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219일부터 1년이 넘는 시간을 경기, 인천 지역을 돌아다녔다. 지난 자료를 정리하다가 만난 경기 옛소리 기행자료라는 파일을 찾아낸 것이다. 이 파일에는 1년이 넘는 시간을 매주 경기, 인천 지역에 거주하는 소리꾼들을 찾아다니면서, 그들이 생활을 하고 소리에 젖은 사연을 소개를 한 것이다.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경기일보에서 매주 1회씩 문화면 한 면을 통째로 내주었다. 그렇게 1년을 보내는 동안 55회에 걸쳐 소개를 한 자료가 고스란히 보관이 되어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이렇게 정리를 했지?’ 싶을 정도로 정리를 한 것이다. 55회에 걸쳐 만난 소리꾼만 해도 근 100여 명에 이른다.

 

 

사진과 자료, 신문까지 스크랩

 

사실 이 자료 속에 소리꾼 중 많은 분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2002년이면 벌써 10년이 지난 세월이고, 당시에 소리꾼들의 연세가 70세가 넘은 분들이 상당수가 계셨기 때문이다. 그 자료를 하나하나 들춰보면서 생각에 젖는다. 당시에는 참 피곤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매주 지면을 채우기 위해 몸이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소리꾼을 찾아 길을 나서야 했다. 그 이전에 이미 방송에서 10여년 가까운 세월을 옛소리 소개를 했기 때문에, 소리꾼을 찾아 길을 나서는 데는 이미 이골이 나 있던 참이다. 하지만 정해놓은 기간 동안 빠트리지 않고 글을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자료를 하나하나 들추어본다. 지금 같으면 사진을 찍어 외장하드에 보관을 하고, CD에 정리를 하면 끝이 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것을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찍은 사진을 모두 현상을 해야 하고, 자료를 모두 받아 와 파일에 저장을 해 놓았다. 그리고 신문까지 빠트리지 않고 저장을 했으니, 자료치고는 완벽한 자료가 되었다.

 

 

좋은 자료의 보관은 큰 재산이 된다.

 

자료 맨 앞에 보니 당시 썼던 기획서가 보관되어 있다. 그것을 들춰보니 기획의도부터 예산까지 일일이 적은 것이 보인다. 그 기획의도에 보니

경기 인천 지역은 오래 전부터 많은 소리가 전승이 되고 있는 곳으로 지역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과거 판소리의 한 유파인 중고제가 전승이 되던 지역이며, 현재까지 전해지는 속요(俗謠) 또한 중고제의 음률로 불러지고 있는 것이 상당히 있어 그 중요성을 알게 한다. 그런가 하면 조선조 말까지 이 지역에 전해지던 재인청은 각 기예인들이 모인 집단으로 대단위 숭신조합(崇神組合)이었으며, 그들의 소리가 이 지역에 전승이 되고 있는 속요에 많은 영향을 끼쳐서 이 지역의 소리를 윤택하게 만들었다(이하 하략)고 적고 있다.

 

기획의도 말미에는 한 지역에 전승이 되는 속요는 그 지역민의 심성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그 지역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속요는 사회상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좋은 자료가 된다. (중략) 속요가 지니고 있는 내면의 세계를 도출시켜 경기도민의 전통예술에 대한 우수성을 고취시키고,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고 적고 있다.

 

 

10년이 지난 세월이다. 하지만 지금 보아도 참 자료정리를 잘했다고 스스로 감탄을 한다. 55회에 걸친 사진과 관련 사진, 그리고 신문기사까지 있으니 완벽한 자료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료가 생명이다. 한 번 쓰고 버려야 할 것이 있는가 하면, 두고두고 사용해야 할 자료가 있는 밥이다. 이렇게 정리를 한 자료는 강산이 한 번 변한 세월, 지금은 더욱 가치가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된 셈이다.

 

자료정리의 중요성은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자료가 생명이다라는 말은 그래서 명언이라고 생각이 든다. 오늘 이 소중한 자료 덕분에 경기도의 역사 한 페이지를 찾아냈으니 말이다. 그리고 가슴 뿌듯한 것은, 그 자료 속에 소리꾼들의 소리가 몇 개가 경기도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55회에 걸친 기사내용을 사진과 함께 틈틈이 게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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