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서 만난 이주영 화가의 가슴시린 말

 

바쁘신데 이렇게 오셨네요?”

저녁 늦게 또 취재가 있어서 잠시 들려 인사나 하고 가려고

일부러 찾아오시지 않아도 되는데요.”

언제 시간 내서 곡차나 한 잔 해야지

 

징안구 송정로 19(송죽동)에 소재한 수원미술전시관 2. 3전시실에서 5회 이주영 개인전을 열고 있는 작가 이주영. 중앙대 서양학과를 졸업한 이주영 작가는 2003년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제1회 개인전을 연 후 2009년과 2011년 동 장소에서 2회와 3회 개인전을 열었다. 딴 작가들보다는 개인전을 연 횟수가 그리 많지 않다.

 

2013년 해움미술관에서 제4회 개인전을 연 후 이번 수원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이 제5회 째이다. 이주영 작가를 만난 것은 꽤 오래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형, 아우로 부르는 사이이다 보니 굳이 작품전이라서 찾아갔다고 하기보다는 소식이 궁금해 찾아갔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벌써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몇 번인가 죽이 맞아 술잔을 함께 기울였던 사이이고 보면 굳이 가릴 것도 없는 사이이다. 몇 년 전 수원 교동에 화실을 차렸다고 하여 찾아가고, 전시회에서 만난 후로는 한참이나 보질 못했다. 근황이 궁금하기도 하고 화실을 접었다는 소식도 전해들은 지라 무슨 일이라도 있나 궁금증이 일어 찾아간 전시회이다.

 

 

 

다 접고 제주도로 내려가려고요

 

인사를 나누고 나서 이주영 작가가 하는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제주도로 왜 내려가겠다는 것일까?

화실도 접고 이제 이곳 생활을 정리하려고요. 제주도에 가서 감귤 농사를 짓는데 일자리가 있다고 하네요. 그곳에 가서 일자리를 찾고 그림도 그리려고 생각 중예요

아는 사람은 있나?”

소개를 받았는데 교동에 화실을 차려놓고 아줌마 몇 명 가르쳐봐야 수입이 되지 않아요. 생활하기가 버거워 제주도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본인은 편하게 말을 하는 것 같지만 듣는 나로서는 여간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니다. 이주영 작가를 알기 때문이다. 현재 수원민예총과 수원민미협 회원이기도 한 이주영 작가는 민예총 미술분과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꽤 큰 행사를 치러내면서 인정을 받기도 한 작가이기 때문에 제주도로 가겠다는 말은 꽤나 충격적이다.

 

제주도에 가서 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쉽지가 않을 텐데

그곳에 가면 일당을 받고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작업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힘들어서 어떻게 하려고

그래도 이곳 생활보다는 나을 것 같아요. 작업을 계속하려면 그 길밖에 없을 것 같아서요

 

 

 

 

그림 속에 남아있는 민초들의 애환

 

이주영 작가의 그림 속에는 민초들의 모습이 있다. 4회 개인전을 찾아갔을 때는 지동과 행궁동의 골목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늘 그런 삶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것이 이주영 작가의 그림이다. 볼 때마다 가슴 시린 이야기들을 듣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작가가 돈이 될 만한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이렇게 민초들의 삶의 모습을 그리면 도대체 돈이 될 것 같지가 않아서이다.

 

이번 수원미술관 개인전도 마찬가지이다. 그림의 틀이 지난번과 다르지 않다. 이번 그림들 역시 골목과 삶의 현장, 그리고 작가의 사고에 남아있는 민초들의 사는 모습이다. 사라져가는 현장을 그림으로 남겨놓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을 돌아보면서 더 마음이 아프다. 작가의 힘든 삶이 그대로 그림 속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날 잡아 한잔 해야지?”

, 그래야죠. 연락하세요, 기다릴께요

 

오후 늦게 약속된 취재가 있어 전시관을 돌아 나오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뒤따라 나오는 이주영 작가에게 날을 잡아 연락을 하겠노라고 이야기를 하고 미술관을 떠나면서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는 왜 민초들의 삶을 그리는 작가들은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일까? 말로만 지껄이는 문화강국이라는 이 나라가 얼마나 허구에 찬 나라인지 답답하다. 술을 멀리한지 꽤 되었지만 이주영 작가와 꼭 한 번은 술잔을 기울여야겠다.

최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