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침몰과 함께 나라가 온통 침체에 빠져 헤어날 줄을 모른다. 사람들은 기력을 잃고 웃음도 잃은 지가 벌써 보름째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속 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무정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니, 무엇에 기대를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제도 20명이 예약을 했다가 취소가 되었어요. 그래도 저희는 손님들이 찾아오기는 하지만, 술만 파는 곳은 매출이 평소보다 4~50%가 줄었다고 해요. 이대로 일주일만 더 지나면 다 문을 닫아야 할 판예요

 

영통에서 음식장사를 하는 누이의 이야기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평소에도 오후시간이 되면 북적이던 통닭집의 앞도 분위기가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하루 매출이 30% 이상 줄어든 것 같아요. 손님들이 영 기운이 없어요. 음식을 드셔도 예전처럼 그렇게 웃고 떠들지를 않아요. 그저 조용히 드시고 가세요. 술은 아예 주문도 하지 않고요.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큰일 나겠어요.”

 

사람들은 세월호가 침몰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침몰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들을 한다. 곳곳에 마련한 분향소마다 사람들이 줄을 지어 기다린다. 이번 사고로 인해 사람들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았는가를 알 수 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세월호와 관련된 장소를 취재하다 보니 남들보다 더 아픔을 느끼는 것일까?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가슴 한 편이 늘 비어있는 것만 같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하루 종일 집을 치워보았다. 그래도 허전하기는 매한가지. 이런 시기에 음주를 한다는 것은 죄스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기운을 차려야 하니 어쩌겠는가? 평소에 잘 어울리는 지인들을 불러 만남을 가졌다.

 

 

지인 한 사람이 검은 비닐봉지를 내민다. 요즈음은 만나지를 못하는 형님 한 분이 계시다. 누구라고 하면 다들 알만한 분이시지만, 사는 것이 바쁘다가 보니 자주 뵙지를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던 터에 전해주라고 하셨단다. 오래 묵은 느티나무를 반원형으로 다듬어 그 위에 북두칠성의 형태로 구멍을 냈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글 쓰면서 살겠습니다.”

 

얼마나 오래 간직을 하신 것일까? 윤기가 반지르르하다. 그 나무 편편한 한편에 독서상우(讀書尙友)’라고 적혀있다. ‘읽고 쓰기를 늘 벗처럼 하라는 뜻이다. 그저 남들이 보면 나무토막 하나에 불과하지만, 나에게는 정말 정신을 차릴 정도로 소중한 것이다. 매일 취재를 한다고 돌아다니고, 날마다 기사를 써야 하는 나로서는 이 말보다 귀한 것이 어디 있으랴.

 

늘 형님이 가까이 찾아와도 현장에서 취재를 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주 뵙지를 못했는데, 이렇게 소중한 선물까지 받고 보니 더욱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전화라도 드려야겠다 싶다.

 

 

형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좋은 선물을 주시다니

어디 있어?”

여러 명이 술 한 잔 하려고 모였습니다.”

난 집에 들어왔지. 이런 핑계로 외도하지 말고

시간 내서 한번 뵐께요. 고맙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항상 그렇다. 무슨 깊은 의미도 없다. 나도 젊게 산다고 생각을 하지만 이 형님 앞에서는 젊다는 표현을 할 수가 없다. 그저 만나면 즐겁고 소년 같은 분이시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놓고 일곱 개의 구멍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볼펜 등을 찾아 꽂아놓는다. 형님의 마음이 그 안에 담겨져 있다.

 

형님 고맙습니다. 열심히 취재하고 열심히 기사 쓰겠습니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습니다. 쪽지가 하나 날아왔습니다. 전화번호가 적혀있어 통화를 했는데, 문화재를 꾸준히 답사하고 글을 쓰다가보니, 불교단체인 태고종에서 발행하는 <원간 불교>에서 1년 ~ 2년 정도 매달 원고를 보내달라는 청탁을 해왔습니다. 그동안 가끔 원고 청탁을 받아 글을 써주기도 하고 가뭄에 콩나 듯 강의를 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년간 문화재에 대한 원고를 써 달라는 부탁은 처음인 듯합니다.

그동안 참 많이도 돌아다녔습니다. 그간 문화재를 답사한 자료CD가 3,000장이 넘을 정도이니, 꽤 많은 문화재를 만난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고 늘 이야기를 합니다.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답사를 하고, 글을 쓸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쓸 것입니다.


끊임없는 답사의 결과란 생각을...

 

내년이나 후년 쯤에는 마애불이나 정자에 관한 책을 내려고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학술적인 책이 아닌, 문화재를 만나서 느끼는 나의 솔직한 마음을 담아내려고 합니다. 글이 제대로 쓰여질지도 걱정입니다. 요즈음은 그저 연습을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적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좋은 일이 일어난 것도 모두 이웃 블로거님들의 덕택이라 생각합니다. 졸필이지만 그래도 찾아와 보아주시고, 따듯한 격려의 말씀을 들려주어, 힘을 냈기 때문이란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좋은 일이 일어난 것을 함께 기뻐해 주십사하는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고맙습니다.

늘 함께해서 힘이되고 즐거운 블로거 여러분에게 마음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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