있다. 말 그대로 바위들이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바위들을 보다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이 바위 중 하나가 보는 방향에 따라, 참 묘하게도 남녀를 상징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양성바위(=兩性岩)’라고나 할까? 이곳을 소개한 박아무개의 말마따나, 이 바위가 영성이 아주 강하다고 한 말이 이해가 된다. 한 마디로 내림을 받는 사람들이 말문이 안 트이면, 이곳 선바위에서 빌면 말문이 터진다는 것이다.

 

 

 

소금 배 세 척을 먹어치운 선바위

 

사실 이 선바위에는 지역에는 전하는 전설이 하나 있다. 아주 오래 전에 당말에는 제물포에서 소금을 떼어 와서 파는 소금장수가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날도 이 소금장수가 제물포로 갔다는데, 소금장수들에게 소금을 파는 구두쇠 영감이 유독 이 소금장수에게 못되게 굴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딴 사람보다 가격도 비싸게 팔았다는 것.

 

당말에서 소금을 사러 간 이 소금장수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그래서 구두쇠 영감을 골탕 먹이기로 결심하고, 구두쇠 영감이 비싼 값을 부른 것을 알고서도 그 값을 쳐주겠다고 했다는 것. 그는 구두쇠 영감에게 “내 이름은 당말에 사는 선바위요. 지금은 그렇게 큰돈을 준비하지 못했으니, 내가 소금을 싣고 돌아가서 바로 돈을 보내 드리리다”라고 했다.

 

 

구두쇠 영감은 이게 웬 횡재인가 싶어 소금 배 세척을 내주었다. 그러나 바로 돈을 갖고 오겠다는 소금장수는 영 소식이 없었다. 구두쇠 영감은 화가 나 당말로 선바위를 찾아왔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선바위라는 소금장수의 사는 곳을 물었지만, 아무도 알지를 못했다. 다만 “저기 노적산 꼭대기에 있는 것이 바로 선바위요”라고 알려주었다는 것.

 

남을 골탕 먹이려고 했던 구두쇠영감은, 노적산 꼭대기에 소금더미처럼 생긴 바위만 바라보며 돌아가고 말았다고 한다. 이 바위에 전하는 전설 때문인지, 이 바위들이 얼핏 바라보면 소금덩이처럼 생기기도 했다. 참 전설이란 그 안에 이런 속 깊은 뜻이 있어서 좋다. 남을 해하려고 하면, 반드시 자신이 그만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다.

 

 

 

오래된 상여가 있다고.

 

선바위를 돌아보고 내려오니, 굿당의 당주인 박아무개가 산자락에 있는 상여막으로 데리고 간다. 아주 오래 된 상여가 있다는 것이다. 원래는 역말에 있던 것을, 주민들이 이곳으로 옮겨놓았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1970년 초에 이 상여를 손보아 사용했다는 것이다. 분리가 된 상여는 보기에도 100년은 훨씬 지났을 것 같다.

 

“이 상여를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렇지만 이렇게 잘 보관했다가, 나중에 제대로 맞추어 한 번 사용해 보려고요.”

 

 

오산에는 유일하게 남아있다는 상여막이다. 전화 한 통을 받고 달려간 곳에서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땀을 식히느라 차 한 잔을 마시고 돌아 나오는 내내, 그 양성바위가 눈에서 아른거린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바위기운이라도 좀 받아올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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