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동남각루가 옛 모습으로 돌아왔다

 

바라다만 보아도 시원하다. 가슴에 답답하게 무엇인가 짓누르고 있던 것이 다 가신 듯하다. 아직 완전히 펜스를 걷어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우중충하게 덮고 있던 지붕이면 주변 가름막을 벗어버리고 자태를 드러낸 화성 동남각루의 모습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인다. 지동교를 지날 때마다 눈에 거슬리던 동남각루의 모습이 말끔히 새 단장을 하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유야 어떻든 핑계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2014129일부터 201547일까지 땅의 지면 침하 등으로 인해 약간 기울어진 동남각루의 해체보수 공사를 하겠다고 펜스로 모두 가려놓았다. 그리고 얼마간인가 안에서 공사를 하는 사람들의 소리도 들리고 들여다보면 무엇인가 보수 공사를 하는 모습들도 보였다.

 

그런 동남각루의 보수공사가 공기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201547일까지 공사를 끝내겠다고 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슬그머니 공사기일을 적어 놓은 공사안내판 위에 종이로 공기날짜를 가려버렸다. 그리고 이제나 저제나 하면 기다린 것이 1년이다. 그동안 숱한 사람들이 동남각루를 지나거나 바라보면서 안타까워했다.

 

 

 

문화재 보수공기는 시민과의 약속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는 일이죠. 벌써 지난 해 완공되어 화성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동남각루가 한 해를 훌쩍 지난 다음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말이죠. 매일 이곳에서 펜스로 가려진 동남각루를 바라보면서 참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고는 했어요.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도 모두 한 마디씩 하고요.”

 

지동시장 순대타운에서 날마다 동남각루를 바라다보면서 장사를 하고 있는 조아무개씨는 시장을 나오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바로 동남각루였다고 하면서 펜스를 걷어낸 동남각루의 모습이 무엇보다도 반갑다고 한다. 지동시장의 상인들은 그동안 꽁꽁 감추어 놓은 동남각루를 볼 때마다 화가 났다는 것이다. 약속된 공기를 1년여나 지나 공사를 마친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한다.

 

동남각루는 계절마다 아름다워요. 이곳 지동시장에서 바라다보는 동남각루는 계절마다 그 느낌이 달라지죠. 봄과 여름철 꽃이 필 때는 물론이고 가을에 억새가 하늘거리면 많은 사람들이 동남각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곤 합니다. 이제라도 제 모습을 드러냈으니 정말 다행이죠. 올해는 화성 방문의 해라 사람들도 더 많이 찾아오고 있는데 말이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동남각루

 

각루란 성곽의 비교적 높은 곳에 설치한다. 주변을 잘 살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화성에는 네 곳의 각루가 있다. 이 각루는 정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옛 선인들은 정자와 같은 건물을 지을 때 ()’()’로 구분을 했다. 보편적으로 정자는 땅의 지면에 붙여지은 건물을 말하고, 루는 아래로 사람들이 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중층으로 된 건물을 말한다.

 

화성의 남쪽 수문인 남수문에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동남각루가 있다. 이 동남각루는 남수문을 지켜내기 위한 구조물이다. 동남각루는 남공심돈(지금은 유실되어 버린 화성의 구조물 중 하나)과 마주하고 있으면서 주변을 감시하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동남각루는 작지만 아래는 온돌방을 들여 한 겨울에도 병사들이 추위를 이겨낼 수 있게 조성한 정조대왕의 애민정신이 드러나는 곳이다.

 

이러한 동남각루가 2014년 갑자기 한편으로 기울어졌다. 여름철에 내린 비로인해 지반침하가 일어났는지 목재로 버텨놓았다가 보수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동남각루는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기를 제때 맞추지 못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문화재 보수는 많은 사람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공기를 반드시 지켜야한다. 아직 펜스를 완전히 걷어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 동남각루를 올려다보면서 다행이란 생각이다. 더 늦기 전에 화성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그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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