皎皎白紵白如雪 새하얀 모시 베옷 백설처럼 하얗구나

云是家人在時物 아내가 살아있을 때 남긴 물건

家人辛勤爲郞厝 사랑하는 남편 위해 모시 한 필 끊더니

要襋未了人先歿 바느질 미처 못 마치고 세상을 먼저 떠났구려.

舊篋重開老姆泣 할멈이 울면서 오래된 상자를 열어

誰其代斲婢手拙 아씨가 옷을 짓다 돌아가셨으니 누가 이 솜씨를 따를까

全幅已經刀尺裁 모시 베 전폭이 벌써 마름질은 끝나 있고

數行尙留針線跡 바느질하던 흔적은 여기저기 남아 있네.

朝來試拂空房裏 이른 아침 빈방에서 혼자 모시옷을 입어보니

怳疑更見君顔色 마치 당신의 얼굴을 어렴풋 다시 보는 듯

憶昔君在窓前縫 당신이 창 앞에서 바느질하던 모습을 생각하니

安知不見今朝着 내가 이 옷 입은 것을 당신이 못 볼 줄 어찌 알았을까?

物微猶爲吾所惜 이 옷이 하찮아도 당신의 사랑이 묻어 있으니

此後那從君手得 이후에는 언제 당신이 바느질한 옷을 입을 수 있을까?

誰能傳語黃泉下 누가 황천에 가 내 아내를 만나거든 말을 전해주오

爲說穩稱郞身無罅隙 아내가 지은 모시옷 내게 너무 잘 맞더라고

 

 

아내를 그리워하는 채제공의 마음

 

백저행이라는 번암 채제공의 시이다. 집으로 객들이 찾아왔을 때 남편의 행색이 초라할까봐 부인이 직접 모시옷 한 벌을 지었다. 하지만 그 모시옷을 다 끝내지도 못한 체, 부인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배에서 돌아 온 채제공은 집에서 일을 하는 할멈이 내민 모시옷을 보고 지은 시이다. 아내를 그리는 채제공의 글 속에는 아내를 그리는 속내가 그대로 담겨있다.

 

누가 황천에 가 내 아내를 만나거든 말을 전해주오

아내가 지은 모시옷 내게 너무 잘 맞더라고

 

채제공은 영조, 사도세자, 정조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임금의 주변에서 큰일을 감당하게 된다. 특히 정조대왕은 채제공을 일컬어 불세출의 인물이라고 칭찬을 했다. 백저행에 담긴 그의 글을 보면 눈물이 난다. ‘누가 황천에 가 내 아내를 만나거든 말을 전해주오. 아내가 지은 모시옷 내게 너무 잘 맞더라고라는 글귀 속에 아내를 그리워하는 체재공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채제공은 10여 년을 정조와 함께 했다. 홀로 재상의 지위에 그 오랜 세월을 지낸 것이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폐위시키려 하자 채제공은 그에 반대를 했다. 아버지에 대한 효심이 지극한 정조임금이 채제공을 중용을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눈이 사시였던 채제공은 어릴 적부터 많은 놀림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출중한 인물이라는 점에서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70세에 신해통공을 주도

 

채제공은 15세세인 1735년에 향시에 급제를 했다. 29세인 1748년에 영조의 탕평책을 위한 선발로 예문관 사관직을 제수 받았으며, 31세인 1751년에 중인의 분산을 탈취하였다하여 삼척으로 유배의 길에 올랐다. 이때 부인이 사망을 했고 돌아온 후 부인이 짓다가 만 모시옷을 보고 백저행을 지었다.

 

39세인 1758년에 영조가 세자폐위의 비망기를 내렸다. 채제공은 목숨을 걸고 이를 막았다. 하지만 4년 뒤인 1762년에 사조세자가 뒤주에서 사망을 했다. 이해 채제공은 모친상을 당하고 그 2년 뒤에는 부친상을 당했다. 1776년에 정조가 즉위하자, 사도세자의 죽음에 관련된 자들을 처단한다.

 

 

채제공은 1780년부터 홍국영의 실권 후에 모함을 받아, 8년간 은거 생활을 했다. 1788년에 우의정을 제수 받았으며, 이 때부터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재상으로 재임을 하면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1791년에는 소상인들의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대상인의 특권을 폐지하는 신해통공을 주도했다. 신해통공은 조선후기 상업사에 큰 변혁을 일으킨 사건이다. 79세에 모든 벼슬에서 물러난 체재공은 1년 뒤인 80세에 세상을 떠났다.

 

이러한 채제공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28일 오후 3시 수원시 팔달구 매향동 49에 소재한 화성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개막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조를 도와 화성이라는 거대한 자연친화적인 작품을 만들어낸 채제공을 만나기 위해 모여들었다. 20142월까지 계속될 번암 채제공의 모든 것. 화성박물관을 찾아보기를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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