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졸업생, 재학생 그림이 한 자리에

 

수원여자고등학교 개교 80주년 기념 미술제 고등동 19-1번지에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찾아와 주신 모든 분께 3만여 동문과 더불어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1936년 수원공립가정여학교로 고등동 19-1에 문을 연 모교가 어느덧 개교 8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기나긴 세월동안 배출된 많은 졸업생들은 사회 각계각층에서 중추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사회의 반석이 될 것을 믿기에 오늘 개교 80주년을 기념하는 이 자리는 모교의 지난 역사와 앞으로의 미래를 다시금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원시미술전시관 1층 제1전시실에서 12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수원여자고등학교 개교 80주년 기념 미술전 고등동 19-1번지의 오프닝에 즈음하여 수원여자고등학교 최석주 총동문회장의 인사말이다.

 

최 회장은 미술이라는 특별한 언어를 통하여 과거와 현재를 소통하는 미술제는 학창시절 선생님이셨던 다섯 분의 귀한 작품과 오랜 시간 기쁜 마음으로 준비한 54명의 동문작가, 그리고 미래의 나혜석을 꿈꾸는 재학생 후배 4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이므로 그 의미가 더욱 클 것이라고 했다.

 

 

 

연배가 높은 동문들 한 자리에 모여

 

오프님을 앞두고 미술전시관 1층을 찾아보았다. 입구부터 각종 화환들이 늘어서 있는 것이 개교 80년을 맞이한 수원여자고등학교의 역사와 위상을 가늠케 한다. 안으로 들어가니 행사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모처럼 만나는 동기생들과 선후배들이 인사를 하기에 바쁘다. 모두가 여자들만 있는 자리에 들어가 그림을 감상한다는 것이 멋쩍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찌할 것인가? 바삐 걸음을 옮기며 한 바퀴 돌아보았다.

 

벽에 걸린 그림들은 입구에 미술선생님들의 작품들이 먼저 걸려있다. 김학두, 권대균, 이민정, 한성대, 김인숙 선생님의 작품들이다. 그런 선생님들의 작품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과거 학창시절이 떠오르는 듯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도 보인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그림들을 돌아보는 연배가 높은 졸업생들도 옛 소년시절로 돌아갈 듯 이야기꽃을 피운다.

 

참 세월이 빠른 것 같아요. 댕기머리를 따고 학교를 다닐 때가 엊그제인 것 같은데 벌써 내일모레면 70이네요. 벌써 개교한지 80주년이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오늘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창들을 만나기 위해 아침부터 준비를 서둘렀어요.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들을 실컷 해야죠.”

 

 

 

 

교복 등 지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전시공간

 

전시실 한편에는 수원여자고등학교의 교복인 듯 학생복이 걸려있다. 그 교복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졸업생들이 자꾸만 교복을 만져보면서 이야기를 한다. 지금처럼 패션에 민감하지 않았던 옛날 학생들에게는 교복처럼 정감이 가는 것도 없을 듯하다. 졸업생이라고 하는 한 분은 연신 주변을 둘러보면서 누굴 찾는다. 아마 동기생이라도 찾는 모양이다.

 

그림을 돌아보고 있는데 낯익은 이름이 보인다. 영동시장 아트포라에서 작업을 하는 김춘홍(31) 작가와 큐레이터로 활동하던 홍재주(34) 작가의 그림이다. 김춘홍 작가의 그림은 작업실에서 눈에 익었던 혜경궁 일기라는 작품이고 홍재주 작가의 그림은 제부도라는 작품이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단 두 명을 알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내가 미술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듯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두 사람의 작가를 안다는 것만으로도 그런데 동문들의 느낌은 어떠할까? 오프닝 시간이 가까워졌는지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온다. 덜렁 남자라고는 나 혼자인데 더 이상은 버티기가 멋쩍다. 뒤돌아 나오면서도 무엇인가 채 보지 못한 것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에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개교 80주년을 맞이하는 수원여자고등학교의 미술전. 앞으로 무한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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