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앞으로 3일간 글 발행하지 않습니다.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에서 벌어지는 올림픽이 심판들의 오심, 거기다가 일부 나라를 편드는 개 걸레같은 짓거리. 올림픽의 정신마저 잃어버린 이런 올림픽을 보면서 열 받았습니다. 물론 제가 이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당연하죠. 일부 가진넘들 빼고는 다 힘없는 백성에,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나라 아닙니까? 거기다가 우리는 허벌한 외교를 하고 있으니까요. 그 대신 열심히 하고도 아픔을 당한 선수들에게, 머 같은 나라에서 태어난 것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혼자 3일간 길을 걷겠습니다. 

 

 

 

하필이면 찌는 더위에 일이 많아졌다. 살다가 보면 어디 좋은 계절에만 일이 생기라는 법이 있을까? 그저 가만히 있어도 찜통인 이 복중에, 왜 그리 장거리 여행할 일이 많이 생기는 것인지. 아마도 타고난 일복 때문인가 보다. 일복이 터진 것이야 그런 데로 괜찮다. 무료하게 세월을 사는 것 보다는 한결 바람직한 일이니까?

 

요즈음 영동고속도로는 몸살을 앓고 있다. 고속도로는 꽉꽉 막히고, 차들은 거북이처럼 느리게 움직인다. 그나마 조금씩이라고 움직이니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이 더위에 갑갑한 차 안에서 불쾌감까지 돋우는 일들은 정말 참기가 힘들다.

  

버스는 대중교통인데, 예의는 지켜야지.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면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많다. 우선은 경비절감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승용차를 한 대 타고 여행을 하면 기름 값이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버스야 그런 걱정 하지 않아도 좋다. 또한 버스를 타면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거나 아니면 아이폰으로 인터넷 접속을 하여 이것저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가 있다.

 

매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나로서는 에어컨이 시원한 버스 안에서 곧잘 잠을 청하고는 한다. 보통 2~4시간 정도의 장거리 여행을 하기 때문에, 30분 ~ 1시간 정도 잠을 잘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시간을 방해를 받을 때는 정말 불쾌하다. 물론 대중교통이라는 것이 나 혼자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대중교통에도 지켜야 할 예의는 있지 않을까?

 

가장 짜증을 유발하는 사람들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차를 타자마자 전화를 걸기 시작하면, 그칠 줄을 모른다. 그렇게 오랜 시간 전화를 해대면서 목소리는 왜 그리 크게 내는지. 아마도 자신이 인맥이 많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여기저기 쉴 새 없이 전화를 걸어댄다.

 

기사 양반 내 생명 맡기지 못하겠소.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는 20여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다. 다행히 갈 때와는 달리 전화를 거는 사람들도 없고, 시끄럽게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없다. 가끔 아이 하나가 칭얼거리는 소리를 빼고는, 모처럼 여유로운 여행길이란 생각이다.

 

일부러 버스를 탈 때는 표를 구입할 때 맨 앞자리를 달라고 한다.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길이 막히거나 가다가 사진을 꼭 찍을 일이 생기면, 바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자꾸 들린다. 마치 연인과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쉬지 않고 들리는 소리가 신경을 자극한다.

 

그 소리의 범인은 바로 버스 운전기사였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한 손으로는 소형 마이크가 부착 된 줄을 잡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버스 기사 분들 중에는 ‘교통정보원’이 있다. 가다가 길이 막히거나 하면 ‘교통방송’에 곧 그 사실을 알리고는 한다. 그런 경우에는 운전석 위에 교통정보원임을 알리는 아이디카드를 부착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알 수가 있다.

 

처음에는 그렇게 교통정보를 알리는 것으로만 알았다. 그런데 대화 내용을 보니 그런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핸들은 한손으로 잡고, 한 손으로는 소형 마이크를 잡고 연신 통화를 한다.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아마도 한 시간 이상은 통화를 하는 것 같다.

 

물론 사고 없이 종착지에 도착을 하기는 했지만, 오는 내내 불안하다. 저렇게 한 손으로 운전을 하다가 자칫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더운 여름 날 그런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다. 20여명이나 되는 승객들의 안전은 무시한 체, 줄기차게 전화를 해대는 모습에서. 

일기예보에서는 연일 ‘찜통더위’라는 표현을 한다. 그만큼 올 여름은 무덥고 더위도 길다고 한다. 소나기라도 한바탕 퍼부어주면 좀 시원해질 듯도 하건만, 오는가 하면 어느새 멈춰버린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흐른다. 참 견딜 수가 없는 무더위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7월 29일 오후 2시. 30도를 넘는 기온에 참을 수가 없다. 차라리 이런 날은 땀을 흘리고 목물이라도 한바탕 하면 덜 더울 듯하다. 광교산으로 향했다. 어차피 바닷가로 갈 수가 없다면,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에 발이라도 담구는 것이 좋을 듯해서이다.

 

 

 

광교산은 수원시와 용인시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수원의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아주며 시가지를 품고 있는 수원의 대표적인 산이다. 광교산의 원래 이름은 ‘광악산’이었으나, 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광교산으로 명명되었다고 전해지는 수원의 진산이다. 주말과 휴일이 되면 수십만의 등산객이 이용한다는 광교산은, 자연이 살아있는 곳으로 숲과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이 사람들에게 건강한 삶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는 광교산으로 피서 간다.’

 

광교산으로 오르는 상광교 버스종점서부터, 계곡에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위로 오르면서 앉을만한 곳에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다. 더러는 숲에 텐트를 치고 본격적인 피서를 즐기기도 한다. 조리를 할 수 없다는 것 외에는, 무엇 하나 불편함이 없는 곳이다. 깔 자리를 옆에 낀 사람들이 자꾸만 위로 오른다.

 

 

 

 

 계곡에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맑은 물과 숲이 있어 피서에는 제격이라고

 

노루목으로 오르는 길가 옆으로 흐르는 계곡에도, 여기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다. 담소를 나누면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참 행복한 표정들이 보인다.

 

“시원한가요?”

 

묻지 않아도 될 만한 말이다. 하지만 얼마나 행복한지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물속에 발을 담구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넨다.

 

 

 

 “정말 천국입니다. 내려오셔서 발 좀 담가보세요. 내장까지 시원합니다.”

“어디서 오셨나요?"

“요 아래 연무동에서 자리 하나 갖고 올라왔어요.”

“피서를 갈 생각은 없으신가 봐요?”

“길 막히고 바가지 쓰고, 거기다가 덥고 끈끈한 곳이 해수욕장인데 왜 그런 곳을 갑니까? 저희들은 걸어서 올라올 수 있는 거리에 이 산이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돈 안 들고 정말 좋은 피서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여름엔 바다 냄새라도 좀 맡아야 하지 않나요?”

“우리는 매년 여기 와서 한 여름을 보내고는 해요. 아이들 고생도 안 시키고 깨끗한 물과 숲이 있어서 정말 좋아요. 내가 수원에 산다는 것, 그리고 광교산 가까이 산다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광교산 아래 연무동에 산다는 이아무개(남, 43세)는 입이 침이 마르도록 광교산 자랑을 한다. 아마도 막히는 도로에서 짜증을 내기보다는, 이렇게 시원한 곳에서 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일 것이란 생각이다.

 

 

 

노무목으로 오르는 길목의 숲길(위) 자리 한 장이면 올 여름 피서는 끝이라는 사람들도 계곡을 찾아 노루목으로 오른다(아래)

 

나도 자리 하나 들고 피서 나설까?

 

노루목으로 오르는 길을 조금 더 걸어본다. 숲속의 시원한 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연일 땀을 흘리며 사무실에서 보낸 시간에, 여기저기 땀띠가 돋았다. 그저 맑고 찬 계곡물에 풍덩 뛰어들고 싶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돗자리 한 장 들고 노루목을 향해 걷는다.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조금 더 올라가면 바위를 따라 흐르는 물이 모여 있는 작은 소가 있어요. 옆에는 바위도 있고요. 거기다가 자리 펴고 책이나 보려고요.“

“올 여름은 어디 안가세요?”

“이곳보다 좋은 곳이 어디 있겠어요. 우린 광교산으로 피서갑니다.”

 

환하게 웃는 그 모습에서 정말로 광교산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 그리고 맑은 계곡물과 우거진 숲이 있는 곳. 광교산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수원사람들. 올 여름에는 나도 이곳에 명당자리 하나 마련해야겠다.

수원시 장안구 하광교동 440-7에는 수령 380년의 거목인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벌써 십여 년 전에 정월 열 나흩 날 이곳을 찾아갔을 때, 누군가 나무에 대고 정성을 올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수고 20m에 밑동의 둘레가 3.3m인 이 느티나무에는 그럴 듯한 전설도 있다고 한다.

 

이런 고목은 흔히 누군가에 의해서 심어지거나, 고승의 지팡이 등이 변했다고 이야기를 한다. 옛날에 광교산 인근에는 89개의 절이 있었다고 한다. 한 사람이 이 89개의 절을 다 돌아보기 위해 이곳에 신발을 벗어놓고 산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러자 비가 많이 내려 신발이 다 썩어 느티나무 뿌리가 내렸다.

 

수령 380년의 보호수인 느티나무

 

뿌리에서 생겨난 느티나무는 점점 크게 자라 어른의 팔로 몇 아름이 되었다. 이 느티나무를 팔려고 나무를 베려고 했는데, 베는 도중에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다. 전설은 그렇게 한 나무를 ‘영험한’ 나무로 만들었다.

 

아름다운 광경에 먼저 취하다

 

뜬금없이 더위를 먹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30도를 훌쩍 넘긴 복중 오후에(7월 29일) 길을 나섰다. 원 목적은 옛 절터인 창성사지를 찾아볼 심산이었으나, 느티나무와 그 앞에 펼쳐진 왕복 3km 정도의 이팝나무 길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창성사지가 어디로 도망을 갈 것도 아니니, 이곳부터 걷자고 동행한 김홍범 기자(경기리포트 사회부 차장)에게 제안을 했다.

 

왕복 3lm의 광교 이팝나무 길, 꽃들이 지고 있다

 

느티나무를 찾아 광교산 입구서부터 걸어 올라가다가 보니, 웬 신선들이 한가롭게 나무 그늘에서 바둑을 두고 있다. 사진 한 장을 찍고 눈을 돌리니, 그림 같은 경치가 펼쳐진다. 철문과 소나무, 그리고 구름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그리고 그 위 또 하나의 아름다운 정경.

 

수원의 광교산을 오르는 길에 누군가 벼농사를 지었다. 지금이야 유명한 등산로가 많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지만, 원래 광교산 인근에는 농사를 짓는 토착민들이 주로 모여 살던 곳이다. 도심에서 볼 수 있는 논과 그 뒤에 집 한 채. 참 아름답다.

 

 

이팝나무 길을 걷다.

 

흰 꽃이 나무를 덮을 때 마치 흰쌀밥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밥나무’가 변해서 ‘이팝나무’라고 한단다. 남쪽지방에서는 정원수나 풍치수로 심는데 목재는 건축·가구재로 쓰고, 목부에서 염료를 추출한다. 식물 전체를 지사제나 건위제로 사용하며, 꽃은 중풍치료에 쓰이기도 한다. 키는 20m에 이르며, 가지의 색은 회갈색이다.

 

이 이팝나무가 하광교 느티나무에서 상광교로 오르는 길목 1.5km 정도의 도로 양편에 서 있다. 나무의 굵기로 보아 수령이 15년 정도는 지난 듯하다. 이 이팝나무는 도로 정비를 하면서 심었다고 한다. 이 나무들이 요즈음 한창 꽃을 떨구고 있다. 도로 양편 인도와 차도까지 온통 이팝나무의 꽃이 떨어져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한다. 아이들과 함께 왕복을 해도 좋을 거리인 왕복 3km 정도. 이런 아름다운 거리를 왜 사람들은 그저 차를 타고 무심히 지나가는 것일까?

 

앞서가는 김기자의 등에 땀으로 흠씬 젖었다. 이 더운 여름 날 ‘길’ 취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많이 힘든 것 같다. 누가 이 더위에 아름다운 길을 찾겠다고 이렇게 땀을 흘릴 수가 있을까? 길 건너편으로는 산행을 마친 몇 사람이 한가롭게 걷는다. 저들은 이 길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걸을 것이다.

 

도심에서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니

 

그 아름다운 길 끝에 불쾌한 마음이

 

느티나무에서 시작하여 다시 느티나무로 돌아왔다. 한 편은 인도가 되어있어 괜찮지만, 건너편은 좁을 길을 걷는 사람들이 불안해 보인다. 안전 펜스라도 쳐주면 아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는 길인데, 그런 점이 조금은 아쉽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느티나무 주변 의자에 앉아 쉬려고 다가섰더니 주변에 담배꽁초가 수북이 떨어져 있다. 참 이런 모습에 어이가 없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야 무엇이라고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바닥에 꽁초를 버려야만 했을까? 자칫 물이라도 꺼지지 않은 꽁초로 인해 느티나무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텐데. 금연표지판이라도 붙여 놓아야 할 듯하다.

 

 

아름다운 이팝나무길에 꽃비가(위) 이팝나무 길을 담이 흥건히 젖어 걷고있는 김홍범 기자(좌)와 등산객들

 

아름다운 길. 어젠가는 이 느티나무에서 시작해 돌아오는 왕복 3km의 이팝나무 가로수 길이 또 다른 명소가 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이 길에 안내 표지만 하나가 있었으면. 이 글은 언제 이팝나무를 심었고, 어떤 이유로 심었는지. 그런 것 하나가 아쉽다.

 

 

길 끝에서 만난 불쾌함. 의자 주변으로 담배꽁초가 널려있다.

참 이상하다. 음식이란 것이 꼭 분위기 좋고 멋들어진 치장을 해야, 맛이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저 옛날 우리 부모님들이 사시던 곳만 같은, 시골의 어느 집을 찾아든 것 같은 허름한 입구. 그리고 마당에 놓인 탁자 몇 개. 실내에 길다랗게 붙여 놓은 테이블. 이런 분위기를 사람들은 왜 그리 좋아하는 것일까?

 

벽에는 사인지들이 붙어 있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이 집을 드나들었음을 알 수 있다. 정치계, 연예게, 체육계에서부터, 시시콜콜한 우리와 같은 사람들까지도 이 집을 좋아한다. 사람마다 즐겨 찾는 음식을 다르겠지만, 내가 이 집을 찾는 것은 ‘묵은지 고등어’ 찌개에 막걸 리가 한 잔 하고 싶을 때이다.

 

 

수원 팔달구 골목에 자리하고 있는 ‘골목집’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254에 소재한 골목집. 이 집을 들어서면 제일먼저 좌측에 있는 화장실 입구가 눈에 띤다. 알 듯한 얼굴의 남자가 검은 안경을 쓰고 쭈그리고 앉아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다불유시(多不有時)’라고 적어 놓았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그냥 화장실 ‘W.C'를 한문으로 유식하니 적은 것이다.

 

내가 이 집을 찾아 든 것은 꽤 되었다. 이 집에서 우리 모임인 ‘우공이산(愚公移山)’이 모임을 갖기 때문이다. 또 편하게 술이 한 잔 하고 싶을 때도 이 집을 찾는다. 그저 마음 편하게 대해주는 주인도 좋지만, 이곳에는 늘 가면 내가 좋아하는 먹을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분위기와 먹거리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을 즐겨 찾는 듯하다.

 

각종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

 

벽면에 붙은 사인지를 훑어보니, 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이 집을 찾아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인 중에는 이해찬 현 민주통합당 당대표도 이 집을 거쳤다. 벽에는 ‘불취무귀(不醉無歸)’라 적었다.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술꾼들의 대표적인 이야기이다. 또 현 박원순 서울시장도 글을 남겼다. ‘함께 꾸는 꿈(2011, 5, 13)“이란 글을 적고 있다.

 

 

그 외에도 김문수 경기도지사,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하여, 많은 연예인들도 이 집을 들려갔다. 코미디언 이영자를 비롯하여 배우 공영진, 그리고 개그맨 김한석, 오정태, 이동엽 등과 황경수 씨름감독도 이름을 남기고 있다. 이 허름한 집에 그들이 찾아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묵은지 고등어’에 반한 맛

 

나야 주로 좋은 사람들과 만나 술을 마시고 싶을 때 이 집을 찾는다. 7월 29일 한 낮에 땀으로 범벅이 되어 광교산 산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려고 이 집을 찾았다.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업을 하는 이 집은 술꾼들도 오지만, 식사 손님들도 만만찮다.

 

오후 9시 30분 쯤 문을 들어섰는데, 청소를 마치고 마감을 준비하고 있다. 워낙 더운 닐이라 문을 닫을 시간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반갑지마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성을 다해 상을 보아준다. 이 집의 반찬은 참 촌스럽다. 시골의 어느 집 밥상을 받는 듯한 반찬들이다. 그리고 그 중앙에 놓인 ‘묵은지 고등어’. 묵은지에 고등어를 넣고 끓여내는 것이다.

 

 

 

조금은 찌그러진 노랑 양푼에 끓어대는 묵은지 고등어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술을 한 잔 하려고 들어갔는데, 밥 한 공기씩을 갖다 놓는다. 사실 그 시간까지 저녁을 먹지 못해 배도 고팠을 때다. 묵은지를 밥에 얹어 먹어본다. 그 맛이 어디로 갈 것인가? 이 맛에 저 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이 집 대문을 들어섰으니 말이다.

 

이 집의 묵은지 음식은 ‘묵은지 돼지’와 ’묵은지 꽁치‘가 더 있다. 가격은 일인당 8,000원이다. 두 사람이 밥을 맛있게 먹고, 거기다가 맥주 한 병까지 먹은 가격이 19,000원다. 공기밥은 계산이 되지 않았다. 맘 좋은 주인은 가끔 이렇게 멋대로 계산을 한다. 술이라도 먹으려면, 묵은지를 더 내어 끓여주고는 한다.

 

 

‘사람 사는 맛’을 아는 주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집을 찾아드는 것인가 보다. 하긴 사람의 정만큼 후한 것이 어디 있을까? 사람들의 입을 통해 소문이 났다는 ‘골목집’. 허름한 대문에서부터 시골의 정감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골목집의 정취이다.

 

태백시 통리와 신리의 중간지점인 도계읍 심포리 남쪽 산 계곡에는, 미인폭포라 부르는 폭포가 있다. 이 폭포는 심포리 우보산 계곡에서 발원하는 하천수가 절벽을 타고 내리면서 생긴 폭포다. 주변은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된 역암층으로 깊이가 270m 정도 파여 들어갔다. 이 미인폭포가 있는 곳은 해발 700m 정도의 고산지대인데, 온통 주변 암벽이 붉은 색을 띠고 있다.

 

주변의 돌들은 굵은 자갈로 된 역암과 모래로 이루어진 사암, 진흙으로 굳은 이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폭포로 내려가는 길에 여래사라 불리는 절이 있다. 내리막의 경사가 60도 이상이나 되는 가파른 길을 걸어 내려가는데, 내리막 길이 질척거리는 것이 여간 미끄럽지가 않다. 여래사 대웅전 앞을 지나 다시 경사진 비탈을 내려가야 미인폭포 밑에 도착한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많이 출생하는 곳

 

여래사부터 미인폭포로 내려가는 길은 미끄럽기가 더하다. 나뭇가지와 돌들을 붙들고 엉금거리며 내려가 겨우 도착한 미인폭포. 떨어지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모두 삼단으로 구분이 된 이 폭포는 마치 사람의 얼굴과 몸, 그리고 치마폭을 연상케 물이 낙수진다.

 

 

 

이 폭포의 인근 지역은 미인들의 출생지로 알려지고 있다. 왜 이곳에 미인들이 많이 태어나는 것일까? 고산지대라 맑은 청정지역이고, 더욱 물이 오염되지 않고 맑아서 일 수도 있다. 이 미인폭포에는 슬픈 전설 한 대목이 전하고 있다.

 

「예전에 이 근처에 미인 묘가 있는데, 이 묘의 주인은 아름다운 여인의 묘라는 것이다. 한 미인이 나이가 들어 출가를 했으나, 남편이 일찍 사망을 하였단다. 미인은 혼자 살지를 못하고 재가를 하였으나, 두 번째 남편마저 죽고 말았다. 미인박명이라 했던가? 그 미인은 자신의 팔자를 탓하다가 이 폭포 위에서 몸을 날려 자결을 하고 말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미인이 또 다시 남편감을 찾아보았으나, 사별한 남편만한 사람을 찾지 못해 비관을 해서 자결을 했다고 한다. 그 뒤에 이 폭포를 '미인폭포'라 불렀다는 것이다.」

 

중간 낙수 지는 곳에 무지개가

 

아름다운 여인이 깊은 사랑을 하지 못하고 죽어서인가? 물이 떨어지는 중간에는 무지개가 흩어지고 있다. 물에 햇볕이 반사되어 만들어지는 무지개가 왜 저리 흩어지는 것일까? 아마도 오래도록 남정네들의 눈길을 받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구름이 끼는 날이면 더욱 신비한 풍광을 만들어낸다는 미인폭포. 일몰 전과 일출 전에 이 폭포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면 풍년이요, 찬바람이 불면 흉년이 든다고도 한다.

 

미인폭포를 올려다보며 수많은 생각을 해본다. 저 위에서 아래로 몸을 날렸을 때, 그 미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아마 또 다시 좋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이 폭포의 이름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물줄기가, 여름 장마가 그치고 나면 장관이라고 한다

 

 

폭포에서 거슬러 올라오는 길은 더욱 힘이 든다. 자칫 한발만 헛딛어도 저만큼 밀려 내려갈 판이다. 겨우 경사진 비탈길을 올라 대웅전 앞에 오니, 비구니 스님의 독경소리가 들린다. 아마 천도제라도 있는가보다. 대웅전 댓돌에 많은 신발들이 나란히 있는 것을 보니. 미인폭포로 인해 여래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들 것 같다. 대웅전 앞에서 미인폭포를 다시 한 번 내려다보고, 발길을 돌린다, 석양에 물보라가 더욱 아름답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