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태풍으로 인해 온 나라가 물 때문에 난리도 아니다. 가뭄이 들면 가물어서 걱정, 비가 오면 물난리도 걱정인 나라.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하늘만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치산치수를 잘해야 명군이라도 했는데, 본인들이야 잘했다고 자화자찬을 어지간히도 해대지만, 과연 민초들이 그렇게 알고 있을지 궁금하다.

 

저녁 무렵에 수원천 옆 팔달주차타워 옥상에서는 이색 모임이 하나 예정되어 있었다. ‘수원시민이 만든 단편영화제’가 상영예정이었다. 그런데 비로 인해 취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천시에는 수원제일교회 1층에서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무한으로 주는 행복

 

생각해보면 참 이런 동네가 다 있나 싶다. 그저 마을에 무엇이라도 하나 더 주려고 안달이다. 그 안달이 문화향수까지 충족시킨다. 못골(지동의 순 우리말)은 그래서 요즘 부쩍 외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들었다. ‘수원시민이 만든 단편영화지만, 그래도 영화는 영화인데 7편이나 상영을 한다잖아 글쎄’. 어느 마을 주민의 말마따나 이런 횡재도 있다.

 

물론 전국을 강타한 태풍으로 인해, 50여 몀의 관람객만이 이곳을 찾아왔다. 6시 30분부터 시작하기로 한 영화상영이다. 하지만 영화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30분 동안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무대에 올라 클래식기타 연주와, 노래도 들려준다. ‘못골문화사랑’이란 지동시장에서 운영하는 문화모임의 친구들이다.

 

 

 

실수도 아름답게 보이는 아마추어들

 

이날의 단편영화제는 못골문화사랑과 수원시민감독 모임인 ‘카사노바’가 주관을 하고, 수원시와 지동주민센터, 마을르네상수센터가 후원을 하였다. 영화는 모두 7편으로 단풍잎 속으로(21분 멜로. 오점균), 접촉과 접촉사이(7분 40초 다큐, 김애숙), The Bar(24분 멜로, 강제욱), 반창꼬(7분 드라마, 이정희), 오디세이 2030(17분 SF, 이정훈), 예쁜 봄날(4분 30초 드라마, 강성민), Big Maich(4분 45초 블랙코미디, 윤수란) 등 7편이 상영이 되었다.

 

그런데 첫 번째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노트북에 다운을 받아 실행을 한 영화가 잠시 후에 화면이 사라져버렸다. 이런 낭패가 있나? 엔지니어도 영화를 만든 감독들도 진땀을 흘린다. 주관을 한 사람들의 속이야 까맣게 타버렸을 것이고. 우여곡절 끝에 영화는 다시 상영이 되었다.

 

 

 

“부러우면 지동으로 이사 와”

 

그런데 이렇게 영화가 끊어졌는데도, 관객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영화가 중단되었는데도 그냥 계세요?”

“기다려 주어야죠. 시민들이 자신이 비용대고 촬영하고, 편집을 했다는데요. 그리고 첫 작품이라는데 우리가 보아 주어야죠”

 

참 대단한 분들이다. 이래서 이곳이 요즈음 정말 살기 좋은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주변 골목마다 재미가 넘쳐흐른다. 그 재미에 빠지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른다. 내일은 또 무슨 재미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그리고 보면 모이신 관객들의 얼굴들이 낯이 익다.

 

“오늘도 오셨네요.”

“아! 왔어요. 영화보러 오셨나보네요”

“예, 이 동네 참 여러 가지 볼 것이 많아요.”

“부러우시면 지동으로 이사 오세요.”

 

환하게 웃으며 이사를 오라고 하시는 할머니. 이젠 지동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동안, 영화는 다시 시작이 되었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