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고택답사를 하면서 이 집만큼 아름답고 정리가 반듯한 집은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안성시 서운면 청룡리. 안성 남사당의 발상지이기도 한 청룡리는, 청룡호수를 끼고 들어간다.

 

방죽에 난 다리를 건너 고찰 청룡사를 항해 들어가면, '타라'라는 카페를 좌측에 두고 들어간다. 조금 더 가면 '풍물기행'이 보이고, 그 옆에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남서향으로 자리를 잡은 이해룡 고가가 있다.

 


 

안채의 상량문을 통해 정조 2년인 1797년에 건립된 것으로 확인된 이해룡 고가는, 지은 지가 220년이 지난 고택이다. 앞으로는 초가로 된 대문채를 - 자로 놓고, 안으로 들어가면 사랑채가 있다. 중문을 낀 사랑채를 들어서면, 안채가 ㄱ 자 형으로 사랑채와 연결이 되어 있어 ㄷ 자 형이다. 전체적으로는 한 쪽이 삐쳐 나온, 튼 ㅁ 자 형이다.

 

안담으로 구분한 대문채와 행랑채

 


대문과 방, 그리고 부엌으로 꾸며진 대문채. 행랑채와 - 자로 되어 있으며, 안담으로 구분을 한다.


최근에 개축이 된 행랑채. 안채의 대청과 마주하고 있으며, 모두 다섯 칸으로 꾸며졌다.

 

초가로 꾸민 대문채는 행랑채와 연결이 되어 - 자로 구성되었다. 대문채는 한 칸의 방과 부엌 그리고 대문으로 꾸몄는데, 행랑채와 연결이 되어 있다. 행랑채는 최근에 새로 꾸몄다고 하는데, 대문을 들어서면 안담을 경계로 해서, 대문채와 구별이 되었다. 행랑채는 모두 5칸으로 안채의 대청과 마주하고 있다.

 

행랑채는 네 칸의 방과 한 칸의 부엌으로 구성되었다. 담장을 낀 세 칸의 방 앞에는 좁은 툇마루를 놓았다. 새로 개축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해룡 고가는 대문채부터 남다르다. 처음 이 집을 찾았을 때 생각이 난 것은, 꼭 한 번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럴 정도로 이해룡 고가는 지금까지 보아오던 고택들과는 차이가 있다.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은, 이해룡 고가는 집 전체를 놓고 볼 때 군더더기가 없이 말끔하다는 것이다.  

 

중문을 붙들고 있는 사랑채

 


청룡호수와 충북 진천으로 너어가는 산을 바라보고 있는 행랑채. 중문을 끝에 달고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사랑채. 그저 화려하지도 않고, 꾸미지도 않았다. 앞쪽의 청룡호수를 바라볼 수 있도록 높이 자리 잡은 이해룡 고가의 사랑채는, 호수와 산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이해룡 고가의 또 다른 특징은 사랑채와 안채가 연결이 되어 있으면서도, 남녀의 공간을 구분하여 놓았다는 점이다.     

 

이 집은 사랑채에 중문이 달려있다는 점이 남다르다. 안채를 들어가는 중문이 사랑채의 끝에 자리를 한다. 사랑채는 모두 네 칸 반으로 꾸며졌으며, 남쪽으로는 툇마루가 딸린 온돌방이 있다. 중문 안으로 들어가면, 이 온돌방에 불을 떼는 아궁이가 대문 안에 있다. 툇마루는 사랑채 앞쪽에 전체적으로 넓게 깔았으며, 북쪽의 마루방은 안채의 건넌방과 연결이 되어 있다.       

 

깔끔한 안채의 구성

 


안채의 건넌방은 사랑채와 이어져 있다. 툇마루를 높임마루로 하고 그 밑에 아궁이를 두었다.


이해룡 고가의 대청은 꾸밈이 없이 시원하게 두 칸으로 마련하였다.


안방과 부엌. 두 칸으로 낸 부엌은 넓은 까치구멍을 내어 시원하게 보인다.

 

지은 지가 220년이 지난 이해룡 고가. 물론 그동안 많은 보수를 하였겠지만, 이 집만큼 깔끔하게 느껴진 고가는 처음이다. 안채는 ㄱ 자형으로 꾸며졌다. 사랑채와 연결이 된 건넌방은 앞에 높은 툇마루를 놓고, 그 밑에 아궁이를 두고 있다. 두 칸의 대청은 시원하게 트였는데, 겨울철의 바람은 - 자로 놓여있는 행랑채가 막아줄 것 같다. 조금 높게 자리를 한 안채는 건넌방, 두 칸 대청, 그리고 안방에서 꺾어 두 칸의 부엌으로 꾸며졌다. 

 

부엌은 문 쪽을 판자벽으로 막았으며, 앞뒤로 낸 까치구멍은 창살을 넓게 띠어놓아 시원해 보인다. 안방의 뒤에는 작은 툇마루를 놓았을 뿐, 여느 집에서 보이는 많은 툇마루는 보이지를 않는다. 이렇게 뒤로 복잡하게 낸 툇마루가 보이지를 않아, 집 전체가 말끔하게 보이는가 보다.

 

안방과 대청, 건넌방의 뒤로는 기와로 꾸민 키 작은 굴뚝이 서 있다. 이렇게 뒤뜰에 나란히 서 있는 굴뚝이, 자연스럽게 이 집을 꾸며내고 있다. 집의 구성이나 배치가 참으로 단아하다. 집은 집 주인의 심성을 닮는다고 했다던가, 주인의 심성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막돌로 쌓아올린 우물과 담, 최고의 멋

 


안채 부엌 뒤에 자리한 우물. 돌을 막 쌓기를 하였다. 너와 지붕이 인상적이다.


 막 쌓기를 한 우물 안에 두레박이 걸려있다

 

안채 부엌의 뒤로 돌아가면 너와로 지붕을 얹은 우물이 있다. 우물에는 아직도 두레박이 달려있는 것이 운치를 더한다. 그런데 이 우물을 쌓은 것이 색다르다. 일반적으로 우물은 돌을 정리를 하고 백회 등으로 바르는데, 이해룡 고가의 우물은 그냥 돌을 막 쌓기를 했다. 우물 안도 역시 마찬가지다. 흡사 멀리서보면 돌무지처럼 보인다.

 

하나의 우물이 이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집 주위를 두른 담장도 마찬가지다. 마치 축성(築城)을 한 듯, 돌로 담장을 쌓았다. 전체적으로 이해룡 고가는 정형화를 시키지 않았다. 자연 그대로의 석 재료를 이용한 집의 건축방식. 이렇게 마음이 편안한 집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아마 내가 한옥 집을 짓는다고 하면, 이해룡 고가와 같은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다.

 


안채의 뒤편에 나란히 서 있는 키 작은 굴뚝. 굴뚝이 이해룡 고가를 더욱 편안하게 해준다.

 

현재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73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안성 청룡리의 이해룡 고가. 언제인가 아주 오래전에 남사당에 대한 책을 안성시(당시는 안성군)에서 의뢰를 받아, 이 곳 청룡리를 수도 없이 드나들었다. 그때 만나 뵌 어르신이 바로 이 집에서 사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남사당패가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릴 때, 곡식을 나누어 주었다는 이야기도. 그러고 보니 이 집과는 꽤 오래 된 인연이 있었던 것만 같다.

 

사랑방 대청에 앉아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를 내다본다. 이 집의 사랑채가 왜 이리 앉았는지 알 것만 같다. 청룡호수의 물안개와 진천으로 넘어 가는 산봉우리에 구름이 걸리는 날, 다시 한 번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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